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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미FTA를 반대해야 할 절실한 이유
[우리힘의 눈] 한-미 자본가들의 머슴으로 전락한 사람들의 밥그릇 싸움
 
율전   기사입력  2007/04/02 [16:08]
한미FTA 협상시한이 결국 이틀 연장됐다가 타결됐다. 한미 양 당국은 또한번 국민을 우롱하는 작태를 저지른 것이다.
 
양 당국은 누누이 31일이 협상의 마지막 날이라고 공언해왔다. 심지어는 31일 당일 협상장 주변에서 미국의 협상시한 연장 요청을 한국이 받아들여 협상시한이 연장될 거라는 이야기가 돌자 협상의 중심들이 직접 나서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협상 타결이 원활하지 않자 불과 몇 시간 전의 공언을 내팽개치고 협상시한 연장을 선언하고 말았다. 떠돌던 이야기 그대로 미국의 요청을 한국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협상시한 연장을 근거 없는 루머로 치부해버린 현장의 기자들과, 협상결렬 유무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을 일순 바보로 만들어 놓고 그들이 그토록 얻어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과의 이번 FTA협상에서 정부가 얻는 것은 거의 없이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퍼 주고 있는 형태라고 규정짓고 있다. 설사 FTA협상을 찬성하는 부류조차도 한미 간에 FTA가 체결될 경우 농업이나 기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의 심각한 타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거시적으로 보자면 FTA협상 타결을 통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장담하는 그 '얻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니 그 '얻는 것'의 주체는 누구인가? 누가 '얻는 것'을 얻는단 말인가?
 
바로 자본가다. 오직 자본가들만이 얻을 뿐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FTA체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자'들은 오직 자본을 거머쥔 자들뿐이다.
 
이들 자본가들에게 국적이란 별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그들은 민족을 넘어, 국가를 넘어 자신들의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리는 몸집아래 누가 깔려죽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의 농민들이 갈 곳을 잃고 도시 빈민이 되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왜? 도시의 노동자들이 많아질수록 노동을 공급할 인력은 풍부해지고 노동자 간의 경쟁도 심해질 것이며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노동력을 갈취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나마 모양새를 갖춘 우리의 공적 보험제도가 무너져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갖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왜? 공적 보험제도가 무너질수록 그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사적 보험제도가 영역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의 자동차들이 더 많이 미국으로 들어와서 미국의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를 빌미로 임금을 낮추거나 대량해고로 맞서면 그만이니까.
 
이러한 자본가들의 횡포에 맞서서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그 삶의 질을 높여주어야 할 책임을 지닌 정부가 오히려 자본가들과 한통속이 되어 자본가들의 몸집을 불려주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미FTA의 본질이다.
 
혹자는 말한다. 수출주도인 우리 경제의 숨통을 틔기 위한 대책으로 FTA를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렇게 해서 늘어나는, 수출로 인한 수익을 품에 안을 자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그 수익을, FTA체결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눈곱만한 부(富)마저도 빼앗길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 그 일을 해야 할 주체인 정부가 오히려 자본가들과 한 통속이 되어 놀아나고 있는 이 판국에? 아니면 더 빼앗지 못해 안달인 자본가들에게 기대어 자비라도 구할 셈이란 말인가?
 
한미FTA에 대한 싸움은, 누구 말대로 밥그릇 싸움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국가 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한국 국민들과 미국 국민들 간의 밥그릇 싸움도 아니다. 이 싸움은 자본가들과 그들의 충실한 종으로 전락한 양 국의 정부에 대한 비(非)자본가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하루 세 끼로는 전혀 만족하지 않는 자들과 하루 세 끼나마 지키려는 자들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바로 한미FTA의 본질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가가 아닌 우리가 한미FTA를 반대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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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02 [16: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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