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미 네티즌, '부모가 장애아동 성장 막아도 되나?"
'부모가 아이 미래 결정해선 안돼' VS '성장은 아이에게도 고통 줄 것'
 
권순정   기사입력  2007/01/13 [04:20]
장애인들의 사회적 처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 미국에서 눈 여겨 볼 만한 논쟁이 일고 있다. 쟁점이 된 것은 중증 장애아의 부모가 아이의 생물학적 성장을 막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논쟁의 주인공은 애슐리의 부모.

애슐리(Ashley)는 9살 난 여자 아이로, 여동생과 남동생은 건강하나, 자신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적 뇌병증(static encephalopathy)에 걸려,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애슐리의 부모는 그들의 블로그를 통해, "애슐리가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 앉지도, 걷지도, 구르지도 못하고, 인형을 가지고 놀지도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음악과 TV를 벗삼아 하루하루를 베개 위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애슐리의 별명은 ‘베개 천사(Pillow Angel)’다. 

문제는 애슐리의 부모가 '베개 천사'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의학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 애슐리는 2004년 시애틀 아동 병원에서 가슴세포와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다량의 에스트로겐을 맞았다. 그 결과, 애슐리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2차 성징을 겪을 때에도 '어린이'의 모습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애슐리 부모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들과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현재 구글, 야후, MSN 등 포털 사이트의 ‘핫 이슈’로 떠오르며,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윤리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언뜻 보아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 사건을 두고, AP통신을 인용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기사는 '애슐리 부모의 조치가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기사가 인용한 펜실베니아 대학 부설 생명윤리학 센터의 아서 캐플란(Arthur Caplan) 소장은 이 부모의 조치가 아이에게 이롭지 않다며, “일부 부모는 영구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는 데에 있어, 영원한 ‘아이’로 만드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경우, “쉬운 길이 위기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애슐리의 부모는 7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애슐리 치료법: 베개 천사를 위한 더 나은 삶을 향하여 (The “Ashley Treatment”: Towards a Better Quality of Life for “Pillow Angels”)> 라는 제목의 글에서, “애슐리를 살피는 것이 힘들고 끝이 없는 일”이지만, “애슐리는 우리 가슴에 사람이 샘솟게 하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편안함과 친밀감, 안전과 사랑 등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월경 등의 2차 성징을 겪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고민을 했고, 의사와의 상담 끝에 아이의 수술을 결정했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또, 이들이 주장하는 ‘애슐리 치료법’은 오랫동안 누워있어 생기는 욕창 등 여러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가족들 사이의 유전병인 유방암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애슐리 치료법’이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슐리 부모의 조치는 이기심의 발로인가, 사랑의 발로인가?

이에 대한 네티즌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부모가 아이의 장래를 마음대로 결정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한데,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자신이나 주변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애슐리 부모의 입장에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MSNBC 관련기사에 달린 ‘메시지 보드’에서 애슐리 부모를 동정한 네티즌 ‘advocatemom’은 자신도 중증 장애아동의 엄마라면서, "아이의 체중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9 kg 정도 적은데, 매번 아이를 들어올릴 때마다 그가 가볍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병원의 간호사였다는 네티즌 ‘Lyn from Pasadena’는 "정신연령은 유아이나, 신체나이는 24세인 한 정신지체 장애여성은 강간의 대상이 되었다"며, 현실적으로 애슐리가 사춘기를 겪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CNN 인터넷판에 의견을 올린 펜실베니아의 ‘크리스티나(Christina)’는 "아이의 정신연령으로 2차 성징을 겪게 하는 것 보다는 편안함과 행복함을 선사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장애아의 부모라고 소개한 오클라호마의 ‘제리 스미스(Jerrie K. Smith)’와 콜로라도의 ‘트레이시 린자(Tracy Linza)’는 "‘애슐리 치료법’을 제안한 것은 의사"라며,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부모가 아닌 의사"라고 주장했다.

캐나다의 앨버타에 거주한다는 또 다른 네티즌 '셰이릴 프리 (Cheryle Free)’는 “부모를 비난하지 말라. 우리 중 누가 그들의 일을 대신 떠맡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장애인 복지향상을 위한 사회 전반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관련링크]

1. 애슐리 부모의 블로그
2.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기사
3. MSN 관련기사의 메시지 보드 토론
4. 네티즌 의견 관련 CNN기사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1/13 [04:2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