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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권하는 사회,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된다
[우리힘의 눈] 골프장 300개 건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허구
 
아찌   기사입력  2006/12/13 [17:34]
요즘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골프를 치는 모양이다. 환경 운동을 하시는 유명한 교수님이 계시는 어느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느낀 소감이다.

이런 교수님이 계신 대학이기에 이런저런 인연으로 다른 교수님들도 환경 운동에 함께 동참하지 않을까란 추측을 하면서 “풀”이란 이름의 교수 동호회를 열어 보았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이 동호회는 골프 모임 동호회였다.

자연을 연상시키는 다른 동호회를 열었더니 그 역시 골프 모임 동호회였다. 골프 모임 동호회는 여러 개가 있었지만 내가 찾고자 했던 환경과 관련된 동호회는 없었다.


우리 지역의 국립대 입시 설명회 자리에서 입시 관련 주 업무를 담당하시는 대학 교수님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 설명을 마친 후 그 교수님은 자신의 평소 지론을 펴시면서 골프야 말로 늙어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여가 활동이란 예찬을 하셨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으니 사교와 접대를 위해서라도 골프는 필수로 배워야 한다고 적극 권하셨다. 이렇듯 우리는 골프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기도 하고 거꾸로 사는 삶을 지향한다고 은근히 티를 내고나 다닐 뿐, 이런 세계를 통 모르기 때문에 연로하신 교수님의 말씀이 영 딴 세상의 얘기로 들린다. 골프는 이미 모두의 생활의 일부인가 보다.

모두가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의 폐해를 얘기해봐야 먹혀들지 않는다. 골프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골프의 해악을 아무리 외쳐봐야 이 또한 먹혀들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살려면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온 이 땅의 용도를 대폭 바꾸어야 한다. 농업은 정부 차원에서 폐기해야 할 산업으로 규정하였으므로 이제는 농지로 남겨 둘 필요가 없어졌다. 그 농지는 골프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에 맞추어 골프장 또한 계속 늘려가야 하기 때문에 골프장 용지로도 쓰여야 한다.

그래서 골프장 건설로 전국이 공사판이 되어 버렸고 고령의 노인들은 힘에 부쳐 반대를 하다가 제 풀에 꺾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산지든 농지든 간척지든 가리지 않고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 땅에서의 개발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이렇게 시대에 맞게 새로운 개발을 창출하여,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가며 속속들이 모든 땅을 개발지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거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차원에서 주택 정책을 편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아파트를 지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디든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하더라도 어느 사회든 자기 집이 없는 세입자들이 많이 있게 마련이다. 그럼 아파트를 위주로 주택 공급량을 늘리면 누구나 다 자기 집을 갖게 될까. 그렇게 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누구나 다 자기 집을 가지고 살 수도 없고, 꼭 그럴 필요도 없으므로 집이 없어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결책은 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고, 집값을 안정시켜 굳이 집을 갖지 않고도, 아쉬움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로 가야 한다.

현 정부가 확실하게 한 일은 딱 한 가지가 있다. 역대 어느 정권도 할 수 없었던 개발 정책을 단 4년 만에 혁명을 하듯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구 쏟아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을 들쑤셔 개발 열풍, 투기 광풍을 조장하는데 앞장섰다. 그래서 투기 광풍의 회오리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정권은 뉴딜에서 뉴딜로 통하는 정권이다. 오로지 개발 하나로 승부를 걸겠다고 작정을 한 정권으로 보인다.

최근 또다시 집값이 요동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의 불신에서 비롯된 바가 가장 크다. 구차하게 언론 등을 거론하며 남 탓을 할 필요가 없다. 왜 주동자의 역할을 한 정부가 주변의 똘마니들을 걸고넘어지려 하는가.

이명박의 책임도 정부 못지않게 큰 데 이명박은 쏙 빠져나가고 정부만 비판받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 할 수는 있다. 투기 광풍에 불을 지핀 당사자 중에는 당시 서울 시장에 있으면서 뉴타운 개발을 주도했던 이명박이란 확신범도 엄연히 존재한다.

사실 어찌 보면 이런 무모한 개발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이나 피장파장인 현 정권은 더 큰 개발을 기획하는 데만 몰두했다.

개발세력과 결탁하여 깊숙이 의식을 공유하며 살아온 과거의 경제 관료를 전면에 내세워 추진하는 개발 정책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대통령에게서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바란다는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결과는 참담했다. 골프장 300개를 건설하여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황당한 계획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 많은 개발을 쏟아내고도 모자라 지금도 기업도시 계획을 철새도래지 바로 앞에 건설한다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개발 계획의 확정을 알리는 발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투기를 조장하고 방조하면서 집값을 잡는 유일한 정부라고 큰소리치는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공허하고 이율배반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미FTA에 올인 한다함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의 주권을 재벌과 초국적 기업에 넘겨주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가진, 신자유주의의 신봉자이자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시장주의자라는 반증이다.

골프장과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공급위주의 정책을 밀고나가는, 기업의 대변자인 대통령과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근본적인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다.

실수요자와 집 없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닌 무능력자로 보는 모양이다. 투기를 할 요량도 없으면서 신성한 돈벌이를 불순한 짓으로 보는 나도 무능력자이긴 매한가지이다.

도박 권하는 사회, 골프 권하는 사회, 부동산 투기가 돈벌이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통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반대로 가는 주변인으로 살기가 누구나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랄프 네이더는 미국 정부를 거대 초국적기업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정부’라 규정하던데, 그럼 한국은 다국적 기업화한 재벌과 건설족과 관료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그들만의 어떤 정부라 지칭해야 할까?

끈끈한 유착관계 속에서 특정 세력에게 유리한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 추진하는 관료들을 뒤에서 격려하면서 일 잘한다고 칭송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지도자의 빈곤한 철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그대로 목도하는 느낌이다. 결국 노무현 정권하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 아닐까.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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