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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통신요금, 이용료에 허리 휜다
[김영호 칼럼] 인터넷이나 휴대폰은 소비재 아닌 공공재, 가격인하 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11/08 [17:56]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움직이려면 전화부터 찾는다. 집이나 사무실에 들어가면 컴퓨터부터 켠다. 손에 손에 휴대전화가 쥐여져 있어 볼모로 잡힌 모습이다. 지난 10년이 연출한 세상의 변화이다.
 
인간은 태고 적부터 공간을 달리하는 인간에게 자기의 소리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욕구가 전화를 탄생시켰다. 1876년 미국의 A. G. 벨이 고안해낸 전화기는 오늘 날 휴대전화의 아버지뻘이다. 그 이전에도 음성을 전하는 원리가 발견됐지만 그가 실용화에 성공했다. 그 전화기가 진화를 거듭하여 이제는 인간의 신경체계와 연결된 신체의 일부처럼 되어 버렸다.
 
유선전화가 무선전화, 이동전화, 그리고 복잡한 다기능을 갖춘 첨단전화로 발달해 왔다. 음성전달만이 아니라 화상통화, 사진촬영, TV시청, 자료검색, 자금결제에 이어 오락기능도 가졌다. 사무실의 모든 기능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 발달속도가 광속을 닮아 따라가기조차 버겁다. 그리고 점점 가볍고 얇아진다.
 
한 세대 전인 1970년대만 해도 전화가 있으면 부자였다. 그 때는 이사하면 반납해야 하는 청색전화, 거래가 가능한 백색전화가 있었다. 그 값이 워낙 비싸 집 다음으로 큰 재산이었다. 공중전화도 많지 않았지만 시내통화만 가능했다. 전화가 없는데 지방에 연락할 일이 생기면 전화국에 가서 신청하고 한참 기다려야 했다.
 
1987년에야 1가구 1전화시대가 열렸고 1991년 전화보급대수 1,000만대를 돌파했다. 그런데 지난 10월말 현재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3,984만대로 보급률이 80%에 달한다. 부산교육연구소가 지난 6월 조사한 바로는 초등학생의 14.9%, 중학생의 66.1%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보급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전화요금이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무거워졌다. 10여년 전에만 해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월 2만-3만원이면 충분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집전화는 그대로 두고 모든 식구가 휴대전화를 지니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4인 가족이면 한 달에 20만-30만원은 쉽게 나온다. 저소득층 부담이 너무 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가계지출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과 휴대전화 요금 등을 포함한 통신비가 교육비나 보건의료비보다 훨씬 많다. 통신비는 25조4,130원인데 교육비는 18조6,919억원, 의료 및 보건비는 15조9,205억원이었다. 1997년 통신비가 8조8402억원였으니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그 때 교육비는 15조2903억원으로 통신비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정보접근성이 용이해졌지만 삶의 질이 그 만큼 향상됐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휴대전화 이용시간이 6시간 27분이란다. 일본이나 영국보다 3배 이상 많단다. 인터넷 중독이니 휴대전화 중독이니 하는 말이 나올 만큼 전파낭비가 심하다.
 
통신요금이 너무 비싸다. 금년 상반기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7.2% 차지했다. 사용시간이 길기도 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다. 미국보다 2배 가량 비싸단다. 요금체계도 너무 복잡하고 불합리하다. 기본요금에다. 무슨 무슨 부가서비스니 해서 혼란스럽다. 그 많은 소비자 불만이 그것을 말한다. 군입대로 인한 일시이용중지에도 세금 포함 매달 3,850원을 받을 정도이다.
 
통신위원회가 검증한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비가 2004년 4조9,644억원, 2005년 4조9,960억원이란다. 마케팅비에는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판매수수료가 들어있다. 이 돈이면 요금을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지녔다. 국민은 보편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졌다. 통신비를 많이 내려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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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1/08 [17: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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