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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은 조용, 국민은 침착, 정부는 호들갑
성숙된 국민의식...민간 교류, 경제 협력 지속돼야
 
정청래   기사입력  2006/10/20 [11:20]
"우리는 거져 수령님께서 밝히신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습네다. 우리는 하도 미국이 압력을 넣고 하니까 자위력 차원에서 이번 핵실험을 한 겁네다. 이것은 미국하고의 문제이지 남조선하고의 문제는 아닙네다. 따질 일이 있으면 미국하고 따져야지 왜 우리한테 시비를 겁니까? 우리도 조속히 모든 문제가 잘 풀려 핵을 포기하고 싶습네다."

금강산 만물상 관광코스 천선대에서 만난 북한 안내원 남은정(여. 20대 중반)씨의 속사포 같은 잘 준비된 의견이다.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은 아무말없이 남쪽의 관광객들을 넉넉히 받아주고 있었다. 남쪽에서 온 관광객들도 금강산을 방문한 우리 국회의원 일행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금강산 방문중의 기념사진 © 정청래 의원실 제공

북쪽 안내원 남씨는 "글구 금강산 관광은 아무 일없습네다. 우리야 거져 남쪽에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면 고맙지요. 그런데 국회의원 선생은 어찌 생각하십네까?"라며 금강산 관광이 지속되기를 원했다. 곳곳에서 만난 북쪽 해설원들도 같은 생각들이었다.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북한 최고 지도부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북쪽의 정서는 대체로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새벽 6시 30분 금강산 호텔을 출발한 버스가 북쪽 출입국 사무소(CIQ)를 거쳐 금강산에 도착할 때까지 특별한 징후는 발견할 수 없었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포기기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나선길이지만 과연 남과 북의 국민들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금강산 관광 안내역을 맡고 잇는 현대아산 직원에게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이 참으로 무색했다. 김민경(여.23세)씨는 "금강산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부모님께서 전화 한 통 없으셔서 오히려 제가 섭섭할 정도예요."

그렇다. 내가 대정부 현안질의에서도 밝혔듯이 우리 국민들은 북핵실험의 책임이 미국에게 있고(38%) 이 일이 미국과의 협상용(71%)이라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95%)라는 것이다. 이번 금강산 방문은 이 사업을 중단해서도 안되고 금강산에 가도 인질로 잡히지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취소사태가 이어진다는데 그러면 곤란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간 것이다.

  © 정청래 의원 제공

금강산 관광 예속 취소는 대부분 공무원과 수학여행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금강산 관광 '취소사태'의 숨겨진 진실을 하나 공개한다. 예약 취소의 대부분은 보수세력과 야당의 공격을 무서워 한 공무원들과 학생들 수학여행이 취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일반 국민들은 '아무 일 없이' 금강산에 다녀오고 있는 중이다. 정부와 공무원들만이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이 금강산 관계자들과 금강산 관광객들의 여론이다.

금강산에는 하루 내내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았다. 오전 코스로 온갖 기기묘묘한 자태로 만물상은 늘 그 자리를 그렇게 지키고 있었다. 기암절벽과 단풍사이로 적절히 칠해진 안개는 그 신비함을 더해 주었지만 원거리 전망은 아무래도 힘들었다. 한반도의 주변정세와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걱정처럼 그렇게 안개가 오버랩되어 있었다. 그사이에서 관광객들의 탄성과 즐거운 비명들이 단지 안개를 밀어내고 있었다.

  © 정청래 의원 제공

나는 이번 '북핵사태'후에 보인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침착함에 위대함을 느꼈다. 너무도 눈물나게 고마운 국민들이시다. 북한 핵실험 직후 사실 대통령도 흔들리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놀라운 위기대처 능력을 보며 대한민국 정부도 국회도 국민들의 지혜를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들은 역시 위대했다. 금강산에 올라 심호흡 크게 하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그래도 그리 무겁지 않았다. 역사의 길동무 국민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 글쓴이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 본 기사는 개혁적 기독교 인터넷언론인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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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20 [11: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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