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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면 그만 사라져라
진보와 보수를 팔아 호구지책에 급급하는 것은 가장 졸열한 짓
 
조영숙   기사입력  2006/08/20 [17:09]
진보론자들은 스스로를 아더 왕이나 로빈훗처럼  착각할 때가 있는 모양이다. 아니 자신들을 의적 홍길동이나 임거정, 양산박의 호걸처럼 착각할 때도 있는 모양이지.
 
흔히 진보란 개혁세력으로 일컬어지고 한 때는 군사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십자군이나 잔다르크로 통했다. 그리고 진보는 무조건 철갑의 갑옷과 시퍼런 검을 들고  보수를 공격해야만 저격수이자 첨병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 보수논객의 제왕처럼 행세하는 조갑제 씨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러나 과연 보수만을 위한 보수, 진보만을 위한  진보가 누굴 위한 이데올로기인지 과거 60전 이전으로 돌아가 반추하면 확실한 답이 나온다. 민중을 위한다는 구실로 민중에게 죽음과 상처를 준 아픈 패거리 쌈박질 외에는 민중들을 위한 기여가 전무하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연한 가지에서 가시가 돋듯 자신도 모르게 보수가 됐다는 어느 지인의 말처럼 세상을 보는 시각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의 김문수와 이재오를 보라. 한 때 가장 촉망받던 진보였던 그들이 군사독재의 원조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 밑에서 하수인이 돼 있잖나?
 
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 선배로부터 이렇게 배우고 들었다. 그 분은 진보를 지지하면서도 스스로를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보수건 진보건 그 밑바탕에 국가를 위한 나라사랑과 이웃에 대한 정과 민족정기를 지키고자 하는 얼이 없다면 어떤 진보건 어떤 보수건 사이비라고 그 분은 정의를 내린다.
 
즉 천사도 나쁜 천사가 있고 악마도 착한 악마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보라며 보수를 꾸짖고 보수라면서 진보를 공격하는 분들 가운데 선배의 말처럼 진정한 나라와 이웃과 민족에 대한 애정을 지닌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얼마 전 내가 사는 인근 지역에서 한 교통경찰간부가 과속차량에 치어 사망했다. 그러나 그 기사 밑에는 달랑 한 사람의 댓글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나는 기고를 통해 국민들 가운데 시위하는 분이 사망했다면 열사나 영웅이 됐을 텐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현장에서 덧없이 죽어간 경찰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조차 없는 각박한 세태가 안타깝다는 기고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경찰을 두둔한다는 노동자들이라는 아이디의 공격이 시작됐다. 내가 가짜 진보논객이라는 것이다. 진짜 진보논객은 경찰을 무조건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게 참 진보일까? 필자는 경찰의 편을 든 게 아니라 내 이웃이나 다름없는 한 경찰관의 죽음 앞에서 시민으로서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 것뿐이다.
 
5.31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테러를 당했을 때 나는 그 분의 빠른 쾌유를 진정으로 빌면서도 한나라당이 그 사건을 호재로 삼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언론과 인터넷에 띄웠다. 비록 박 대표의 아픔이 클 지라도 그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반대파들에 대한 고문 살상 등, 악랄한 만행을 생각해 반면교사롤 삼으라는 기고가 나가자 ‘대한총포협회장’이라는 모 씨가 실명으로 필자를 ‘모질고 독한 사람’이라며 이메일을 통해 나무랐다.
 
나는 거기에 대한 답변을 이렇게 보냈다. ‘임은 유신정치가 지금까지 이어져 박 전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서 손자뻘 되는 가수나 배우를 품고 엔카를 부르는 것을 원하고 국민을 배부르게 해줬다며 국민을 돼지처럼 안주거리 삼아 죽이고 매단 그 추종자들을 구국의 횃불로 영웅시하는 분입니까“고 했더니 아직까지 반론이 없다.
 
얼마 전 창원에서 독거노인과 결식아동들을 보살피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시민단체의 대표가 쌀이 떨어져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밥을 해줄 수 없다는 호소문을 신문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진보와 개혁언론을 자처하는 한 언론사는 불법체류하다 다친 한 중국 청년을 위한 도움에는 신문사의 대표를 비롯한 전 가족이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고 도민들에게 추렴을 권고하는 기사를 연일 내더니만 ‘꽃들에게’를 위한 내 이웃의 불행에는 단 한 줄의 기사도 싣지 않았다. 북한에 보내는 쌀에서 1톤만 할애하면 그 불행한 이웃들은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건 진보나 보수의 편싸움이 아니다. 어느 편이 더 올바른 상식적인 판단을 지닌 세력인지 거기에 관심과 지지가 있을 뿐이다. 엉터리 진보보다는 바른 보수를 원하고 사이비 보수보다는 올바른 진보를 원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은 스스로 돌아보라. 과연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을 위한 투쟁만 하는지, 아님 국가와 민족과 사회를 위해 살신성인하는지 말이다.
 
바른 사상과 정도에서 벗어나 진보와 보수를 팔아 생계를 구걸하는 자들은 이젠 모두 물러가라. 조직이나 종교를 팔고 조직과 종교의 세를 내세워 정치에 관여하려들고 호구지책에만 급급한 일부 조직과 성직자와 수행자들처럼 그렇다면 당신들 역시 모두 사이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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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20 [17: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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