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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상륙시대, 대비책은 있나?
[김영호 칼럼] 급변하는 세계자동차 시장, 노사화합으로 경쟁 대비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8/18 [10:54]

 몇 해 전에만 해도 중국도시는 자전거 물결로 넘쳐 났다. 출퇴근 시간이 연출하는 꼬리를 무는 행렬이야말로 장관이었다. 13억 인구가 자전거를 버리고 자동차로 옮겨 타는 날 그 수요가 폭발하리란 예측이 무성했다.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퉈 달려갔다. 지난해 575만8,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여 단숨에 세계 3위의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올해 내수판매는 640만대에 이르러 미국에 이어 두 번째 큰 시장으로 부상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판매시장으로만 봤다. 그 사이 중국 자동차 산업은 급팽창하는 내수시장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이제 본고장인 미국을 공략할 채비를 서둔다. 내년에는 상륙하겠다고 벼르는 업체만도 5개나 된다. 미국 소비자는 개도국 승용차에 냉소적이다. 너희가 만들다니 하는 깔보는 자존적 심리가 깔려 있다. 영화나 언론에서 현대의 포니를 웃음거리로 묘사하는 장면을 더러 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유고슬라비아의 '유고'는 지금도 조롱거리다.

 미국시장이 열렸다지만 자동차는 침투가 쉽지 않다. 소비자의 거부감을 극복하고 상표를 알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전국적인 판매망-서비스망을 구축하는데도 수년이 걸린다. 그런데 중국은 다를 수 있다. 치열한 내수경쟁이 미국진출을 압박한다는 점이다. 미국진출은 중국 내에서 세계적 상표로 인정받는 의미를 지닌다. 정부지원을 이끌어내는 명분 또한 크다. 미국행표를 먼저 따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일본, 한국의 선례처럼 소량의 소형차를 먼저 선보이면서 조심스럽게 시장개척에 나서리라는 게 일반적 판단이다. 그런데 질리(吉利)자동차는 토요타의 캠리나 렉서스, BMW같은 고급차를 전략상품으로 내세운다는 관측이다. 질리는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1만달러대의 저가차를 선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치루이(奇瑞)자동차(영어명 체리)도 탐색단계를 생략하고 막 바로 선발업체를 공략할 태세다. 30% 이상 싼 고급차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난징(南京)자동차는 지난해 7월 랜드로바로 유명한 영국의 MG로바를 인수했다. 이어 미국에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2008년까지 오클라호마에 20억달러를 투입하여 연산 1만2,000¢¦1만6,000대 규모의 MG 쿠페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브릴리언스 자동차는 2만달러 짜리 렉서스 수준급으로 기선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上海)자동차는 자체개발품으로 미국에 간다는 포부에 차있다. 제휴사인 GM이나 폴크스바겐의 브랜드로는 상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의 미국 상륙은 기정사실이다. 품질은 뒤지더라도 가격경쟁력이 월등히 높아 현대차-기아차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더 큰 걱정은 국내시장이다. 오토바이 시장이 그것을 말한다. 2년 전에만 해도 이륜차시장의 수입품 점유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올 상반기 판매대수 7만6,900대 중에 중국산이 1만7,100대로 22%를 차지했다. 전체수입품의 7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연말까지는 4만대가 들어와 전체시장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100만원대라는 저가가 최대무기다.

 지난 7월 GM의 최대 개인주주인 커크 커로리언이 불쑥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에게 GM지분 20% 인수를 제안했다. 미국 GM-프랑스 르노-일본 닛산의 3각동맹이라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가 경악했다. 두 달 후면 성사가 결판나지만 그 결정에는 불안과 고민이 도사리고 있다. 포드를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 도요타가 GM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중국이란 돌출변수 또한 크다. 3각동맹이 탄생하면 도요타-포드의 제휴라는 또 다른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 자동차산업의 진로는 어둡기만 하다. 대우차가 GM에, 삼성차가 르노에 넘어갔고 쌍용차도 상하이 손에 들어갔다. 현대차-기아차 연합체는 급박한 시장변화에 둔감한 듯하다. 경영주는 옥중에 있고 그 사이 현대차 노조가 20일 이상 파업에 들어가 매출손실이 10만대나 된다니 하는 말이다.
 
 도요타의 질주 뒤에는 노사화합이 있다. 2002년 봄 노사는 4년간 임금동결을 이끌어냈다. 성과급과 호봉승진은 인정했지만 경상이익을 1조엔이나 내는 기업으로서는 어려운 합의다. 소비자는 존경받는 기업의 제품을 사랑한다. 그 까닭인지 국내에서도 수입차 중에 도요타의 렉서스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현대차에 주는 교훈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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