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다빈치 코드>, 영화도 실망 기독교측은 더 실망
[영화칼럼] 한국 기독교의 <다빈치 코드> 개봉 논란을 보고
 
강성률   기사입력  2006/06/02 [20:43]
<다빈치 코드> 때문에 꽤 시끄러운 것 같다. 이 영화를 국내에 개봉하기도 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물론 기각되었다. 개봉일에는 압구정동 한 영화관 앞에서 기독교인들이 '<다빈치 코드>의 내용이 허구'라는 전단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한기총 소속 신도들은 개봉일 서울과 인천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 영화 <다빈치 코드> 포스터        ©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제공
다빈치코드특별대책위원회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연대도 가시화했다. 미국 기독교연합회와 국제CCC, 영국세계기독인연대 등 10여개 세계 기독교단체에 영화 상영금지 협조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필리핀, 폴란드 등 가톨릭 국가들 가운데 <다빈치 코드>를 아예 상영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시의회는 18일 상영 금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중국 가톨릭도 신도에게 <다빈치 코드> 보이콧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렇게 <다빈치 코드>는 전세계 동시 개봉했지만, 전세계 동시 개봉 반대의 여론에 휩싸인 것처럼 논란의 중심에 있다.

기독교측이 이 영화의 개봉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기총은 성명서를 보면, 원작자 댄 브라운이 극중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와의 결혼,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후손이 프랑스 메로빙거 왕조와 결혼했다는 내용, 신약성경은 예수의 제자들이 꾸며낸 허구라는 것이 픽션(fiction)이 아닌 기독교 역사상 은폐된 '새로운 사실(hidden fact)'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가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한 음모의 집단으로 묘사된 것도 불편했던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을 말하라면,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격이다. 무엇보다도 영화적 재미가 없다. 서스펜스도 그리 강하지 않고 스릴도 약했다. 반전이 지나치면 시시한 농담이 되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러했다. 그렇다고 기독교 교리를 흥미롭게 따져가는 지적 재미가 '쏠쏠한' 것도 아니었다. 긴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길어지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효과도 약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안고 있는 설정 자체가 영화에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개봉 첫주에 엄청난 인원이 이 영화를 본 것은 아무래도 기독교측에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면서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종교적 소재를 다룬 영화가 제작 중단되거나 상영 반대에 직면했던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임권택 감독인 연출했던 <비구니>는 불교계의 반대로 촬영 도중 제작을 중단해야만 했다.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 역시 기독교인들의 상영반대 운동에 직면해야 했다. 종교인들은 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이 자신들의 교리와 맞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압력을 넣는다. 그것이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도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그것을 거를 장치가 충분히 있다. 가령 영상등급위원회의 등급부여도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이고, 인격 침해에 따른 명예훼손 소송도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상영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제작을 불가능하게 하는 종교인의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로는 사랑과 자비를 되뇌지만 정작 그들의 행동은 독선과 배타로 치닫고 있다. 

▲ 영화 <다빈치 코드> 한 장면.     ©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제공

한국의 종교 가운데 가장 배타적인 종교는 아마도 기독교일 것이다. 기독교 가운데에서도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적 교단이다. 그들은 입으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만 알고, 입으로는 내세의 천국을 말하면서 현실의 안락을 찾는다. 현실에 대한 대처 방안도 마찬가지다. 성도를 성폭행한 목사가 교회 공금으로 문제를 해결해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경찰이 나서면 종교 핍박이라고 한다. 자기들은 목사를 세습하면서 북한의 세습체제는 비판한다. 대형교회의 목사의 권위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제도권 교회에서는 초창기 기독교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성경이 절대적 진리이다. 그들에게 성경은 '하나님이 팩스로 직접 보내 준 것'이다. 때문에 그 어떤 비판 문화도 있을 수 없다. 목사는 절대적 신의 목소리의 대변자이다. 그러나 기독교 역시 하나의 역사이다. 성경도 수많이 이들이 기록한 것을 초창기에 책으로 묶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경에 포함한 것과 제외한 것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런 정황을 폭넓게 공부하는 문화가 기독교에서는 죽었다. 그들에게 성경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여성과 가난한 자, 고통과 억압에 빠진 사람들을 해방하기 위해 예수 신성의 허구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사실 기독교는 매우 억압적이고 가부장적 권위를 지탱해온 것이 사실이다. 중세의 마녀 사냥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가부장제가 공고했던 한국에서 가부장적인 기독교의 교리는 오랫동안 독소조항처럼 작용했다.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다빈치 코드>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 영화를 통해 오히려 지금의 기독교의 독선과 비판을 깊이 되새겨볼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 이번 사건을 보면서 거론해야 할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형평성의 문제이다. <다빈치 코드>는 이미 국내에 소설로 출판되어 3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읽은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왜 유독 영화만 상영반대를 하고 개봉 반대 운동을 벌이는지 알 수 없다.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사상이 문제가 있으면 소설 출판에서부터 반대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가?

물론 영화가 소설보다 더 대중적이고 이미지적이기 때문에 소설보다 위험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매체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소설과 영화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선동적이고 위험한 것인지는 그것을 보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원작과 영화를 모두 본 이들은 대개가 원작이 더 논리적이고 재밌다고 한다. 때문에 정말로 위험한 것은 소설이다. (그렇다고 소설 판매 반대 운동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쉬운 시각 매체인 영화만 구속하려는 평면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둘째, 소설과 영화는 명백히 허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픽션이란 무엇인가? 진짜가 아니라, 지어낸 가짜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본 많은 기독교인들도 신앙에는 전혀 변동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의 신앙이 유난히 좋아서가 아니라 소설과 영화는 허구이기 때문에 극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보고 읽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허구의 소설을 두고 몇 천년을 내려온 기독교가 이렇게 조급하게 대응해서야 되겠는가.

<그때 그 사람들>은 그나마 다큐라도 있으니 박지만측에서 보기에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박지만 측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하게 허구의 산물이다. <다빈치 코드>가 논리적 역사물이 되려면, 그 단계단계가 모든 논증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알 수 없다.

셋째, 반대를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하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입장을 보면 대개가 아예 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일 인천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인천순복음교회 김영진 주임은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을 부정하는 <다빈치 코드> 상영 반대"라는 피켓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막달라 마리아와의 부부, 그리고 딸의 출산, 이후 중세의 교리 문제를 거론한다.

한 대형교회에서는 주일 예배 시간에 이 영화를 거론하면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지 않고 마라아와 함께 살았다"라며 이 영화를 비판했는데, 이런 내용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비판을 하더라도 제대로 보고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6/02 [20:4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미친이반 2006/06/05 [16:42] 수정 | 삭제
  • 한기총은 소니픽쳐스 마케팅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