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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의 정점 '짝패', '다빈치 코드'와 맞짱?
[컬처뉴스의 눈] 박스오피스 2위 기염, 적은 스크린 악조건 불구 선전
 
안효원   기사입력  2006/05/29 [18:48]
류승완 감독의 1등 한국 액션영화 <짝패>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지난주와 같은 <다빈치 코드>. 전국 420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인 <다빈치 코드>는 지난 주말 전체 관객의 34.2%를 동원하며 28일 전국 240만 관객을 돌파했다.
 
▲류승완과 정두홍이 액션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만든 영화 <짝패>.     © 류승완 필름
<짝패>가 <다빈치 코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짝패>는 경쟁영화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전국 258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며 ‘18세이상 관람가’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 한국 액션영화’를 표방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관심을 끌었기에 그 결과가 더욱 기대됐었다.
  
짝패의 영어제목은 ‘The City of Violence'로, 이 영화가 본격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장규성 감독의 <재밌는 영화>와 2004년 권종관 감독의 <새드무비>는 제목의 압박감을 스스로 견뎌내지 못하고 결코 재밌거나 슬픈 영화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짝패>는 다르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서울에서 형사생활을 하고 있는 태수(정두홍 분)는 죽마고우 왕재(안길강 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온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태수와 석환(류승완 분)은 왕재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가고, 이면에 숨겨진 음모를 알게 된다. 이 둘은 죽음의 위험을 넘겨가며 마지막 최후의 일전을 위해 적들이 모여있는 ‘운당정’을 향한다.
 
<짝패>에서 중요한 문제는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다. 영화는 친절하게도 예고편을 통해 누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고편을 본 관객이라면 마지막 부분에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것이더라”라는 대사가 의미심장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싸우는가’, ‘액션장면이 얼마나 멋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앞서 류승완, 정두홍이라는 두 이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류승완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에서부터 <주먹이 운다>(2005)까지 인간이 몸이 보여줄 수 있는 탁월한 액션장면을 선보였다. 또 정두홍은 한국 액션영화의 산 증인으로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3), <달콤한 인생>(2005) 등 최고 흥행작에 무술감독으로 참가했다. 여기에 전문 액션교육 기관 ‘서울액션스쿨’이 공동제작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액션광들을 혹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범수의 필호에게서는 악인과 선인의 모습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 류승완 필름
태수는 이미 인정된 싸움의 고수이다. 그가 온성에서 처음 벌이는 액션장면, 이것이 진정 ‘바람의 파이터’이구나 싶을 정도이다. 골목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부풀인다.
 
영화는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밤거리에서 펼쳐지는 2 대 100의 시가전, 80년대 고등학교 시절 펼쳐진 패싸움 장면, 마지막 태수와 석환이 ‘운당정’에서 벌이는 긴 액션장면 등 쉴새 없이 화려한 액션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이들의 액션이 슈퍼영웅이 등장하는 만화같은 황당한 액션이 아니다. 끊임없이 장소와 도구를 바꿔가며 현 한국 액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짝패>는 화끈한 액션 말고도 많은 재미가 있다. 바로 ‘촌철살인’의 대사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온성, 액션영화 등장하는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는 인물들의 빠른 몸놀림과 대비되어 액션장면에 집중했던 긴장을 한순간 풀어준다. 몸의 긴장과 말의 이완, 이 절묘한 배치는 관객들을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상환의 “요즘엔 비데가 유행이라며”, “니들은 집에 삼촌도 없냐?” 등의 대사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필호를 연기한 이범수의 연기력 또한 볼거리 중 하나. 필호는 주인공 무리와 함께 어울렸지만 태수와 왕재 중심의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그래서 친구들을 배신하고 서울 무리들과 결탁한다. 이범수의 필호에게서는 악인과 선인의 모습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한때는 좋은 친구로, 한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잔인하다라는 이유로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잔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10분 ‘운당정’에서 벌이는 액션장면에서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장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장르의 이름을 걸고 찍은 영화 <짝패>. 이름값을 했다. 제작, 감독, 배우, 각본 등 1인 4역을 한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정두홍, 이범수 그리고 모든 액션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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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29 [18: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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