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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를 떠나는 명계남 문성근씨에게
열심히 '진보'를 외친 그대들, 돌아오지 마시라
 
이상완   기사입력  2003/04/03 [02:00]
명계남, 문성근 두분의 노사모 탈퇴 소식을 들었습니다. 두분이 노사모나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던지 스포츠 신문 1면 한쪽에서 조차도 두분의 사퇴소식이 걸려있더군요.

두분의 탈퇴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노사모가 수익사업을 펼치고 노무현 당선 이후에도 그 조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것에는 저 역시 반대합니다. 노사모분들의 말처럼 노무현에 대한 제대로된 "감시"를 할 수 있다면야 자신들이 지지한 정권을 옳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노무현의 파병결정에 대한 노사모들의 이중적 태도, 파병에는 반대해도 노무현을 이해해야 한다는 그 태도를 볼때 그들이 말한 "감시"라는 목소리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두분의 노사모 탈퇴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대선후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그만두고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말에 배신감도 함께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두분이 지지한 정권입니다. 두분의 탈퇴소식은 각 일간지에 기사화되고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그동안 노무현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 노무현의 파병결정에 침묵을 지키고, 오히려 은근슬쩍 노무현을 옹호하려는 듯한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성근씨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라크전 파병 문제도 내 개인적으로는 반대 입장이지만, 대통령으로서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놓고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는가. 그런 판단은 전적으로 존중한다.

노무현이 판단한 결과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그 판단은 "전적으로 존중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자신이 지지했던 정치인이라면 설사 자신의 의견과 반대된다 할지라도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그 정치인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책임입니까?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한 자들의 책임감은 무엇입니까? 자신이 지지한 정치세력이 어려움을 겪을때 힘껏 도와주는 것만이 책임의 전부가 아닙니다. 자신이 지지한 정치세력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을때 이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도 두분 같이 일반국민을 향해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던 사람들이 져야 할 마땅한 책임입니다.

정태춘씨는 두분과 같은 분들이 져야할 책임감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씀을 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하신 적이 있습니다.

" 아니죠. 책임지는 방법이 다시 정치적인 방법으로의 책임이 아니고, 다른 방법이 있지 않나 하는 거죠. 제가 얘기하는 것은 문화예술인들의 경우인데, 학자들이라든지 이런 사람도 있겠죠. 그들이 노무현 정권이 내걸었던 공약 중에서 어느 것을 지지하고, 어느 것을 지지하지 않는지 정리를 해야된다는 거죠. '전면적인 공약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후퇴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 내가 당신을 지지했다면 당신의 모든 공약에 대해서 책임이 있고, 그 중에 어떤 부분들은 반대한다는 것은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하기를 바란다'라는 요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 다른 방법이 나와야겠죠. 그것에 대해 '노 코멘트' 하고 지나간다면 굉장히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는 거죠.

두분은 파병에 반대한다고 말씀하셨고, 그것이 진심이라면 노무현 정권을 향해 "그것을 포기하기를 바란다라는 요구"를 해야합니다. 노무현의 대선승리를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두분이 침묵하거나 그저 "존중"하며 지나간다면 정태춘씨의 말처럼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입니다.

특히 두분은 지난 대선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뭐라고 호소하셨습니까? 민노당 지지자 여러분. 이 민족과 민중의 미래를 위하여 잠시나마 우리들의 차이를 접어 두어야 합니다. 여러분 표를 모아 주십시요. 모아야 합니다. 역사의식도, 기본적인 윤리나 도의도 없는 기득권층의 이 엄청난 음모와 배신을 온몸으로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보입니다."라고 눈물어린 호소를 하셨던 분들 아니십니까?

타인의 '꿈'조차도 대신 꿔주겠다고 말씀하신 분들입니다. 여러분이 대신 꿔주겠다고 하신 그 꿈이 수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있는 더러운 전쟁을 지지하고, 그 전쟁에 우리의 군대를 파견하는 겁니까? 민노당 지지자들을 향해 노무현 지지가 "진정한 진보"라고 말씀하셨던 그 "진보"의 의미가 추악한 전쟁에 참여한 전범국가의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겁니까?

두분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노무현 지지자들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조기숙 교수는 대선 전날 정몽준의 공조파기 후 오마이뉴스에서 두분과 같이 민노당 지지자들을 향해 "끝으로 민노당 지지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여러분의 뜻과 이상을 모두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역사적 소명에 동참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시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당시 민노당 싸이트는 노무현 지지자들의 호소로 인해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권영길 후보에 대한 사퇴와 노무현에 대한 지지 요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른 노무현 지지자들도 아니고, 남의 꿈마저 대신 꿔주겠다고 말씀하신 두분과 같은 분들이라면 지금 이시점에서 노무현을 옹호하거나 침묵만을 지키며 무책임하게 떠날 수는 없습니다. 대선 전날밤 정몽준의 공조파기후 두분이 민노당 지지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한 눈물어린 호소가 진심이라면, 또한 두분의 꿈이 단지 노무현을 위한 꿈이 아닌 민노당 지지자들의 꿈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씀 하신 것이 진심이라면 지금 당장 노무현의 정권의 파병을 막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대선기간 내내 노무현의 양옆에서 꼭 붙어있던 두사람이 바로 명계남과 문성근입니다. 그 때의 공을 내세워서라도 노무현과의 면담을 요청하여 파병을 말려 주셔야 합니다. 설사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대선전날밤 오마이뉴스에 노무현 지지를 호소한 글을 올릴 정도의 정성만큼이라도 미국의 전쟁을 지지하며 군대를 파병하려고 하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강력한 비판이 담긴 성명서 하나라도 발표해주셔야 합니다.

두분의 노사모 탈퇴소식이 언론지면을 장식할 만큼 열성적이고 영향력있는 노무현 지지자인 두분조차도 반대하고 나선다면 노무현 정권은 파병결정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고, 파병을 저지시키는데 큰 힘이 될 겁니다. 아무리 노무현 정권이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사법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할 지라도 두분이라면 그냥 무시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두분에게 부담되고 어려운 어떤 '투쟁'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대선후 생업에 열중하려고 하는 두분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함도 물론 아닙니다. 정말 최소한의 부탁입니다. 노무현에게 파병결정을 철회를 위해 면담을 요청하고 성명서하나 내시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입니까? 정태춘씨가 말한 그 정도의 "책임감"만을 요구하는게 그렇게 가혹한 일일까요?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고, 미국을 돕기 위해 파병을 결정하려는 노무현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담긴 글이면 됩니다. 그저 인터넷 상에 올려진 짧은 글 하나면 됩니다. 두분이 대선전에 진보정당의 지지자들의 도음을 바랬듯이, 지금 저희에게는 두분과 같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이 필요합니다. 두분이 대선전에 진보정당의 지지자들을 이용했듯이, 저희도 두분과 같은 분들을 기쁜마음으로 이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꿈도 대신 꿔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던 두분이 이 정도도 하시지 못하겠다면 감히 "민족과 민중의 미래"를 운운하던 대선전의 명계남, 문성근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마시길 바랍니다. 두분이 가져야만 할 최소한의 책임마저 포기하겠다면 두분에게는 "민족과 민중의 미래"를 운운할 자격도 없기 때문입니다.

*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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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4/03 [02: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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