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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의 표적은 또 민간인이었다
바드다드 슈알레 '학살', '군사시설만 목표' 기만성 입증
 
지오리포트   기사입력  2003/04/02 [15:49]
미·영 연합군의 미사일은 또 다시 가난하고, 힘없는 이라크 민간인들을 향했다.
연합군은 침공 전부터, ‘정밀 공격(precision bombing)’ ‘군사시설만 폭격’ 운운하며, 이라크 민간인들의 피해는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3월 28일 바그다드 슈알레 지역의 참상은 그 ‘공언’이 수사일 뿐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슈알레에서 일어난 일은 민간인 ‘학살’이었다. 역시 어린이들의 희생이 컸다.
미국의 사회주의 계열 웹사이트인 WSWS 는 지난 3월 31일자에서 ‘Another market massacre in Baghdad’이란 제목으로 슈알레에서 벌어진 ‘학살극’을 전했다. 헨리 마이클스(Henry Michaels)가 쓴 이 글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
지난 3월 28일 바그다드의 한 노동자 거주 지역인 슈알레(Shu'ale)에 또 다시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민간인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 이번 공습의 희생자들 역시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후세인 정권에 대항한 민중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던 빈민촌 주민들이다.

바그다드 시내에서 격렬한 공습이 있었던 그 다음 날, 알 누르 병원의 오사마 사크하리 의사는 최소한 어린이 15명을 포함하여 55명이 사망했으며 47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 연합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다친 어린이 등 이라크 민간인들.  ⓒ Aljazeera  



하키 이스마일 마주키라는 이름의 의사는 이 병원에서 불과 300m 떨어진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공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마주키 박사는 이 사건을 ‘학살’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지역에 군사 목표물이 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랍어 텔레비전 방송국인 알 자지라와 알 아라비야는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한 시신 사진과 사람들이 관을 들고 병원을 나가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 두 방송국은 절단된 신체 부분, 그리고 부상당한 어린 아이들이 붕대를 감은 채 병원 침대에서 울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으며, 알 자지라 방송국은 비통에 잠긴 장례식을 보도했다.

병원을 방문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 기자는 토요일 오후(3월 29일)까지 최소한 6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참한 광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두살짜리 여자아이 사이다 자파르의 코와 위에는 고무관이 꽂혀 있고, 온몸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그 아이의 이마와 조그만 두 눈과 턱뿐이었다. 그애 옆에는 피와 파리로 뒤덮인 오래된 붕대와 면봉 무더기가 놓여 있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더러운 침대에는 세살짜리 모하메드 아마이드가 얼굴, 배, 손, 발을 붕대로 꽁꽁 싸맨 채 누워 있었다. 그애가 누워 있는 침대 바닥에는 시커멓게 응고된 커다란 핏자국이 있었다.”

피스크는 이라크군의 대공 미사일이 이번 참사를 일으켰다는 미국과 영국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 증거로 폭탄 투하 장소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사는 한 노인이 폭탄 투척으로 생긴 직경 2m의 구멍에서 회수한 미사일 파편의 일련 번호와 코딩(coding)을 제시했다.

일련 번호는 30003-704ASB 7492이며 그 뒤에 적힌 로트 번호는 MFR 96214 09이다. 이 금속 파편이 진짜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96214 09’는 토마호크 등 미사일을 만드는 미국 무기제조기업 ‘Raytheon’의 ‘제조업체 코드’로 알려져 있다 : 옮긴이)
이라크 정부가 이 파편의 존재를 알아내기도 전에 피스크가 발견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미군 전폭기가 미사일을 투하하는 것을 보거나 들었다고 말했다. 그것도 밝은 대낮에, 하늘이 화창해서 시야가 뚜렷했을 때에.

현장에 찾아간 피스크와 캐나다 기자인 패트릭 그레이엄은 폭탄이 건물 파괴용이 아니라 인명 살상용으로 제작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폭탄 구멍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탄 부상의 정도가 매우 끔찍하며 인명 피해가 매우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피스크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보겠다.

“미사일이 터지면서 금속 파편 더미가 사람들, 주로 여성과 아이들에게 떨어졌으며, 벽돌로 허술하게 지은 집의 벽을 뚫고서 사지와 머리를 잘라버렸다. 시장 맞은 편 큰 길가 벽돌집 거실에 있던 세 형제(장남이 스물한살, 막내가 열두살이었다)의 몸을 베고, 두 집 건너에 사는 자매 둘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했다.”

알 누르 병원의 마취 전문의인 아메드 박사는 피스크에게 “우리는 이런 부상자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사람들은 수십개의 금속 조각에 박혀 온 몸에 구멍이 났다”고 말했다. 한 노인은 다리와 엉덩이 뒤편에 24개의 구멍이 뚫렸으며, 그 중엔 동전 크기만한 구멍도 있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결과 그의 몸에는 최소한 탄피 35개가 박혀 있었다.

지난 수요일 미군 폭격기가 발사한 미사일 두 대로 최소한 민간인 21명이 사망하거나 불에 타 숨진 알 샤아브(Al Shaab)와 마찬가지로, 슈알레(Shu'ale)는 파형 철판과 시멘트로 지은 단층 식료품 상점과 방 두개짜리 벽돌집이 모여 있는 가난한 시아파 무슬림 거주지역이다.

정부 관리가 안 보이자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 주민들은 미-영군에 대한 비난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것은 범죄”라면서 한 여성이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들의 목표는 군대라고 말하는 걸 분명히 들었다. 그런데 여기 어디에 군인이 있나? 당신 눈엔 미사일이 보이는가?”

지난 목요일에 알 샤아브 지역 근처에서 스커드 미사일 한대가 운반되는 것을 보았으며 슈알레 주변에는 방공포가 있다고 보도한 기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기들은 고공 비행하는 미군 전투기에게는 전혀 위협이 될 수 없다.

피스크와 그레이엄이 제시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 정부는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두 번의 공습 모두 이라크에 책임을 돌리고 있으며, 현재 이라크 노동자들은 정부의 지시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를 없애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한 대변인은 “이라크군의 지대공 미사일이 오작동을 일으켜, 그 중 상당수가 목표물을 맞추지 못하고 바그다드에 떨어져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사이드 알 사아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미-영군의 이라크 민간인들에 대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도시 외곽과 사막에서 계속 우리 군대에 패배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미-영군이 전술을 바꿔 바그다드를 포함한 도시의 민간인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으면서 학살은 시작되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맹렬한 공습이 벌어졌던 지난 금요일에는 미-영군이 바그다드에 폭탄과 미사일을 계속해서 퍼부었다. 민간 인프라 시설을 계획적으로 공격한 이번 공습으로 수많은 전화선이 두절된 상태이다.

이 날 처음으로 2,000kg의 ‘벙커 버스터’가 투하되어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텔레비전 방송국을 비롯한 언론 시설이 파괴되었다. 파괴된 목표물 중에는 국제 기자들이 사용하는 방송실도 포함되었다. 이 폭발로 외국 기자들이 투숙하고 있는 호텔을 비롯하여, 바그다드 시내 대부분에서 지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미 국방부는 ‘명령과 통제’를 수행하는 목표물에 대한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방송국은 명백히 민간인 시설이다. 방송국을 파괴한 것은 이라크의 도시들을 파괴하는 것과 이라크인들의 분노를 방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무엇보다도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여 이라크인들이 후세인 정권에 대해서 반기를 들게 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저항에 놀란 미-영국 정부는 연합군의 교전규칙을 수정하여 도심 지역에서 민간인 살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교전규칙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보다는 적을 괴멸시키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심지어 이라크군이 민간인 속에 섞여 있더라도 공격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일요일 이라크군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미군 네명이 사망한 뒤부터 연합군의 군사정책은‘이라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서 모든 이라크인을 전투원으로 가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즈의 한 특파원은 바그다드 남부 디와니야(Diwaniya)의 참상을 전하는 기사에서 이미 수많은 민간인이 총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에릭 슈럼프 해병대 하사관(28세)은 인근 주민들이 교전을 지켜보다가 사망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우리는 민간인 몇 명을 쏘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부대원들이 한 이라크 군인에게 총격을 가했을 때, 그 옆에 한 여성이 서 있었던 걸 보았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자 중동지역에서는 미군에 대한 적개심이 더욱 고조되었다.

요르단 일간지 알-두스투르는 ‘바그다드에서 엄청난 순교 발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으며, 이집트 일간지 아크바르 알-욤은 ‘바그다드에서 끔찍한 학살 자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신문 1면 절반 크기를 할애해,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 두 명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일간지 알-리야드의 머리말 기사 제목은 ‘침략군이 또다시 학살 자행’이었다.

베이루트에 거주하고 있는 시리아인 대학생 마흐무드 사히오니(컴퓨터 전공, 19세)는 “이 사진은 미국이 이라크 정권과 군대만이 아니라 이라크의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회피하고 있지만 학살 소식은 이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토요일 카이로에 있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여성들이 장례식 사진을 담은 이메일을 보고 있는 모습을 기사에 소개하기도 했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학생인 라나 코우리(정치학 전공, 20세)는 “이것은 언론 전쟁이다. 하지만 아랍인들에게도 대안이 아주 많다는 걸 미국인들도 조만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정말 가슴이 아픈 건 미국 방송에서는 이라크인들에게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만 떠들어 댈 뿐 학살당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서방 기자들과 인터뷰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들은 사담 후세인같은 지도자를 증오하지만 미-영 군대와 싸우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랍인 기독교도이며 암만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조지 엘나베르(36세)는 “부시는 점령군이며 테러리스트이다. 그는 전쟁을 비디오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후세인보다 미국인을 더 증오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미국 정계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조차 분노를 나타냈다. 알 아흐람 정치전략 연구센터의 디아 라쉬완 비교정치학과장은 “부시 대통령은 아랍을 잃었다. 우리와 그들의 관계는 이걸로 더 이상 끝”이라면서, “내일이라도 미국이 이기기 시작한다면, 바로 그 다음날 미국에서는 자살폭탄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돌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어 뉴스 주간지인 카이로 타임즈의 수메르 사이드 기자는 “이건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면서, “처음에는 석유를 위한 전쟁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국이 이라크를 도우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학살일 뿐이다. 미국 정부는 아랍인들을 싹 쓸어버릴 작정인가?”라고 물었다.

이집트의 저명한 소설가인 에자트 엘 캄하위는 “이 전쟁의 근본적인 희생자는 민간인들이다. 나는 민간인들을 폭격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지금 너무나 화가 난다”면서, “이 전쟁은 중동지역의 민주주의만을 손상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랍의 미래만이 아니라 미국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Henry Michaels / 번역 김지연)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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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4/02 [15: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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