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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압박에 광분하는 극우 수구세력
[시론] 미국의 북한압박은 붕괴 시나리오, 빌붙은 남한 수구세력 더 문제
 
이재봉   기사입력  2006/04/11 [11:59]
미국의 압박과 북한의 붕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북한 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삼은 듯하다. 나는 몇 해전부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무시할 수도 있고, 북한 체제의 붕괴를 추구할 수도 있으며, 북한을 폭격할 수도 있고, 북한과 협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가장 원하는 방안은 북한 체제의 붕괴이겠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작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 4차 6자회담이 타결될 때까지는 이 예상에 대한 의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미국은 작년 8월부터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북한의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먼저 작년 9월 중순 마카오의 한 은행 (Banco Delta Asia)을 “북한 관련 돈세탁 우선 우려 (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효과가 꽤 크게 나타난 모양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2006/04/10)에 따르면 일주일 이내에 전체 예금의 거의 40%가 빠져나갔단다. 이에 따라 그 은행은 평양과의 모든 거래를 끊고 북한과 연결된 거의 50구좌를 동결시켰으며, 세계 곳곳의 다른 은행들도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 북한과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다고 한다.
 
  11월부터는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여기저기서 북한의 달러 위조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북한을 ‘범죄 정권’이라고 몰아붙였다. 2006년 2월엔 중국은행의 한 홍콩지점에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위조 화폐 유통을 중지하도록 함으로써 중국까지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3월말에는 스위스의 한 사업가를 “북한 군부를 위한 기술 중개인 (technology broker)”으로 지목하고, 그의 회사 (Kohas AG)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부품을 확산시키는데 개입했다는 혐의를 씌워 미국내 자산을 동결시켰다.
 
  미국은 이러한 ‘표적 제재 (targeted sanctions)’가 북한 정권에 ‘막대한 압력 (huge pressure)’으로 작용해 매우 효과적이라고 믿으며, 평양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들에 대해 제재할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주석에게 “금융 거래에 대한 미국 단속의 압박 아래서 체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his regime might collapse under the weight of the U.S. crackdown on his financial dealings)”고 말했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난하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북한인권법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에 서명한 데 이어, 2005년 8월엔 이 법에 따라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했다. 또한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 인권에 관한 3차례의 국제 대회 및 관련 프로그램을 재정 지원했다. 제 1차 대회는 2005년 7월 워싱턴에서 열렸고, 2차 대회는 2005년 12월 서울에서 열렸으며, 3차 대회는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와 아울러 미국 정부는 3년 연속으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 기록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했으며, 작년 11월에는 유엔총회가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 기록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하도록 했다. 나아가 주한미국대사관의 보고서 (2006/04/05)에 따르면, 작년 12월에는 ‘UN 세계식량계획’을 포함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모두 끊는 한편,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남한의 시민단체들에겐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 2월 1일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자유가 없는 국가로 지목한 데 이어, 3월 8일 국무부가 발표한 2005년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다룬 보고서 (Country Reports on Human Rights Practices)에서는 북한에 대해 인권 기록이 “극도로 열악 (extremely poor)”하며 정부가 “무수한 심각한 탄압을 (numerous serious abuses)”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고로 미국은 해마다 자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인권 침해를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왔는데,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바로 다음날인 3월 9일 ‘2005년 미국의 인권 기록’을 발표하여 미국의 인권 상황이 ‘엉망’이라고 혹평했다.) 또한 3월말엔 미국의 ‘북한인권특사’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해 시비를 걸기도 했다.
 
  셋째, 군사 외교적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엔 백악관이 ‘국가안보전략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표했다. 2002년에 발표했던 안보전략의 핵심인 ‘선제공격 정책 (doctrine of pre-emption)’을 유지한 채 ‘폭정의 종식 (ending tyranny)’과 ‘효율적 민주주의 (effective democracy)’ 증진에 초점을 맞추어 수정 보완한 것이다. 먼저, 북한과 이란을 포함한 7개국을 지목하며 이들 나라에서의 폭정을 종식시키는 것을 미국의 안보 전략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관련해서는 이란과 북한을 꼽으며, 상대의 공격 여부가 불확실하더라도, 자위 (self defense)의 원칙에 따라 필요하면 선제 공격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동맹국들이나 우방국들의 협조가 없으면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은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남한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RSOI)을 벌였다.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릴 예정이어서 통일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시기를 조정해줄 것을 미리 요청했다지만, 이를 거부한 채 남북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군사훈련을 강행한 저의가 무엇일까. 특히 이번 군사훈련은 북한에 대한 작전계획 (OPLAN 5027)에 따라 실시되었다고 한 대목이 심상치 않다. 대부분의 작전계획이 처음엔 북한의 선제 공격과 우발적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 점령 계획도 포함되었고 기습 공격 방침도 추가되었다. 심지어는 북한을 자극하여 도발을 유도하는 계획까지 포함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총체적인 미국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로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런 가운데 남북 관계가 진전될 수 있고,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에 하나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면 그 에 따른 엄청난 혼란과 폐해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참고로 북한의 붕괴에 따른 혼란과 폐해를 주변국들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남한과 중국은 물론 일본도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원한과 적대감에 사로잡힌 남한의 극우 수구 세력은 미국에 빌붙어 속없이 북한 타도를 외치고 있으니 속터질 일이다.
 
* 필자는 원광대 교수로서 '남이랑북이랑'(http://pbpm.hihome.com/)의 편집인이며, 본문은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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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11 [11: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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