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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더 많은 한국영화 보고싶다”
한국 스크린쿼터지지 표명, 영화감독조합 김명곤 문광부 장관에 쓴소리
 
임순혜   기사입력  2006/03/29 [07:57]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3월 28일 오전에 발족한 가운데,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FTA 저지를 위한 146일 철야농성'이 3월 29일이면 24일째로 접어든다.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공원에서의 철야농성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몫이다.

3월 27일 오후,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천막농성장에 '스크린쿼터는 지켜야 하고 한미 FTA는 거부해야 합니다'라는 프랭카드를 걸었다.

▲ 스크린쿼터사수 농성장에서 영화감독들이 한미FTA 거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임순혜

또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올바른 인식의 공유를 위하여 '한국영화감독조합 스크린쿼터 특별위원회'가 준비한 '스크린쿼터와 한미 FTA' 라는 자료를 참석한 영화감독들과 읽으며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김명곤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의 취임에 붙이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리꾼이 어느 날 갑자기 랩퍼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노무현 정부는 김명곤씨를 신임 문화관광부장관으로 발탁하며 국민들에게 또 한번 정부가 문화를 아끼고 존중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며 "'문화인을 이용한 문화계 제압'이라는 속셈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 김경형 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마이크를 든 이가 변영주 감독이다.     © 임순혜

이어 "김명곤 내정자는 이제 예술가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내팽개치고,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의 상징으로 지목하고 있는 스크린쿼터를 세계화란 명목으로 반토막내는 노무현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는 길을 택해버린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성명서에는 "우리 감독들은 영화인들의 밥그릇만을 걱정하며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온 것은 아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나라의 명운이 달린 한미FTA로부터 얻을 진정한 국익에 대한 신중하고 철저한 검토 없이 무조건 스크린쿼터부터 줄이고 보자는 것에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서 김명곤 신임장관에게 "어느 때보다 드센 격변기의 문화부 수장으로서의 '소신'을 정립하기 바란다"며 "진정한 국익을 바라는 이 땅의 모든 시민들과 함께 나라의 영혼과 미래를 지키는 정의로운 물결에 동참해 주길 진정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박찬욱, 권칠인, 류승완) 인 영화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은 "스크린쿼터라는 7, 8년된 오래된 과제가 반복되고 있어 대중들에게 신선하지 않아 올바로 알게 할 과제가 있다. 예전엔 단기적인 과제인 '빼앗긴 나라' 다시 찾기였으나, '영화 잘 만들기'라는 일상 속의 지속 가능한 투쟁이 과제여서 영화감독 나름대로 또 다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권칠인 감독은 "주말의 명화를 보고 헐리우드 영화를 공부하고 배웠던 시기가 세뇌된 식민주의 인식을 한 과정이었다고 보면, 이제는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미국의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 영화인들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민주화라는 형식주의는 많이 극복하였으나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에는 싸움할 명분만 있으면 되었으나 요즈음은 어렵다. 과거보다 더 힘든 싸움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스크린쿼터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인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는 스크린쿼터문제만이 아니라 한미FTA 문제라고 공유하고 있다. 각 부문별 공대위가 만들어지고 있으나 결집이 아직 안되고 있다"며 "갖출 때까지 영화인들이 최전방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한미FTA를 좌절시키는 것이 급하고 스크린쿼터는 그 다음 문제다. 스크린쿼터 이전에 '한국영화산업구조합리화추진위원회'에서 스탭 처우문제, 극장 부율 문제 등을 논의하며 영화산업 노조, 미술조합 등 자체 부문별 조합을 만들고 시스템을 논의하던 중이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구체적 논의는 중단된 상태이기는 하나 기존 논의는 계속 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영화 <고양이를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 한미FTA 거부에 동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임순혜


김 감독은 "감독은 노조와 제작자 중간 위치에 있다. 영화계 구조는 일반 산업구조와는 다르다. 제작자는 고용주이기는 하나 자본가는 아니다. 궁극적인 자본은 투자, 배급사다. 왜곡된 제작 시스템, 부가 흘러가는 곳이 영화사마다 다르고 편차가 크다. 모두 만족하기는 어려우나 내부 소통구조가 열려있어 한국영화산업구조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연구하고 논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안전위주로 가게 되어 제작이 줄게되고 투자가 위축되어 감독들은 예술영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멕시코는 100여 편 만들던 것이 이제는 연간 3편밖에 못 만들고 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효과는 2년 후 쯤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질투는 나의 힘>을 제작한 박찬옥 감독은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영화를 일정부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영화를 잘 만든다고 해도 미국사람이 만드는 영화다. 한국인의 현실이나 문화, 정서에 맞지 않는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한국영화가 이제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에는 불안을 느낀다. 아직 한국영화의 토대는 얇다고 본다. 일본은 연간 280여 편의 영화를 만든다. 토대가 구축되어 시스템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큰 버팀목의 하나가 스크린쿼터다. 영화 시장이 일시에 붕괴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우려를 말했다.

또한 박찬옥 감독은 “스크린쿼터로 여러 가지가 위축되면 시대극 같은 자본이 많이 드는 영화는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시장에 걸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제작 여건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여성감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욱 더 기회가 적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변영주 감독이 영화 감독들의 천막농성 참여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 임순혜

이날, 스크린쿼터사수 농성장에는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 감독,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 <밀애>의 변영주 감독, <마법사들>의 송일곤 감독, <꽃피는 봄이 오면>의 유장하 감독, <태풍태양>의 정재은 감독, <그대안의 블루>의 이현승 감독, <외출>의 허준호 감독, <장화,홍련>의 김지운 감독, <잠복근무>의 박광춘 감독, <4인의 식탁>의 이수연 감독 등 40여명의 영화감독들이 농성에 참여하였다.

한편, 한국영화계에 보내는 미국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지지 서한도 공개되었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저는 문화적 교류가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이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라며 “제가 최근에 본 가장 우수하고 가장 흥분되는 영화들은 박찬욱, 홍상수, 박찬옥, 김기덕, 그리고 박광수와 같은 영화인들이 만든 한국영화였습니다. 저는 이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보고 배웠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저는 이 협정(한미FTA)으로 인해 위와 같은 감독들이, 더 많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는 지지를 보내왔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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