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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핵회담을 공회전시키는 이유
[북핵문제 바로보기] 부시의 노림수는 핵무기 아닌 핵에너지 개발억제
 
김기대   기사입력  2006/01/06 [01:30]
북핵문제가  4차 6자회담 합의 후 소강상태를 보이며 공회전하고 있다. 북한 꼬집기를 계속하는 부시행정부와 안일하게 쳐다만 보는 노무현정부를 뒷배경으로 북미간에는 “범죄정권”이라는 최고도의 자극적 언사를 주고받는 말싸움이 전개되며 긴장이 조성되는 가운데 회담진전은 공회전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오마이뉴스 정욱식 기자와 주한 미대사관 사이에 부시행정부의 성실한 협상태도 여부를 갖고 설전이 오고가고 있다.
 
이미 4차 6자 회담은 미국의 쟁점바꾸기의 일환이기에 부실한 선언적 합의 이후 지리한 논쟁에 빠져들 것을 예측한 바가 있다. 이것은 국내에서 나오는 얘기가 아니고 오히려 미국측의 정통한 분석가를 통해 이미 예견되었던 상황인 것이다.
 
지난번 ‘북핵문제 바로보기 4’를 통해  6자 회담의 선언적 합의에 의해 쟁점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허용 여부에서 허용은 하되 어떻게 또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시점에서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논쟁으로 빠져들게 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예상하여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대북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의 ‘악마는 세부적인 데 있다(Devil is in the detail)' 는 영어 속담을 소개하고 차후 협상이 지리한 논쟁속으로 빠져들 것임을 예시한 것이다.
 
세부적인 방법과 내용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논란을 펼치며 합의가 지연되고 시간을 끌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미 국민들에게는 익숙한 지리한 남북 회담에서 처럼 일방이 짜장면을 먹자면 상대는 짬뽕을 먹자는 식의 어긋난 대응을 하며 합의를 지연시키는 것이 가능하기에 엄청난 소모적 논란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의제선정에서 한식을 먹을 것인지 중식, 일식, 양식을 먹을 것인지 등 엄청난 시시비비 논란과 시간끌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합의를 보고자 하는 진지성, 성실성이 회담진전의 최대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실성에서 부시행정부는 지금 큰 의혹을 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꼬집기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위조지폐를 만들었다는 문제가 된 주장에 대한 증거 여부와 적실성 자체도 오마이뉴스의 정욱식 시민기자와 돈 Q. 워싱턴(Don Q. Washington) 주한 미 대사관 공보 공사참사관과의 설전에서 정 기자가 잘 지적한 것처럼 미국 측의 주장이 근거가 결여되어 있으며 대부분 의심이나 왜곡된 증거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제기하는 시점도 정략적이라는 말을 듣게 되어 있다.
 
미국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가령 노무현 정부 이전 즉, 이미 1989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오던 문제를 어느날 갑자기 강경하게 다루기 시작하며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분명 오비이락 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북한을 최고조로 자극하며 북핵문제와 연계시키면 북핵협상이 공회전하게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외교적 극언은 분명 외교적 긴장과 갈등을 조성하여 국제문제를 심각한 분쟁으로 몰고간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오죽하면 남 듣기 좋게 하는 말을 ‘외교적 수사’라고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서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최근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서방권 국가를 겨냥하여 2차 대전 당시의 유대인학살 사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이 만들어낸 꾸며된 이야기란 독설을 했을 때, 서방 세계는 발끈하게 반응하며 이란과 심각한 외교적 갈등관계가 조성되지 않았던가?
 
마찬가지로 북한의 위조지폐 등의 문제는 그 출처도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 오래 전부터 발생해왔던 문제인데 북핵문제가 선언적 합의를 보고 진전이 이루어지는 특정 시점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도 없이 주장만으로 강경하게 문제시 삼는 것은 그 문제 자체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공격시에도 의심만으로 전쟁을 시작하여 이라크 점렴 후에도 그 근거를 밝히지 못하며 다른 이유를 들먹인 적이 있기에 의구심은 상당한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이런 정황이 있기에 열린우리당의 김원웅 의원은 비외교적 언사로 북한을 자극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이런 강경 자극적 발언을 계속할 경우 국회에서 본국소환 결의를 할 것을 검토한다는 발언을 했던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런 자극적 언사나 회담지연을 초래하는 불성실성을 보인다면 즉각 군사적 보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교군사 역학관계상 할 수 없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는 회담 성실성과 공회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하고 있는 6자 회담을 공회전시키지 말고 진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회담을 공회전시키려는 이유
 
그러면 왜 미국은 회담을 공회전시키려는 것일까? 그것은 보수적인 부시행정부의 전통적 ‘힘의 외교’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지난 여름의 6자 합의 과정에서 북핵문제의 쟁점이 기존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 억제’였다는 것이 노출된 결과 명분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노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분싸움으로 북한을 압박하여 외교적 승리를 얻는데에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입싸움식의 회담은 공회전시키고 대신 군사적 압박을 통한 실력행사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외형상으로는 미국측의 양보에 의한 6자 합의였지만 미국측 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R. Hill)이 문책당하지 않고 오히려 부시대통령으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에 발목 잡혀 있는 상황이라 군사적 집결이 어려운 상황이고 국내적 상황도 여러가지로 좋지 않다. 부시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도 낮고 이라크전쟁에 대한 여론도 나쁘기 때문에 새로운 군사적 분쟁이나 긴장을 조성할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일단 군사적으로 이라크에서 발목이 빠지고 미국내 여론이 대북한 군사적 압박에 우호적으로 바뀔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공회전시키고, 여건이 호전되면 그때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통해 외교적 승리를 얻겠다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핵이용 권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은 사실상 전임의 클린턴 행정부처럼 경수로건설을 허용하는 것인데 보수적인 부시행정부로서는 그것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은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도 평화방송을 통해 인정한 일이다.
 
부시행정부는 북한 꼬집기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북한이 가장 자극을 받게 될 “범죄정부” 등의 막말에 가까운 적대감을 주한미대사가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다.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 최고의 외교관이 외교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거친 발언을 공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으로 미국무부도 확인해주고 있다.(중앙일보, 2005년 12월 15일자.) 최근 들어 북한 인권과 밀수 등의 문제가 사회쟁점화 되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되는 일이다.
 
이러한 외교상의 적대적 발언이 곧 바로 상대방인 북한을 자극하며 외교적 긴장을 초래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것으로 별도의 논증이 필요하지 않다. 북한 역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란 자신들이 내세우는 원칙에 따라 자극적이고 적대적인 대미 발언을 하고 있으며, 그러면 회담은 자연스럽게 공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원하는 군사적 집결과 압박이 가능한 시점까지는 이렇게 지리한 말싸움을 하며 시간을 끌고 가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는 정욱식 기자가 잘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핵문제에 대해 보다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은 비록 핵무기 자체는 북한이 만들었지만 사실상 부시행정부가 만든 작품이라는 미국 조야의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분명 부시행정부 이전에는 만들어진 적이 없는 북한의 핵무기는 부시행정부의 강성 압박외교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한 “클린턴 대통령 8년 재임기간에는 북한이 한 개의 핵무기도 만들지 않았으나 부시 대통령 집권 4년에 약 6개를” 만들었다는 논평이 가장 진실에 근접하는 것으로 주목되는 논평인 것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시행정부의 강성 매질외교가 결국 북한의 공식적인 핵무장을 재촉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아의 안정과 평화를 뒤흔들었으며 NPT를 중심으로 한 미국중심의 국제체제에도 금이 가게 돼 결과적으로도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도 훼손된 것이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는 ‘힘의 외교’에 대한 과잉된 신앙을 접고 그동안의 강성외교의 손익에 대한 냉철한 현실적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부시행정부의 과잉된 대북 강공책으로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와 힘의 외교 정책에 대한 거부반응이 상당한 정도로 조성되어 있으며, 미국 주도의 전쟁 가능성과 함께 북한동정론이 확산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전통적 한미 혈맹관계에 금이 가게 하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스'톡홀롬 증후군'이라 명명하여 북한에 대한 강공 무력사용 의지표명은 그 참혹한 결과를 함께 치루게 될 인질이 된 남한사회를 자극시켜 오히려 진압군과 같은 부시행정부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질범과 같은 북한에 동정하고 편드는 역설적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들어 점증하는 한미 동맹의 균열 책임도 사실은 상당 부분 군사작전을 포함한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부시행정부에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북핵문제는 사실 일본측의 핵개발문제와도 연동되어 있으며 일본이 향유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과 비교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도 동시에 엄청난 불평등과 차별을 겪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류토늄 양은 최대치를 감안하더라도 몇 십 KG의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세계 제4위의 플루토늄 보유국(40톤)으로 핵무기 5,000기를 생산가능한 엄청난 양을 보유하고 있다.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에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 재처리공장을 건설하여  2005년 연말부터 연간 1,000기의 핵무기가 생산가능한 5톤의 양을 매년 생산보유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꿈의 원자로라 불리는 고속증식로 건설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합법화 결정을 내려 고슥증식로원형로(原型爐) 가동의 길도 열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에너지부족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한을 일방적으로 또 무조건항복 식으로 억제하기도 힘든 것이다.
 
노무현정부가 해야 될 일
 
노무현정부는 실속없이 분주하게만 움직였지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화내빈이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균형자’ ‘동북아시대’ 등 화려한 말을 하며 자주적이고 주도적 외교를 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내용은 부시행정부에 끌려만 다니며 심부름만 분주하게 하는 내용없는 외교 일색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장님 정책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바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야 한다며 콜레라 흡입론을 펼친 정권실세 유시민의원의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북핵문제는 이라크 파병 문제와는 하등 연관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해외파병과 연관시키는 까막눈 외교를 주장하며 북핵문제도 망치고 파병문제도 망치는 이중적 손실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런 눈먼 상태가 계속되었기에 부시행정부는 오히려 강성 압박 외교를 통해 북한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남한의 외교적 양보를 스스로 자초하게 만드는 꽃놀이 패를 즐기며 남북한을 함께 압박하여 이익을 취하는 이중적 압박게임을 즐겼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해찬 총리와의 중동순방 길에서 기자들에게 북핵문제는 잘 관리되고 있다는 말을 하며 현실을 오도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가장 깊은 교감을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정권실세로서의 비중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인 것이다. 이런 현상을 오도하는 왜곡된 발언은 나라를 생각하기 보다는 정권의 안위만을 생각할 때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정권에 미칠 악영향만을 생각하며 황우석의 사기행각을 두둔하고 침해받던 방송사의 언론자유에 침을 뱉던 행위와 같은 일인 것이다.
 
북핵문제는 사실 그동안 잘 관리된 적도 없으며 우리의 역학관계상 잘 관리될 수도 없는 사안이다. 노무현정부는 그냥 끌려가다시피 했지 정책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도 없었던 것이다. 얼마나 눈먼 행정을 한 것인지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핵무장 선언을 하기 직전인 작년 2월 10일까지도 6자회담을 낙관하는 호언을 계속하다가 북핵무장 선언을 맞는 충격을 겪기도 한 것이다. 이런 것이 그동안 노무현정부의 대북 핵정책 실제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작년 9월의 6자 합의 자체도 사실은 정부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기 보다는 시민사회의 노력에 의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억제라는 숨겨진 쟁점이 노출되어 이루어진 일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실적주의에 목마른 정부를 편들기 위해 견강부회 식으로 무리하게 정부의 실적을 옹호하며 현실을 왜곡한 것이다.
 
현재의 국면은 부시행정부가 군사적 압박을 하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에 미국측의 양보에 의한 협상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점인데 그런 곳으로 국민적 관심은 집중시키지 않고 파당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엉뚱한 주장으로 현실을 호도하면 좋은 기회를 놓치며 국가적 위난사태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거칠게 나오면 세계의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다. 정부가 회담진전을 위해 북한지도자의 호칭을 좀 바꾸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잘 바꿀 수 없었다는 비화가 나와 있을 정도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 미국이 과거에 비해 다소간 또 상대적으로 유화적 국면으로 진입한 시점에서 안이하게 구경꾼 마냥 북한 꼬집기를 구경만 하며 같이 시간을 소모하며 낙관하는 것은 위기를 저축하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정부가 엉뚱한 낙관론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성실하게 북미간 중재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양보가 가능한 유화적 국면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부시행정부가 이라크 사태에 발목 잡혀 현실적으로 군사적 압력을 할 수 없어 유화적 협상국면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지금 나서서 실질적 진전을 기하는 협상과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차후 곧 바로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없이 북핵문제는 잘 관리되고 있다는 현실호도적 주장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임진왜란 직전에 민심동요를 우려하며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는 김성일 부사의 당파적 코드정치 발언과 마찬가지로 차후의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는 효과를 갖는다. 지금은 10만 양병을 하는 마음 가짐으로 정욱식 기자처럼 미국의 성실한 협상을 유도하여 진정한 타결을 이루어내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정권의 안위와 홍보만을 위해 국민을 오도하는 발언을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북핵문제는 이제까지 겪으며 잘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해결이 대단히 어렵고 곧 바로 남북 전민족의 공멸 위기로 연결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결코 안일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기회 뒤의 위기라고 협상에 유리한 이 국면에서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곧 바로 수습하기 힘든 위기국면에 돌입하는 상황인 것이다. 만의 하나 노무현 정부의 임기만 때우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은 추호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 민주당 정책 회복에 해결책 있어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 정부는 단순히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식의 시늉만 해서는 안 된다. 정책을 명확하게 수립하여 대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북한측에서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실효성 없는 정동영 전 장관의 대북 중대제안에 묶여있어서는 안 된다.
 
실질적 해결책은, 이미 이전의 글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94년도의 북미간 합의로 되돌아가 케도(KEDO)사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최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간의 약간의 상황적 변화를 감안하여 이 합의안에서 약간의 수정이 있으면 된다.
 
94년도의 북미간 합의는 동일한 현장, 동일한 쟁점, 그리고 사실상 동일한 국제 행위자들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며 엄청난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마련된 것이기에 미국과 북한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현실성이 있는 제안이고 해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민주당의 합의안이기 때문에 반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편드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이미 만족한 것으로 나와 있고 또 이 안에서 일부 양보할 의향마져 피력한 바가 있다. 이것은 유럽연합이 이란에 제안한 제안과도 일정 수준 비슷한 점을 갖고 있어 서방세계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기도 하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사업의 계속이 이론적으로 맞다는 것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도 확인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단지 부시행정부가 정치적 이유에서 KEDO에 의한 대북 경수로 제공에 냉소적으로 보고 있기에 문제가 강경대치 쪽으로 흐르며 꼬이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미 KEDO를 통해 약 12억 달러라는 거대한 금액을 쏟아부었다. 이 혈세는 노무현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치며 KEDO와 경수로 건설을 한국정부가 옹호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한겨레신문, 2005년 10월 5일자 기사)
 
이런 것은 정동영 제안에서 발생하는 6조5천억원에서 11조 원이라는 엄청난 대북송전 비용을 절감하는 안이기도 하고, KEDO 경수로 사업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에 약 13억달러, 일본국제협력은행에 약 4억5천400만달러의 부채와 관련된 국제송사를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무현정부는 이러한 점을 놓치지 말고 이런 점에 착안한 대안을 내어놓고 부시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94년도 합의로 복귀하여 KEDO사업을 계속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가능한 경우의 수는 부시행정부가 지향하는 대북 군사적 조치 혹은 그 바로 직전에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무조건적인 항복의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는데, 전자는 한반도 전쟁재앙이 되며 둘째는 사실상 가능성이 전무한 일인 것이다. 참여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충돌하기도 한다.
 
따라서 노무현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부시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잘 보여주듯이 부시행정부에 끌려만 가다 나중에 수습하기 힘든 위기국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4차 6자합의는 미국의 양보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라는 일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의 분석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의 실질적 양보가 없이는 한 걸음도 나가기 힘든 것이 6자 회담의 숨어있는 속성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지금이 바로 미국의 실질적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국면임을 유의하여 미국의 북한 꼬집기 정책에 현혹되거나 혹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정권실세의 허황된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인디언섬머처럼 다가온 협상에 좋은 국면을 놓치지 말고 실질적 타결을 이뤄낼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기회는 늘 오는 것이 아니고 또 기회 뒤에는 위기라는 점을 깊이 유의하여 민족적 명운이 달린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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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06 [01: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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