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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무료진료소 강제철거에 홀로 맞서다
서울역 광장의 새 노숙자 무료진료소 강제철거에 저지를 위해 철도 공안요원과 대치중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05/10/11 [20:14]
노숙자 다시서기센터 임영인 신부가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의 노숙자 진료소 앞에서 철도 공안요원들과 홀로 대치 중이다.

서울에 하나뿐인 '노숙인무료진료소'에 한달 2천명이 넘는 빈곤층 환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공간이 부족해 기본적인 진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노숙자 다시서기센터 임영인 신부가 서울역 광장의 노숙자 진료소 앞에서 철도 공안요원들과 홀로 대치하고 있다.     © CBS 보도국 류승일기자


무료진료소를 운영해온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는 그동안 철도공사나 서울역측과 공간 확충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자 이날 서울역 광장에 있는 혈액원 뒤쪽 공간에 진료를 위한 컨테이너 박스 3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서울역측은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고, 진료를 하지 못하게 트럭으로 아예 컨테이너 입구를 가로막았다.

CBS 보도국 류승일기자
 

'4평' 노숙인진료소 무단 확충…서울역, 강제철거 나서 
 
서울에 하나뿐인 '노숙인무료진료소'에 한달 2천명이 넘는 빈곤층 환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공간이 부족해 기본적인 진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료진료소를 운영해온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는 그동안 철도공사나 서울역측과 공간 확충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11일 최후의 수단을 강구했다.

서울역 광장에 있는 혈액원 뒤쪽 공간에 진료를 위한 컨테이너 박스 3개를 설치한 것이다.

30여평 정도로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지금의 4평과 비교하면 노숙인들에게 비교적 질 높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노숙자 다시서기 모임\' 회원이 서울역측이 전달한 노숙자무료진료소 철거 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     © CBS 보도국 류승일기자


하지만 첫날부터 벽에 부딪혔다.

서울역측이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4평 진료소, 공간확충 협상무산되자 컨테이너 박스 3개 무단 설치…서울역, "불법시설물" 철거 요구

공안요원과 서울역 지원 수십여명이 동원됐고 급기야 진료를 하지 못하게 트럭으로 컨테이너 입구를 가로막았다.

박선규 서울역장은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불법 시설물을 가져다 놨다"며 "우리로서는 법에 따라 강제철거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선규 역장은 "서울역 인근에 진료소를 설치하면 노숙자가 더 많이 몰리고 되고 이럴 경우 서울역을 이용하는 20여만명의 시민이나 노숙인들 모두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 임영인 신부는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이것은 인권 차원의 문제"라며 "노숙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황에서 진료를 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진료 강행 의사를 밝혔다.

장수미 의료팀장은 "노숙인 사망사건의 상당수가 동절기에 일어난다"며 "겨울이 오기전에 진료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지만 서울역의 비협조로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몇달동안의 협상에서 철도공사측은 서울역이 아닌 용산역 인근 공사 부지에 진료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 \'노숙인 무료진료소\' 측에 강제철거 명령서를 전달한 뒤 진료소 입구를 철도청 차량으로 차단하고 있다.     © CBS 보도국 류승일기자

서울역측, "노숙자 몰려 시민·노숙인 모두 불편"…지원센터, "접근성 떨어져 다른 곳은 무의미"

그러나 지원센터측은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서울역에 몰려 있다"며 "서울역이 아닌 다른 곳은 접근성이 떨어져 진료소를 설치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2001년에 문을 연 무료진료소는 노숙인 뿐 아니라 인근 쪽방 생활자 등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빈곤 계층의 유일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4평 남짓한 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은 하루 평균 120명, 한달이면 2천4백여명이 넘다.

이러다보니 진료소는 항상 만원이어서 찢어진 상처를 꿰메는 것은 고사하고 주사를 놓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다.

격리된 공간이 없다보니 환자 개인의 의료 정보도 고스란히 공개될 수 밖에 없다.

진료할 장소가 부족해 노숙인 등 빈곤층의 의료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노숙인들에게 치명적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CBS 사회부 도성해 기자
 

최초작성시간 : 2005-10-11 오후 5:24:37
최종수정시간 : 2005-10-11 오후 6: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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