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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수고했다, 그러나 2% 부족하다
[논단] 가수요억제와 공급확대의 어색한 만남, 조세개혁으로 풀어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5/08/31 [18:22]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8.31부동산 종합 대책(이하 8.31 대책이라 한다)이 드디어 발표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과 관련된 대책인데다 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참여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대책이라고 볼 수 있기에 8.31 대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오늘 발표된 8.31 대책은 주택, 토지, 세제, 금융 등 부동산에 관련된 모든 정책 수단들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자! 이제 구체적으로 8.31 대책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8.31 대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8.31 대책은 크게 주택부문, 토지부문, 세제부문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주택부문에는 실거래가 신고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거래투명성, 미니신도시 건설 및 강북 광역 개발 등을 수단으로 하는 주택공급확대, 공공택지 지역 내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에 대한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 전매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부문 역할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토지부문에는 취득요건 강화, 전매요건 강화, 기반시설부담금 및 개발부담금 부과를 내용으로 하는 개발이익 환수 등의 조치가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세제부분에서는 보유단계에서 종부세 과세대상과 실효세율을 현실화했고, 양도단계에서 1가구 2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양도세율을 상향했으며 투기 우려 지역 내 비사업용토지에 대해서 양도세를 중과하고 있다.
 
참고로 금융부문에서는 투기지역 내에서 가구별 아파트담보대출을 제한함으로써 투기적 가수요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쌈짓돈으로 삼는 일을 차단하려고 고심한 점이 눈에 띈다.
 
위에서 8.31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았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쉽게 알 일이지만 8.31 대책은 현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수단들을 동원한 것이 사실이고,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도 인정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31 대책에 대해서 적극적 지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대책이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서 철저히 왜곡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정상화시키는데 많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8.31 대책의 문제점과 남은 과제
 
8.31 대책은 부동산 정책의 두 가지 큰 흐름인 ‘가수요억제론’과 ‘공급확대론’ 양 쪽에 다 기대고 있다. 물론 8.31 대책이 ‘공급확대론’ 보다 ‘가수요억제론’에 방점이 찍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과도하리만큼 공급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집회모습     ©대자보
 
추측컨대 정부와 여당은 최근에 계속된 국지적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투기적 가수요에 있다고 의심은 하지만, 확신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정은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불로소득 환수에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에 두는 선택을 함으로써 ‘공급확대론’의 자장(磁場)안에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아울러 공급확대만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연일 목청을 높이는 자칭 ‘시장주의자’들과 보수언론들의 대대적인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양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
 
이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당정은 ‘가수요억제’와 ‘공급확대’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남녀를 억지로 짝지어 결혼식장에 내몬 셈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 결혼식장의 이름은 8.31 대책이다.
 
송파 미니신도시를 건설하고 5년간 150만 채-그 중 42만 채가 중대형 아파트이다-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원대하지만 무모한(?) 계획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라는 조세개혁의 탁월한 효과와 의미를 크게 반감시켰다.
 
정부와 여당은 대척점에 있는 ‘가수요억제책’과 ‘공급확대책’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의 혼란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과 부동산 부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한편 '가수요억제' 및 '불로소득환수'를 목적으로 설계된 세제개혁도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종부세 과세대상은 한 줌에 지나지 않고, 양도세 중과의 그물망은 너무 성기며, 개발이익환수장치도 그리 정교하지 않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고, 엎질러진 물인 것을! 어쩌면 이 정도 부동산 대책이 참여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일지도 모른다. 
 
이제 공은 국민들과 시민단체에 넘어갔다. 8.31 대책의 성과 중 하나인 조세개혁을 더욱 심화, 발전시키고 지나치게 비대해진 공급확대를 축소시킬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8.31 대책이 입법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협력으로 크게 후퇴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국민들이 ‘부동산 정의 없이 경제정의 없고, 경제정의 없이 사회정의 없다’는 경구를 명심하고 직접 행동에 나설 때이다.
 
투기와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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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31 [18: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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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경 2005/09/02 [09:45] 수정 | 삭제
  •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들이 금리 부담없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투자에 사용하고 이러한 투자가 고용증진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소비촉진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리는 여러 경제 여건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지 부동산 투기를 잡을 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은 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최근 부동산 투기를 용이하게 한 건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부동산 투기, 보다 좁혀서 토지투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세제개혁을 통해서 이를 철저히 환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 무주택자 2005/09/01 [17:43] 수정 | 삭제
  • 무주택자, 부동산 거품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광화문 교보문고 앞으로!!
    아내모(아파트값 내리기 모임 cafe.daum.net/downapt) 주최로 촛불모임 있습니다.

  • 생존주의자 2005/09/01 [10:03] 수정 | 삭제
  • 우리나라는 상속세율도 미국 일본 독일 대만보다 낮은 편이다. 미국은 상속규모가 3백만달러(약 30억원)를 넘으면 55%의 세금을 부과한다. 독일의 경우 최고세율이 무려 75%, 일본은 70%, 대만은 60%이다.

    우리나라는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50억 원 이하 40% 50억 원 초과 45%인데 제대로 걷은 역사가 없어 년 20조원의 세금 중 1조원만 걷고 있다.

    상속세 최소 대만의 60%로 올리고 제대로 걷으면 부동산 투기 그냥 잡히는데 상속세 올리자는 소리는 없고 토지공개념이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웃기는 사람들 많다. 토지공개념을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야할지에 대한 방안 없이 대책 없는 소리하는 사람들 보면 참 암담하다.
  • 음... 2005/09/01 [09:17] 수정 | 삭제
  • 금리 관련해서는 조치가 필요 없을지 좀 설명해주실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