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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제2탄, 사면초가 검찰이 사는 법
[논단] 떡값검사들은 '이건희게이트' 진실규명으로 국민의 신뢰 회복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5/08/18 [19:30]
18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X파일 내용을 토대로 떡값을 받은 검찰 고위 간부들의 명단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노 의원의 실명공개는 이른바 X파일로 불리는 사건의 초점이 불법도청에 모아지고 있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여론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이 공개한 X파일 내용을 보면 삼성이 명절 때마다 떡값 리스트를 작성해 검찰에 체계적으로 떡값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곧 검찰 내에 이른바 삼성장학생이 존재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상당한 신빙성을 지닌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튼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떡값-세상에 이렇게 비싼 떡값도 있나?-을 받은 검찰 고위간부들의 실명이 공개된 마당이니 검찰로서도 이른바 이건희 게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명분이 없게 되었다.

만약 실명이 공개된 전현직 검사들이 결백하다면 이를 명명백백히 밝혀 이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주지하다시피 X파일 사건은, 이른바 이건희 게이트로 불리는 정(政)-재(財)-언(言)-검(檢) 간의 유착이라는 요소와 국가 정보기관에 의한 불법도청이라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정치와 경제를 망라하고 국가운영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 및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점, 감시와 견제가 부재하다는 점, 피해대상이 전 국민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이건희 게이트가 훨씬 악성이라 할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정보기관에 의해서 자행됐던 불법도청은 그 대상과 빈도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정권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그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라는 점을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사람마다 이건희 게이트와 불법도청 중 어떤 것이 더 나쁜가에 대한 가치판단은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이건희 게이트와 불법도청의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X파일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상황은 영 이상하게 전개되어서 신문과 방송에서 이건희 게이트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불법도청에 대한 보도만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점입가경인 것은 이건희 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마저 수사의 방향을 온통 불법도청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희 게이트의 주범(?)이라 할 삼성이 돌연 불법도청의 피해자로 변신하여 연일 펼치고 있는 활약상에 이르면 차라리 웃음마저 나올 지경이다.

어쩌면 한국사회의 힘 있는 그룹들 대부분이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이건희 게이트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하나둘이 아니겠지만, 진실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노회찬 의원의 떡값검사 실명공개는 어둠 속에 감춰졌던 진실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에게로 넘어갔다. 만약 검찰이 이번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이건희 게이트의 본질을 외면한 채 떡값검사들의 뇌물 수수여부에만 수사를 국한시킨다면 검찰은 영영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거악(巨惡)과 맞서 싸우는 검찰을 갖기를 소망한다는 사실을 검찰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검찰청법을 보면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이자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2005년 8월 대한민국 검찰은 자신들이 공익의 대표자면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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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18 [19: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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