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과정 및 도청자료 입수과정은 이번 X파일 사건에서 뱀 다리(사족)에 불과하다. 아니 굳이 흠을 잡으려면 개미다리정도까지 비유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치권력 자본권력 언론권력 그리고 검찰 및 안기부와 같은 관료권력 등의 범죄행위가 담겨있는 X파일의 내용은 코끼리 몸통이다.
한데 지금 검찰의 수사방향을 보면 기가 막힌다. 이들의 눈구멍은 어찌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사족이나 존재한다고 해도 본질과 전혀 상관없이 사건의 초점 흐리기 용도로 쓰일 만한 개미의 다리만 현미경을 들이댄다. 현미경없이도 볼 수 있는 코끼리 몸통은 굳이 외면한다.
권력의 시녀에서 자본의 시녀로 전락한 한국검찰의 자화상을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미 '이상호의 X파일' 안에 들어 있는 전/현직 검사장 5명을 포함한 10명이 삼성의 뇌물을 받아먹었다. 부패 바이러스는 단지 이들 실명이 거론된 검찰 내의 10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검찰 조직 내에서 퍼뜨린 부패바이러스가 어디까지 감염되었는지 그 폭과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검찰은 한편으로는, 지난 주 발견된 300개에 가까운 새로운 X파일에 담긴 내용의 공개여부를 두고 마치 '제 것'인양 폼을 재며, 공개 수위를 어디까지 하니 마니 하며 한껏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작 국가사회가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상을 줘도 시원찮을 MBC와 MBC 기자 이상호에게 '소환'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권력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 주 내내 검찰이 출국금지조치를 내린 인물들을 보면, 개미 다리만 쳐다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소위 '이상호 X파일'의 몸통은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몸종 이학수와 정치브로커 홍석현이 깃털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건희와 이학수의 출국금지조치는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홍석현의 범죄행위가 명명백백 드러난 지금까지도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의 눈구멍은 어찌하여 이리도 국민들의 분노를 읽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본문은 <미디어오늘>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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