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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젖 숭배자들이 잊고 있는 것
[정문순 칼럼] 육아와 가사로 여성의 몸을 집 안에 묶어두지 마라
 
정문순   기사입력  2005/04/25 [15:01]
거울을 들여다볼 때 시선이 가슴 깨를 향하면 아쉬운 마음이 고개를 든다. 오래 전 젖먹이 아이가 거쳐간 내 몸에는 여자가 아닌 엄마로만 살았던 한때가 새겨져 있다. 아이가 ‘무공해’의 양식을 얻는 대가로 돌이킬 수 없는 변형을 입은 몸에 눈길이 가노라면 아쉬움을 넘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몸에 남긴 기억만 유쾌하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모유 수유에 대한 딴죽
 
수유기간 동안 젖먹이를 떼어놓고 외출하는 건 잠깐이라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몸에서 저절로 분비되는 유즙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을 뻔하기도 했다. 젖을 먹이는 여자는, 어미 캥거루처럼 싫든 좋든 아이와 한 몸으로 살아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젖을 뗄 때도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아이에게 엄마젖을 물리는 일은 수시로 가루우유를 물에 개어 먹이는 노동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사고가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알 수 없다.
 
첨단의 기술문명을 누리는 시대에도 가임 여성들은 출산, 육아와 관련한 일에서 완고하고도 집요하게 전통적인 방식을 강요당하고 있다. 소젖이 아닌 엄마젖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미의 도리라는 건, 한국 사회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요지부동의 진리처럼 굳어져 있다. 이러한 믿음은, 자신의 체형을 걱정하느라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는 여성을 이기적이거나 모성이 결핍된 사람인 양 매도하는 태도에 길을 열어놓는다. 육아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강조는 분만에도 옮아가 오래된 분만법 중 하나인 수중분만이 유행을 탄 적도 있다.
 
수유에서 보듯 전래의 출산·육아 방식이 엄마에게 불편한 바가 적지 않음에도 왜 그런 점은 감추어지는 걸까. 여성의 몸은 인공이 가해지는 것보다 자연적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그럴싸한 사고가 먹혀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성의 몸을 생각해주는 사고라고 본다면 단단한 착각이다. 여성을 자연에 빗대는 건 매우 고전적이고 낯익은 사고방식에 속한다.
 
발전보다는 정체, 적극성보다는 수동성,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 등과 연관된 자연은, 여성적인 것과 잘 어울린다고 인식되고 있다. 자연이 여성이라면 문명은 남성이다. 도시화나 문명, 개발 등이 남자들의 몫이라면 여자들의 몸만큼은 문명화되거나 개척되지 않은 자연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즉 고래로부터 여성에게 주어진 전통적 역할을 순순히 따라달라는 요구가, 여성을 자연과 겹쳐놓는 이들의 사고에 깔려 있다.
 
출산 육아에 매어둔 여성의 몸
 
전래적 성별 분업 체계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족 안에서 엄마나 아내로 머물러 있는 것밖에는 없다. 이런 체계에서 직장에 나가는 여성은 자연의 섭리를 버리고 남자의 영역에 끼어든 ‘반자연’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쯤 되면 모유 수유를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정작 집밖에서, 일터에서 젖을 먹일 공간 하나 마련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 사회의 속내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라고 떠드는 목소리에는 여성을 남자들과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집에서 아내와 엄마로만 머물러 있는 존재로 못박아두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여성의 정체성을 가정주부에 붙들어두는 사회라면 직장을 나가는 여성들이 그 존재감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여성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40% 가량이 여성인 나라라도 비정규직 여성 문제는 아무렇게나 처리돼도 뒤탈이 일어나지 않는다. 생리유급휴가는 증발했고 임신과 출산은 계약해지로 치닫는다. 아이 낳는 일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주변부 노동력이 될 기회마저 빼앗는 셈이다. 노사정 회의에서도 여성을 대변할 사람은 없으며, 성평등을 지향한다는 여성부는 ‘건강한’ 가족이나 소수의 여성고급인력의 육성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여성의 몸을 가사노동과 출산, 육아에 매어 두는 데 열심인 것은 세속의 가부장 권력을 대변하는 종교에서 더욱 철저하게 관철된다. 가톨릭은 나치 유겐트 출신으로 낙태와 동성애는 물론이고 피임까지 반대하는 사람을 그들의 ‘아버지’로 뽑았다. 여성의 몸이 애 낳는 기계에서 독립적인 시민이 되기 위한 싸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 편집위원
 
* 필자는 문학평론가입니다.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4월 25일자에도 실렸습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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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25 [15: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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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zz 2005/10/19 [19:51] 수정 | 삭제
  • 남성의 몸은 애 만드는 기계라는 말은 왜 안하노....
    사랑 출산 수유, 노동운동까지도 성차별이라는 명분으로 딴죽거는 것인가?
    남성들 서서 오줌싸는 것도 성차별이라하시지....
    내일부터 모두 쭈그려 앉아서..........
    무공해 식품을 아기에게 안 주더라도 몸은 찌그러져 가는 것이지....
    찌그러져 가야하는데 안찌그러지면 더 보기싫은 것이라.....
    첨단 기술문명이 발달 했다하더라도 모유가 좋으면 모유를 먹이고... 문제가 있으면 소젖을 먹이고..... 그런데 소젓보다는 모유가 좋다는 것을 참고하고....알아서 해라... 는 내용을 모든 남성들이 자기 마누라에게 모유안먹이면 뚜드려패죽일 것 같다는 어투로 '가임 여성들은 출산, 육아와 관련한 일에서 완고하고도 집요하게 전통적인 방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고, '소젖이 아닌 엄마젖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미의 도리라는 건, 한국 사회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요지부동의 진리처럼 굳어져 있다.' 고 하여 분유회사가 모두 망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며,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는 여성을 이기적이거나 모성이 결핍된 사람인 양 매도하는 태도에 길을 열어놓는다. 라고 하고 있으나,

    2부에서 계속.......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4월 25일자에는 안 실렸습니다.

  • GOHOME 2005/05/12 [12:12] 수정 | 삭제
  • 여성에 대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은 어느 트거정의 교황만을 들어 개인적인 비판을 하는 자체가 옳지 않다,

    이문제는 교황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기독교 의 본질 문제이다,
    기독교의 창조신화에 부터 시작 한다,
    이 신화에서 여성은 남성과 같은 인격체가 아니다, MEN 만이 인간이고
    WOMEN 은 남성의 부속물 이다,

    신을 접하고 신을 대리할 수있는 자는 남성만이 가능 하다,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일다에서 2005/04/26 [12:57] 수정 | 삭제
  • 여성주의 웹진 일다에서 본 글입니다.
    서태영님의 호의적인 평가가 무색해지는 인물입니다.
    한번 보시죠^^

    가톨릭의 숱한 과오를 사죄한 역사적인 일을 해낸 요한 바오로 2세가 끝내 이혼 반대, 피임 반대,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등의 입장을 고수하는데 일조했던 인물이 바로, 요한 바오로 2세의 “오른팔”이었던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라 한다. 요한 바오로 2세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그를 아주 든든히 받쳐줬다지. 동성애와 자위행위 등을 금지한 교황청 성윤리 지침이며, 반(反) 페미니즘 문건인 ‘교회와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협력에 관하여’ 같은 것들도 다 베네딕토 16세가 써 낸 거라고 하던데. 아휴, 낙태에 대해서도 절대 반대, 여성사제 서품도 절대 반대. 어쩜 좋아.

    심지어 베네딕토 16세는 나치 전력까지 있는 인물이란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지금 독일에서는 과거사의 올바른 청산을 위해 그렇게 공을 들이고 있는데 바티칸이 선택한 인물은 나치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니. 아. ‘전통적’인 ‘윤리’에 반하는 세계의 대안적 흐름들을 종교의 강력한 힘으로 막아들 보시겠다 이건가? ‘윤리’를 저버리는 이들을 계도하기 위한 사명감을 띠고서 그리 열심들인 것일까?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시절 브라질의 대표적인 해방신학 지지자인 보프 신부를 추방하는 데 앞장섰던 장본인도 베네딕토 16세다. 당시 바티칸은 두 번이나 보프 신부를 불러들여 이미 분명히 드러나 있던 보프 신부의 정치적인 입장을 새삼스럽게 표명하도록 하여 신부를 난처하게 했다 한다. 이건 중남미 민족해방운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해방신학을 로마 가톨릭이 전면적으로 부정한 사건이기 때문에, 중남미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은 지금 베네딕토 16세의 즉위를 “재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는 부시가 미 대통령 사상 처음이라는데 그것도 좀 무섭다. 동성결혼이나 낙태 등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함일 테니. 진보를 죄악시하고, 다양성이란 가치관을 죽이며, 여성과 동성애자의 인권에 무심한 교황청은 대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난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청의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아는 한, 한국의 레즈비언으로서도 무섭지 않을 수 없다.
  • 서태영 2005/04/25 [19:55] 수정 | 삭제
  • "여성의 몸을 가사노동과 출산, 육아에 매어 두는 데 열심인 것은 세속의 가부장 권력을 대변하는 종교에서 더욱 철저하게 관철된다. 가톨릭은 나치 유겐트 출신으로 낙태와 동성애는 물론이고 피임까지 반대하는 사람을 그들의 ‘아버지’로 뽑았다. 여성의 몸이 애 낳는 기계에서 독립적인 시민이 되기 위한 싸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 정선생님, 결론 부분에 대하여 한 말씀 올립니다. 정선생 역시
    국내 언론이 건네준 피해자가 아닌가 싶어서 관련 기사를
    옮겨 놓습니다. 일전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국내언론은
    네오콘의 매파 전쟁광인 것처럼 소개했는데 실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라이스로 인한 불안감 조성은 진보지 보수지가 망라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시사저널이 라이스 장관을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오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베네딕트 교황 역시 우리나라 썩어문드러져야 할 언론들이
    오보를 쏟아내는 통에 마치 꼴통 보수주의자로 매도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봅니다.
    앞지르기는 고속도로에서나 지면에서나 위험을 불러옵니다.
    저는 우리나라 언론보다는
    새로 뽑힌 교황님을 더 신뢰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무등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
    http://www.honam.co.kr/read.php3?no=164961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인연1.
    30년 사제의 정 돈독 김정희 전남대 국민윤리교육과 명예교수

    국내 가톨릭 여성 신학자 1호인 김정희(67) 전남대 국민윤리교육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새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제자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그의 지도아래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카리타스와 공자 인(仁) 사상 비교’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72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선교신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베네딕토 16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김 교수는 이때 베네딕토 16세의 학문과 인품에 매료돼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베네딕토 16세는 1997년 김 교수가 전남대 부설 종교문화연구소를 설립할 때도 금전적 지원등을 아끼지 않으며 제자사랑을 확인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새 교황이 종교적 다원주의, 낙태, 동성애, 여성 문제에 대한 보수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그 분을 매도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 예로 김 교수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0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성 신학자를 냉대하던 당시 풍토 속에서 이를 하소연하는 편지를 스승에게 보냈는데 베네딕토 16세는 “여성도 신학을 가르칠 수 있지만 한국사회가 아직 이를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 신학대학에 굳이 가려하지 말로 세속대학이라도 가서 교편을 잡으라는 하느님의 뜻인 것 같다”고 답장하며 위로했다는 것.

    김 교수는 “매년 9월 세계 각국의 제자들이 모인 가운데 3일 동안 토론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1년에 한 번씩은 스승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 교황이 되셔서 그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인품에 대해 김 교수는”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존중하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인연2.
    저서번역 14년 교분 정종휴 전남대 법과대학장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한국 천주교 순교사를 꿰뚫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신학자입니다.”

    정종휴(55) 전남대 법과대학장은 베네딕토 16세의 저서 가운데 ‘신앙의 현재상황-그래도 로마가 중요하다’(1994년), ‘이 땅에 소금’(2000년), ‘하느님과 세상’(2004년) 등 책들을 잇달아 번역·출간, 베네딕토 16세와 10여년이 넘는 교분을 쌓아오며 베네딕토 16세에 관한 정통한 국내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학문적 깊이뿐 아니라 정 학장은 14년 동안 매년 성탄카드를 주고 받으며 인간적인 신뢰와 인연의 끈을 유지하며 인간 베네딕토 16세와의 애정을 깊이 간직해왔다.

    정 학장은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지혜와 겸손을 갖춘 분일 뿐아니라 변방의 한국 가톨릭사를 꿰뚫을 정도로 해박하신 분”이라며 평했다.

    뮌헨대학 법제사 연구소 객원교수로 독일에 머물고 있었던 정 학장은 지난 1992년 독일 뮌헨 대교구 성당에서 봉헌된 라칭거 추기경 사제서품 30주년 기념미사에서 교황을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정 학장은 “베네딕토 16세는 한국교회가 세계 가톨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희생 과정이 있었음을 깊이 이해하며 한국 천주교에 축복을 해주시는 등 번역서마다 한국인을 위한 서문을 따로 써주실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깊었다”며 “요한 바오로 2세가 포용력과 친화력으로 교회의 존재가치를 드러냈다면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데 더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학장은 “베네딕토 16세는 피아니스트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음악에 대한 안목이 대단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손선희기자 ssh@ho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