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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살아난 압박, 중원 3인방 보스니아 압도
[이기현의 월드컵즐기기] 어색한 MBC 중계, 부정확한 경기해설 옥에 티
 
이기현   기사입력  2006/05/26 [22:46]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벌어진 마지막 A매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설기현, 조재진의 골로 2대0으로 이겼다.
 
26일 오후 8시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은 미드필더 3인방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경기였다.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세네갈과의 평가전과 가장 큰 차이는 중원에 3명의 주전이 들어온 것과 왼쪽 윙백에는 이영표가, 오른쪽에는 세네갈전에서 교체투입됐던 조원희가 선발로 들어온 것이다. 또한 그동안 A매치 경험이 거의 없던 김영철이 최진철의 자리에 들어온 것도 특이했다.
 
사흘 전 세네갈전과 가장 큰 차이는 중원장악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박지성, 터어키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을용, 최근 공격적인 면까지 겸비한 김남일은 후배 미드필더들이 앞으로 무엇을 가다듬어야 하는지 직접 경기에서 보여줬다.
 
이날 한국의 공점유율은 60~70% 정도로 세네갈전과 비교해 수치로도 높아졌으나 이보다 더욱 큰 차이는 2002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 특유의 압박이 되살아난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한 점도 한 원인이지만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한국 미드필더의 위력이 그대로 경기 내용에 드러났다.
 
이날 전체적인 전술은 일명 크리스마스트리전술이라고도 하는 4-2-3-1에 가까웠다. 스트라이커에 안정환이 폭넓은 움직임으로 기회를 노렸고 설기현, 이천수, 박지성은 끊임없이 좌우중앙에서 침투를 노렸다.
 
수비 역시 세네갈전과 비교해 상당히 안정됐다. 특히 플백인 이영표는 거의 상대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고 국제경기 경험이 일천한 김영철과 어린 김진규 역시 상대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조원희는 공격가담 이후 수비전환이 가끔씩 늦어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 뻔한 위험을 여전히 보였다. 플백의 공격가담시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과 이을용은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최고 수훈선수는 이을용이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영표, 설기현, 박지성과의 콤비플레이도 좋았고 특히 후반 5분 설기현의 골 이후는 미리 상대의 패스를 차단해 수비의 부담을 덜어줬다. 설기현 역시 세네갈전 부진을 씻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첫골까지 기록해 심적인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 역시 골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넓은 움직임과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자주 연출, 스트라이커의 면목을 보였다.
 
교체선수의 활약도 보였다. 박주영 선수는 패널티박스에서 수비를 끌어들이고 혼자 남아 있는 조재진에게 패스를 하는 등 스트라이커의 부담을 줄여줬다. 조재진 역시 체격이 우수한 유럽선수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그동안의 단점이던 움직임과 골결정력도 상당부분 해소한 모습을 보여 아드보카트에게 행복한 고민을 더해줬다.
 
문제도 있었다. 세네갈전의 부진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으나 설기현의 움직임은 수비를 떨치지 못했다. 조원희는 아직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떨어져 공격에서 수비전환시 종종 자기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천수 역시 움직임은 많았으나 아직 효과적인 움직임은 더 보완해야할 것이다. 안정환은 현재의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로서 골이 없는 것이 걸린다. 이천수와 안정환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높은 크로스를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낮고 빠른 크로스는 정확하고 적절해야 한다. 아직 해법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진이 안정되지 못한 것 역시 약점이다. 세네갈전에 비해 미드필더와의 조화가 이뤄지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둔해 검증을 받은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특히 후반 교체로 들어온 김상식은 여전히 반응이 늦어 공격전환시 위험한 패스가 보였으며 수비상황에서도 상대를 손으로 잡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옷자락을 잡는 반칙은 퇴장이다.
 
그러나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캐스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청자에게 경기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김성주 캐스터는 지나치게 흥분해 도저히 경기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골이 터졌을 때 음악이 나오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전달하지 않은 것은 MBC의 만행이라고까지 해도 심한 표현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틈만나면 MBC가 중계방송을 할 예정인 6월 4일 가나와의 평가전을 광고해 전혀 경기에 몰두할 수 없었다.
 
해설자의 자질도 지적돼야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선심의 석연치 않은 오프사이드 판정이 몇 번 있었다. 축구경기규칙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경기규칙의 절반정도는 오프사이드와 관련한 규정이다. 그만큼 논란이 많이 될 수 있는 소지가 많은 것이 오프사이드다. 카메라 각도로는 오프사이드가 아닐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오프사이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할 때 오심인 경우도 있다. 특히 축구경기에서 가장 많은 오심이 있는 것이 오프사이드다. 오심이 많은 이유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오프사이드는 패스가 있는 순간 공을 받는 선수가 수비수 앞에 서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공을 차는 것을 보고 라인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공격수는 보통 한발 빠르게 탄력을 받아 달려들어간다. 이 짧은 시간의 차이가 오심의 원인이 된다. 해설자였던 김태영은 선심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왜 오프사이드 반칙에서 오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설명해 줬어야 한다.
 
방송은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가 보는 것에 가깝게 전달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경기에 몰두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감동을 전달하는 것은 그 다음에 필요하다. 아마도 앞으로 MBC가 중계한다면 관중과 선수의 호흡을 느끼기 위해 틀어놓는 볼륨을 아예 꺼야할 것 같다.
 
이제 4년만에 돌아오는 최고의 축구 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대표팀이 장도에 오른다. 이 잔치를 함께할 상대는 지금까지 상대한 상대보다 더욱 뛰어나다. 이들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보여줘 잔치의 주인인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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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26 [22: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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