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비자금 수사중에도 공직자 사칭사기단 극성
재경부 국장 사칭, 대출받아 주겠다 6천만원 가로채
 
강성태   기사입력  2004/01/13 [17:06]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는 중이라서 위치와 연락처를 노출할 수 없다”금융권에 압력을 가해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로비자금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금융사기단이 비자금 수사요원의 간부를 사칭하면서 남긴 말이다.

▲공직자 사칭 금융사기단 일당의 한 명인 조모씨. 13일 오후 2씨 서초 검찰청 인근에서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강성태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10월경 거듭되는 경기불황으로 자금난에 부딪히자 기업대출을 위해 은행문을 두드렸으나 금융권마저도 이를 외면, 회사가 부도직전에 몰리게 됐다.

이 무렵 김씨 앞에 나타난 조모씨 등 금융사기단 6명은 김씨에게는 구세주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이들 6명 가운데 김모씨는 모 신문사 편집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또 다른 일당 중 이모씨는 위조 신분증까지 보여주며 재정경제부 국장을 사칭, 김씨의 대출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금부족으로 회사가 부도직전에 몰린 김씨에게는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때마침 재경부 국장을 사칭하면서 금융권에 대해서도 감독권한이 있다는 이씨를 비롯한 일당들의 말에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조금의 의심마저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결국 김씨는 이들 일당 가운데 대출처 사무장으로 사칭한 이모씨에게 지난해 10월 10일과 14일 2차례에 걸쳐 5천만원을 입금 시켜주는 등 지금까지 6천만원을 건네줬다.

김씨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겠다던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지난해 12월 초부터 이들에게 수차례 독촉전화를 했지만, 때마침 터져나온 대선비자금문제를 들먹이며, 은밀히 수사중이라 자신들의 위치와 연락처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김씨를 속여 왔다.

뒤늦게 이들이 고위 공무원을 사칭한 금융사기단임을 안 김씨는 현재 고소장을 작성, 사법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할 방침이다.

김씨는 “회사가 자금압박으로 많이 힘든 상태인데다 은행에서의 대출 또한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고위공직자를 사칭, 대출을 알선하겠다는 이들 사기단의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간 것 같다”며 “어려운 사람을 더욱 궁지로 몰아 넣은 사기단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처벌돼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e조은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1/13 [17:0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