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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피의 대숙청 소환한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폭력의 역사 되풀이 되고 있는 우리 시대 꼭 봐야할 영화
 
임순혜   기사입력  2023/08/21 [21:59]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화제작이자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 초청과 수상을 기록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와 함께 수많은 화제를 낳은 영화로,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과 알렉세이 추포프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 (주)슈아픽처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지금까지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피로 얼룩진 역사인 '스탈린 피의 대숙청'을 다룬 영화로 역사 드라마가 아닌 역사의 특정 시기인 1930년대의 역사적 맥락을 차용한 환상적 우화에 가까운 영화로, 매우 강렬한 스릴러의 요소를 지닌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영화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비밀경찰 조직 엔카베데 NKVD의 대위가 역사의 진실 앞에서 최소한의 양심으로 속죄를 구하고 구원을 받기 위한 필사적인 탈출과 추격을 그린 영화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슈아픽쳐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갑자기 자신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피해자를 찾아 용서를 구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 탈출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소련의 끔찍했던  학살 장면과 고문 장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악명 높았던 비밀경찰 조직 NKVD가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는 과거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줘, 정의가 사라진 시대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  볼코노고프 대위가 기밀문서를 가지고 탈영하고,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밀경찰 조직이 추격하는 숨막히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긴박감을 더한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 슈아픽쳐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국가 시스템의 결정으로 그 누구나 잠재적으로 가해자가 될 수 있지만, 그 후에 그들이 속죄한다고 해도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을까? 과연 가해자들을 위한 천국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 슈아픽쳐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아직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피로 얼룩진 역사인 '스탈린 피의 대숙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탈린이 대숙청(Great Purge)에 돌입한 계기는 레닌그라드의 당서기이자 절친인 세르게이 키로프의 암살 사건으로, 1934년 12월 1일, 레닌그라드 공산당사에서 키로프가 트로츠키를 따르는 학생 레오니트 니콜라예프에 의해 암살되었다. 

 

비밀경찰 NKVD(내무인민위원회)는 암살자와 공범 13명을 체포했고, 스탈린은 키로프 암살사건을 십분 이용해, 즉시 계엄령을 내리고, 스스로 수사를 지휘, 탄압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1935년에 25만 명의 당원이 추방되었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 슈아픽쳐스

 

스탈린은 니콜라이 예조프를 NKVD 수장에 앉히고, 본격적인 대숙청은 1937~1838년 사이에 전개된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소련의 비밀경찰 조직인 NKVD로 이들이 지목하면 하급 계급의 농민부터 고위 당직자까지 체포돼 재판이나 절차 없이 끌려가서 수용소에 갇히거나 지하 밀실에서 뒷덜미에 권총을 맞고 죽임을 당했다. 

 

당시 300만 명의 소련 공산당 당원 중 약 1/3이 숙청을 당했는데, 대숙청 기간인  1937~1938년 사이에 95만~120만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슈아픽쳐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주인공 볼코노고프 대위는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6번 칸’에서 료하역을 맡았던 배우 유리 보리소프가 맡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밀경찰 조직에게 쫓기는 독보적인 캐릭터 볼코노고프 대위 역할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인다. 

 

배우 유리 보리소프는 ‘6번 칸’으로 제45회 상파울로국제영화제 최고 배우상, 제66회 바야돌리드국제영화제 최고 배우상을 수상했으며, 제34회 유럽영화상과 제79회 핀란드아카데미 유시상 후보에 오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배우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슈아픽쳐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를 공동 연출한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은 1979년 9월 19일 러시아 부줄루크에서 출생했으며, 알렉세이 추포프는 1973년 5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생했다. 부부인 두사람은 2013년 서로의 장편 데뷔작인 ‘은밀한 부위 Intimate Parts’를 위해 처음으로 의기투합, 카를로비바리, 포트 로더데일, 탈린 블랙 나이츠 영화제를 포함한 여러 영화제에서 30차례 이상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했다.

 

2018년 두번째 장편 ‘모두를 놀라게 한 남자 The Man Who Surprised Everyone’는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오리종티 부문에 선정되어 나탈리아 쿠드리아쇼바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20년에는 그들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콜 센터 The Call Center’시리즈가 파일럿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그들이 공동 연출한 세 번째 장편영화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한 장면     ©(주)슈아픽쳐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를 연출한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 머리 속은 여러 사건, 생각, 두려움, 기억들로 가득 차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와 함께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효과”라며, 지금도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우리 시대에 꼭 봐야할 영화라고 강조했다.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은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영적 스릴러의 요소를 지닌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사형 집행인이 갑자기 자신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어두운 이야기”라고 밝혔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포스터     ©(주)슈아픽쳐스

 

이어 “이제 그의 영혼은 구원되어야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영적 구원을 위한 필사적인 추격이 시작된다. 시스템이 결정하면 그 누구나 잠재적으로 사형 집행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과연 사형집행인들을 위한 천국이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은 “우리는 그 당시 삶의 방식이나 여러 디테일과 의상을 역사적으로 완벽히 재현하는데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완벽한 시대의 재현은 우리에게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야기는 특정 시대에 갇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창조한 독특한 리얼리티는 관객들이 시대상과 맞지 않는 세부에 정신을 빼앗기는 일 없이 캐릭터들과 훨씬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우선순위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우리 시대에 꼭 봐야할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8월23일(수)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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