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저택의 충격적 비밀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아시아 이민자 정체성과 주체적인 여성 조명 스릴러 ‘레이징 그레이스
 
임순혜   기사입력  2024/03/12 [13:52]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는 대저택의 충격적 비밀을 마주하게 된 가정부 조이와 그녀의 딸 그레이스가 대저택의 충격적 비밀을 마주하게 되어,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맨션 스릴러로, 필리핀계 영국인인 패리스 자실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주)이놀미디어

 

‘레이징 그레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 예술 축제인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필름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인 극영화부문 심사위원상과 썬더버드 라이징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23년 뇌샤텔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 청소년심사위원상, 국제경쟁부문 관객상 등 3관왕을 수상하고, 2023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 장편영화경쟁부문 특별심사위원상과 베스트액터상을 수상,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2023 시체스 국제영화제 새로운비전상부문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영화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영국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필리핀 출신 불법 노동자 조이(맥스 에이겐만)는 어린 딸 그레이스(제이든 페이지 보아디야)와 함께 영국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한 부잣집에서 가사도우미를 제안 받아, 자기 자신과 딸 그레이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대저택에 머물게 된 조이는 차마 딸이 있다는 것을 집주인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레이스를 몰래 숨겨 저택에 들어간다.

 

조이는 딸 그레이스의 존재를 숨긴 채 대저택의 주인 캐서린(리앤 베스트)과 혼수 상태인 그녀의 숙부 개릿(데이비드 헤이먼)과 기묘한 동거 생활을 하게 된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조이, 친절하지만 뭔가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듯한 집주인 캐서린의 수상함을 감지하던 어느 날, 그레이스는 캐서린이 개릿에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조이는 개릿을 깨워 진실을 파헤치기로 하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게 된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대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 조이는 이민자 출신으로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 세대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현실과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문화적 차별 속에서 좀 더 새롭고 나은 미래를 꿈꾼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레이징 그레이스’는 ‘성난 사람들,’ ‘엘리멘탈’ 등 최근 아시아 이민자 정체성을 다룬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며 독보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과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는 대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밝혀지는 비밀과 그에 따른 인물들의 고군분투가 중점적으로 그려진 미스터리 맨션 스릴러로, 복층 구조로 이뤄져 있는 동시에 안방과 서재, 부엌과 지하실 등으로 구성된 대저택은 캐서린과 개릿간에 일어나는 극의 흥미진진함을 배가시킨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전직 간호사 출신으로 지금은 불법체류자 신세로 대저택에서 일하게 된 조이 역은 맥스 에이겐만이 맡아, 대저택과 둘러싼 충격적 비밀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면서 그녀의 운명은 도저히 예측불가능한 상태로 치닫는 역을 연기한다.

 

1987년생으로 필리핀의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맥스 에이겐만은 2008년 필리핀 TV 시리즈 ‘립글로스’로 데뷔한 이후 2022년 시네말라야 독립영화제 여우주연을 수상했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디션으로 캐스팅되었는데, 맥스 에이겐만은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몰입감과 긴장도를 배가시키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

 

주인공 조이는 단 1분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건의 전개 양상과 함께 각성하고 진화하는 성장형 캐릭터로,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조이의 말썽꾸러기 딸 그레이스역은 신인배우 제이든 페이지 보아디야가 맡아, 신인배우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엄마 조이의 말을 듣지 않는 철부지 장난꾸러기를 연기한다.

 

그레이스는 의도치 않게 시작된 대저택에서의 생활에 기뻐했지만 머지 않아 답답함과 갑갑함을 느끼던 어느 날, 대저택과 관련된 치명적인 비밀을 목격하게 되면서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다. 

 

엄마 조이와 함께 위기를 타개하려 애를 써보지만, 아직 너무나도 어린 그녀. 그 누구도 쉬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와 위협 속에 처하게 된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수상한 대저택의 소유주 캐서린 역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저항군 여성 민 사쿨, ‘블랙미러 시즌3 : 닥치고 춤춰라’ 에피소드의 페니 등으로 알려진 리앤 베스트가 첫 주연을 맡았다.

 

리앤 베스트는 거액의 돈을 주는 대가로 조이를 대저택의 가정부로 고용하고, 조이에게 친절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칼같이 요구하는 냉철한 성격이나, 조이와 그레이스로부터 결정적 비밀을 노출당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폭주하는 역을 연기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가감 없이 선보인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캐서린’의 대저택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된 그녀의 숙부. 한없이 차분하고 온화하면서도 차갑고 냉소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존재 게릿 역은 ‘나의 이웃 히틀러’(2023), ‘와일드 시’(2020), ‘해피 댄싱’(2018), ‘맥베스’(2015)의 데이비드 헤이만이 맡아 시종일관 미스터리함을 풍기는 노인 역을 맡아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제이든 페이지 보아디야가 분한 그레이스와 리앤 베스트가 분한 캐서린은 각각 미래 세대와 새로운 백인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하여 다양한 담론이 오고갈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레이징 그레이스’를 연출한 패리스 자실라 감독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필리핀계 영국인으로, 단편영화 (2018)로 2018 VC FilmFest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고, 2018 런던 이스트엔드영화제 최우수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신인 감독으로,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레이징 그레이스’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패리스 자실라 감독은 “2020년에 발생했던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반동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또한 그 전부터 오랫동안 축적됐던 나의 분노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의 한 장면  © (주)이놀미디어


이어 “유럽에서 벌어진 여러 차례의 아시아인 혐오 사건으로 인해 나의 정체성과 실존의 위기를 겪어왔다. 이러한 와중에 팬데믹이 시작되어 병에 걸린 많은 영국인들을 필리핀 출신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돌봐야만 했다. 나의 어머니는 원래 교사 자격이 있는 분인데 영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청소 일을 하시게 됐다. 이러한 사회 현상과 나의 개인적인 과거가 겹치면서 내 안의 분노가 쌓여있음을 깨달았고, 이러한 감정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법은 시나리오 작성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영화 ‘레이징 그레이스’ 포스터  © (주)이놀


또한 패리스 자실라 감독은 ‘레이징 그레이스’를 포함한 ‘분노 3부작’으로 “굉장히 기묘한 도둑 이야기로, 90년대 런던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젊은 필리핀 커플이 학대당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을 남몰래 구조한다는 내용”의 차기작과 “필리핀의 외딴 섬에 사는 두 부족 간의 갈등과 대항에 대한 살인 미스터리이자, 스릴러이자, 모던 판타지 영화”인 두번째 차기작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계 영국인이 만든 첫 영화로 식민주의와 백인사회와 관련된 불편함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레이징 그레이스’는 3월13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4/03/12 [13:5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