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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포퓰리스트
생명창조시대의 자기경영 23
 
이동연   기사입력  2003/11/26 [15:52]

정보화 시대는 실리콘이  앞으로 몇 년안에 자기 몫을 다하고 물러나면 그 자리를 플라스틱 반도체가 대체해 한 차원 더 높은 정보화 사회를 열어 줄 것이다.  2007년경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플라스틱 반도체는 튼튼한 대신 유연성이 떨어지는 실리콘 반도체의 단점을 보완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두루 마리 컴퓨터를 만들어 준다.

▲전자종이가 실현된다면     ©한겨레
플라스틱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럽다. 또한 화소(pixel)의 컬러를 실리콘 반도체보다도 더 다이나믹하게 변화시켜 줄 수 있다. 이는 곧 전자종이(electronic paper)의 출현을 뜻한다.

전자 종이의 등장은 신문시장과 출판시장, 교육시장에 일대 지각혁명을 불러온다. 그렇다고 당장 종이 책이나 종이 신문이 다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영향력은 급속히 감소된다. 모니터를 대체할 전자 종이는 어디든지 들고 다니며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부분을 다운로드해 지금의 종이 신문을 보듯 눈에 피로를 주지 않고도 기분 좋은 느낌으로 읽 을 수 있다.

종이의 수요가 줄어 들면서 비로소 나무도 인류에게서 해방된다. 인류에게 땔감으로 다음에는 주거지로 다음에는 신문과 교육용 원재료로 한없이 수난 받던 수목들이 비로소 한숨 돌리는 시대가 된다.

플라스틱 반도체로 만든 전자 종이가 상용화되면 비로소 진정한 인터넷 신문의 시대로  접어 든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신문 시장의 주된 위기를 신뢰의 위기에서 찾았는데 사실 그보다도 더 심각한 진짜 위기가 전자 종이시대의 개막과 동시에 종이 신문들에게 닥쳐온다. 
 
지금도 인터넷의 신문들과 정치 웹진들을 보면 중앙 일간지들의 어느 논설위원의 칼럼 못지 않게 탁월한 칼럼을 많이 본다. 그럼에도 온라인 매체가 오프라인 매체를 따라 집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온라인 매체를 접하는 통과 의례가 아직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단 모니터에 전원을 넣어야 하고 여기 저기  싸이트에 접속해야 하며 화면의 디스플레이 창의 빛 때문에 눈도 쉬 피곤하다. 그러나 전자종이가 나오면 이런 복잡한 통과 의례는 일거에 해소된다. 그때의 충격은 가리 혁명적일 것이다.

그럼 전자종이의 출현과 포퓰리즘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개인의 각성, 주체적 자아의 확립이 없는 포퓰리즘은 몇몇 소수의 야망에 불타는 지배엘리트들의 여론조작과 농간에 이용당하기 쉽다.

전자 종이의 출현이야 말로 인류 역사 내내 정보우너에서 소외되어 우중(愚衆)으로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대중을 현중(賢衆)으로 바꿔놓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들이 똑똑해지면서 제대로 된 포퓰리즘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누가 전자 종이 시대의 대중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원한 정자나무 그늘 아래 누워서 나노 기술로 만든 얇은 필름 같은 전자 종이를 펴고 다양한 정보를 마음대로 섭취하는 21세기의 대중(mass)은 더 이상 정적인 존재나 수동적인 존재, 비 합리적 존재가 아니다. 
  
정보의 무한 공급이 수요를 더 창출해 대중들로 하여금 더 많은 정보욕구를 갖게 만들며 대중들을 보다 더 역동적인 정보의 주체로 기능하게 만든다.

▲김병현 선수     ©bk51.com
그 예로  김병헌 선수와 굿데이 기자간의 사건을 보자.
대 다수의 언론들은 김병헌 선수가 공인답지 못하다며 힐난했으나 네티즌과 국민, 즉 대중의 여론은 언론들의 보도 방향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게 대중이 똑똑해지고 있다는 하나의 작은 증거이다.

엘리트 주의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여 대중을 맹목적인 조작대상으로 여기던 시기에  엘리티시즘의 허구를 폭로하며 풍자하는 동화를 쓰던 제임스 서버(1894-1961)의 글줄에 '신이 된 올빼미'를 보면 얼마나 황당하게 대중이 조작 당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달도 별도 없이 칡흙처럼 밤. 숲 속 나뭇 가지에 앉아 있던 올빼미 옆으로 두더지가 슬그머니 지나 가는데 올빼미가 'you'라고 말하자 화들짝 놀란 두더지는 'who'라고 물었고 올빼미는 다시 'you two'라고 대답했다.   

두더지는 황급히 도망가서 다른 모든 짐승들에게 이렇게 어두운 밤에도 사물을 볼 수 있는 올빼미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위대한 분이며 전지전능하다고 떠 벌이고 다녔다.  

이를 들은 독수리는 자신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아야 한다며 어두운 캄캄한 밤에 올빼미를 찾아 가서 자기의 날카로운 발톱을 디밀면서 올빼미에게 물어 보았다 갔다. 
'만지지 말고 내 발톱이 몇 개나 되는지 말해 보시오.'
 'two'
올빼미는 퉁명스럽게 즉시 대답했다. 신기하게 느낀 독수리는 올빼미의 신통력을 알아 보려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전 왜 연인을 찾습니까' 
'to woo(청혼하려고)'
 
기절할 만큼 놀랜 독수리는 재빨리 다른 짐승들에게 날아 가서 올빼미는 어두운데서 잘  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아 맞추는 위대한 존재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붉은 여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낮에도 볼 수 있을까?
 그 말이 떨어지자 말자 독수리와 두더쥐, 다람쥐들이 성토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밤에도 보는 분이신데 낮에는 못 볼까?'
 '저런 불경한 붉은 여우를 몰아내자'
'올빼미 님을 우리의 왕으로 모시자, 모시자, 모시자.'
 
결국 붉은 여우는 그 동물 모임에서 추방되었고 동물 모임에서 황제 추대 위원회가 구성되어 올빼미에게로 가서 정중하게 황제로 모셔왔다    
 
올빼미가 황제로 등극하던 날은 눈이 부실만큼 태양이 내리쬐는 한 낮이었다.  온 세상을 다 꿰뚫어 볼 듯한 부리부리한 큰 눈으로 주변을 서서히 살피면서 천천히, 아주 천전히 걷는 그  자태는 그야말로 위엄과 영광이 가득해 보였다.

동물 모임 회원들은 모두 '올빠의 신도'가 되어 그 지엄하신 분 앞에 엎디어  경배를 드렸다. 이때 암탉이 날개를 살짝 퍼득이며 소리쳤다
 '오! 저분은 신이시다.'
 다른 짐승들은 합창하듯 추임새를 집어 넣었다
 '우리는 저 분이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 가야 한다.'
 
앞서서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올빼미 뒤를 동물들이 줄지어 따라 갔다. 올빼미가 바위에 부딪치면 가서 같이 부딪치고 나무 가지에 몸이 찢기면 같이 그대로 찢기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쫒아 갔다
    
올빼미는 탁 트인 고속도로위로 올라 갔다. 그때 시종 노릇을 하며 올빼미 앞에서 몇 발자욱 앞서 굽실거리며 걸어가던 매가 쏜살같이 달려오는 트럭을 발견하고는 독수리에게 보고하였다 올빼미 옆에 있던 독수리는 즉시 올빼미에게 아뢰면서
 '황제여 무섭지 않으십니까?
 낮에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올빼미는
 'who'  라고만 말하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동물들은  더욱 흠모하는 마음으로
'아. 올빼미님은 역시 신이시야. 그 분을 모신 우리가 무엇을 겁내리'
함께 외치면서 트럭이 다가 오는데도 올빼미의 뒤를 따라 앞으로 당당하게 나아 가다가 올빼미를 포함해 대부분이 트럭에 치어  죽고 말았다.

콘텐츠 없이 풍채만 그럴듯한 올빼미와 그를 둘러싸고 출세한 소위 엘리티시즘에 빠져있던 두더쥐, 올빼미와 추종자들의 대중전술에 놀아나다가 동물들이 폭싹 망한 꼴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더라면 올빼미의 대답 소리는 모두 올빼미가 생각 없이 내 뱉는 울음 소리일 뿐 임을 쉽게 알고 올빼미를 추종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전자 종이는 대중을 더욱 현명하게 만들어 올빼미를 둘러싼 독수리와 두더쥐, 다람쥐의 견해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분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21세기의 포풀리즘은 20세기의 포퓰리즘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 현명해지는 대중과 함께 움직이며 대중을 위한, 대중을 위한, 대중의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 기업인, 개인들에게 미래가 있다.

* 필자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인천 한누리 공동체를 이끌며 생명창조의 시대로 접어든 인류 사회의 정신적 좌표와 인류의 상생을 위한 미래신화를 연구하며 방송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화도 : 미래신화의 원형] 등의 저서를 집필하는 등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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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26 [15: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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