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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대자보 열풍, 인터넷 <대자보>로 옮겨 살리자
[시론] 1세대 PC통신시절 탄생한 인터넷 <대자보> 살릴 길은?
 
김철관   기사입력  2013/12/24 [01:49]
지난해 12월 10일 고려대 게시판에서 알려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 대학가는 물론 고등학교까지 번지더니 이제 대자보 열풍은 국내외로 걷잡을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국민 이슈가 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철도파업, 밀양송전탑, 삼성직원 자살, 종군 위안부 등의 현안에서 권력과 금력에 대한 부정적 현실을 역설적인 얘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제 역할을 못한 우리언론의 현실을 반영하고있다고나 할까. 사회 현안문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기존 언론의 폐해를 보고 이탈한 독자들의 새로운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70~80년대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에서 볼 수 있던 게시판 대자보가, 아니 가장 올드적인 미디어인 벽보 대자보가 한국 사회 주류매체인 신문과 방송, 인터넷언론, SNS 등을 위협한 존재로 등장했다. 특히 영국의 BBS,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해외 권위있는 언론들도 하나같이 우리의 안녕 대자보 현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현장 게시판 대자보 때문에 탄생한 인터넷언론이 있었다. 당시 게시판 대자보를 인터넷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매체가 인터넷언론 <대자보>이다. 실제 PC통신 시절이었던 99년 1월 인터넷매체 일세대라고 할 수 있는 진보적 종합일간지 <대자보>(www.jabo.co.kr)가 탄생해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언론 <대자보>는 98년 말 하이텔, 나우누리 등 개혁적 PC통신 논객들이 모여 99년 1월 23일 창간했고 정치, 사회, 언론 등 개혁의 기치와 함께 소수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게시판 벽보 대자보 같은 역할을 자임해 왔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언론 <대자보>는 재등장한 올드미디어 대자보보다 여론을 선도할 힘이 없다. 돈(자본)이 없어 기자도 변변치 않고, 사무실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이 없어 인터넷언론을 운영할 기반이 무너져 버렸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진보적 인터넷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살아지지 않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발전위원회 등 언론지원단체들도 정부 눈치를 살피며 지원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바로 인터넷 <대자보>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서서히 언론소비자들에게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나 할까.

지난 99년 창간 후 인터넷언론 <대자보>는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 상당수 독자도 확보했고, 2000년 초반까지 인터넷 <대자보>는 진보 논객들의 글들이 수없이 올라와 상종가를 누리기도 했다. 당시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 진보적 인사들 사이에는 인터넷언론 <대자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인터넷 <대자보>는 지난 2000년 3월 낙천낙선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의 온라인 지원을 위한 '총선정보통신연대'의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대자보>는 인터넷언론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순수 독립 언론의 어려움을 인식해 여러 다양한 사이트와 연대를 통해 '기사와 주장'이 공존하는 새로운 제3세대형 인터넷언론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4ㆍ15 총선 이후 정치, 사회, 언론 등 각 분야에 격렬한 분열과 대립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가 총체적 변혁기에 접어들고, 인터넷언론 영역도 확장돼 보다 전문화되고 심층적인 분야에 집중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인터넷 <대자보>는 본래의 창간정신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의 언론과 사회개혁 분야에 집중하며 보다 특화된 매체로 자리 잡고 '진보와 정론'을 표방하는 인터넷언론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하지만 약 14년 만에 돈이 없어 기자 월급도 못주고, 사무실 잃고 갈팡질팡하면서 몇몇 뜻있는 진보언론인들에 의해 이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90년대 PC통신시대부터 인터넷 초창기, 그리고 다양한 인터넷매체가 난립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언론의 한 축을 담당해온 인터넷언론 <대자보>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솔직히 암담하다.

하지만 정론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개혁을 위해 현재 폭발적 열풍이 불고 있는 올드미디어 게시판 대자보에서 느낀 순수성으로 인터넷 네티즌들의 발언대 역할로 돌아가면 어떨까. 기자가 없고 사무실이 없어도, 게시판 벽보 대자보같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진행형인 ‘안녕들하십니까’ 게시판 대자보 열풍과 같이 최초 인터넷언론 <대자보> 열풍이 재점화 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길 기대해 본다.

"인터넷언론 <대자보>는 안녕들하십니까?" “안녕하지 못합니다. 네티즌들이여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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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2/24 [01: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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