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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복리가 경제민주화다
[김영호 칼럼] 정치권이 사회 공동번영 최우선가치로 삼아야 행복 보장
 
김영호   기사입력  2012/08/20 [23:01]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는 양극화이다. 역대정권이 시장주의와 규제완화에 근거한 신자유주의를 맹신한 결과 계층-부문간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형성되었다. 사상최대의 빈부격차, 가계부채 1,000조원,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 부동산 투기와 전세대란, 과중한 사교육비와 출산율 저하, 경쟁위주 교육의 시장화,

유통재벌의 골목시장 침탈, 거대자본의 자영업-중소기업 영역침투 등등 국가적 난제 한가운데는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계층-부문-지역간의 반목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 간극을 좁히지 않고는 국가가 발전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단계에 이르렀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이것은 국민적 합의이며 경제발전 불균형에 따라 국민적 불만이 발화점에 달했다는 뜻이다. 역대정권이 노동의 가치는 말하지 않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니, ‘친기업’이니 떠들며 자본위주의 편향적 경제-사회정책을 펴왔다. 정-재-관계가 한 몸이 되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서온 것이다.

그 뒤에는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5단체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서민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선거철에만 서민을 찾는다며 시장 바닥이나 누비고 다닌다.

정치권이 내놓는 경제담론을 보면 구체성-현실성이 결여된 채 재벌개혁에만 매몰되어 있다. 경제민주화를 자칫 잘못 논의하다가는 이념논쟁만 유발하여 본질은 증발되고 사상논쟁만 남을 공산이 크다. 구체적 각론과 실천의지를 담보하지 않는 재벌개혁은 정치구호로 변질되어 색깔론만 유발할 우려가 큰 것이다. 그곳에는 항상 반자본주의와 반시장주의라는 반격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성장론과 복지론 또한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짙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민생복리이다. 그 지향점은 양극화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이다. 논의의 초점을 여기에 맞추지 않으면 경제민주화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로만 남는다.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헌법 제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에 관해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987년 체제 이후 25년간 역대정권이 이 헌법정신을 망각하고 있었다.

어느 정권이나 하나 같이 규제완화를 통한 효율성을 합창해왔다. ‘완화’라는 단어도 모자라 ‘철폐’, ‘혁파’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며 외쳤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위한 규제,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를 마치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해악이라는 듯이 경쟁적으로 없애버렸다.

맹목적적인 규제완화에 따라 경제력이 재벌 중심으로 집중되었다. 이에 따라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강자가 약자의 이익을 뺏어가는 약탈적 사회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다. 역대정권이 외적성장에만 몰두한 탓에 성장의 과실이 과점되어 양지는 더욱 밝아지고 음지는 더욱 어두워졌다.

하루 종일 먹고 살려고 버둥대다 밤이 되면 지친 몸을 다시 이끌고 대리운전을 나가는 아버지들. 자식 과외비를 마련하느라 허드렛일도 마다않는 어머니들.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밤일, 잡일로 지쳐 수업시간에 졸음과 싸우는 대학생들. 퇴직금을 털고 빚을 내서 조그만 가게 하나 차렸지만 골목상권마저 초토화하는 유통재벌과 재벌 프랜차이즈 횡포 앞에 밤잠 못 이루는 자영업자들, 봉급을 아무리 모아도 내 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마냥 멀어만 가는 셋방살이 월급쟁이들. 전방위 FTA에 따른 농촌붕괴로 통곡하는 농민들.

정치권이 귀를 막았는지 성장의 그늘 아래서 들려오는 신음과 절규를 들을 줄 모른다. 정치권이 사회의 공동번영을 최우선가치로 삼아야 구성원의 행복이 보장된다. 그 해답은 바로 민생복리이고 그것이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란 시대정신에 걸 맞는 대통령이 되려면 역대정권의 정책실패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소중하다. 진보를 표방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조차 경제부문은 외적성장에 치중하는 바람에 정책의 보수화로 다른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그 원인은 경제운영을 대표적 보수세력인 관료집단에 전적으로 의존한 때문이다. 또 이른바 보수세력이 가치중립적 사안에 대해서도 이념공세를 펴면서 균형 있는 성장과 적정한 분배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한 데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 그 결과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가 단기간내에 교정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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