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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명절, 제사준비는 왜 여성만 하는가?
[하재근 칼럼] 기혼여성은 죽어나고 남성들의 찌질함은 하늘을 찔러
 
하재근   기사입력  2010/02/14 [04:18]
또다시 민족 명절이 닥쳤다. 기혼 여성들을 잡는 날이다. 명절 제사 차림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웃긴 것이, 조상숭배 의식이라는 데 있다. 조상숭배 준비를 왜 여성이 해야 하는데?

한국은 종법질서 가부장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문화권이다. 이것은 적장자가 가문을 계승하는 체제를 말한다. 즉, 아버지에서 아들로 가문의 법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족보다.

족보는 단 한 쌍의 조상에서 수많은 후손들이 갈라져 나오는 모델이다. 물론 한 쌍의 조상에서 중요한 건 남자다. 오직 부계만 의미 있을 뿐 모계는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에게도 부모님이 계시겠지만, 우리집 족보에 어머니의 부모님 따위는 적혀있지 않다. 어머니는 중요하지 않은, ‘여자’이니까.

명절에 치르는 조상숭배 의식은 철저히 남성들의 계보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준비도 남자가 해야지, 왜 여자들이 죽어나야 되는데? 자기들 위주의 숭배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그 준비는 여성들에게 다 떠넘긴 이 땅의 남성들은 정말 찌질하다.

여성들은 그저 노동력만 제공할 뿐이다. 노예인가? 여성들이 명절에 감당하는 육체적, 정서적 노동은 상상초월이다. 육체적 노동이라 함은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방을 치우는 노동을 말한다. 정서적 노동이라 함은 시댁 식구들에게 고분고분 상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남는 것은 스트레스와 우울증뿐이다.
 




한 마디로 이 땅에서 명절이란 가부장제 시스템이 부인들을 단체로 잡는 날인 것이다. 영남의 한 전통 가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 대청마루 위엔 밥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상들이 제사 때와 명절 때 일제히 아래로 내려와 마누라들의 어깨에 얹힐 것이다. 난 그 상들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 한국 남성들 찌질함이 하늘을 찌른다 -

‘아줌마닷컴’이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더 있다 가라”였다. 더 있다 가라는 덕담이 지긋지긋한 해코지를 들린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민족의 명절이고 뭐고, 그 화사하고 정겨운 이미지가 모두 ‘구라’였던 셈이다. 그 바닥엔 며느리들의 피눈물이 깔려 있었다. 며느리들은 다만 초인적인 감정노동으로 웃음을 가장해왔을 뿐이다. 대신 속으로 화병을 끌어안으며.

응답자의 82%가 명절증후군을 겪어봤고,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준비하느라 수고했다”, 2위는 “어서 친정 가라”였다. 친정에 가면 이번엔 백년 손님인 사위를 맞은 친정 엄마의 ‘개고생’이 기다린다. 이래저래 부인들만 죽어난다.

물론 여성들의 중노동은 명절만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부인의 가사 노동 시간은 3시간 28분인데 남편은 32분이다. 6.5배 차이다. 수입 노동시간까지 합쳐 총 노동시간을 계산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1시간 36분을 더 일한다. 

노동유연화 등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될 때 여성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돌아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즉,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여성을 잡는 것이다. 이런 데도 남성인권을 지키겠다는 ‘남보원’이라는 단어를 듣고 화를 내는 남성이 없다. 한국 남성의 찌질함이 하늘을 찌른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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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14 [04: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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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님께 2014/09/09 [11:01] 수정 | 삭제
  •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 음식은 결국 전부 자신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먹을 것인데, 그런 음식 준비를 위해 여성들이 다소 고생하는 것이 그렇게 비분강개할 일이라고 보십니까? "이부분에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시댁식구를사랑할꺼라 생각합니까? 장모님과 제사상. 음식상 준비를 해보시고 처가살이를 해보셔야 이런말이 안나오겠군요.
  • 찌질한남자 2010/02/15 [20:11] 수정 | 삭제
  • 남성들 중에는 말도 안 되는 언행을 일삼는 찌질한 남자들이 있죠.

    하지만... 여성들 중에도 그런 여자들인 있는 것은 마찬가지죠.

    그리고... 일상생활들 중에서 한국 남성들이 남자이기 때문에
    당하는 고생들을 고려해야 하지요.

    제가 보기에 대다수의 남성들은...
    가족과 마누라와 일에 잡혀서 거의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여성들은 대체로 왕비처럼, 공주처럼 살고 있고요.
    그런 남자들이 명절때 모처럼 좀 대접(?) 받으면 안 됩니까?

    사회문제를 논할 때는 좀 더 합리적인 형평성을 가지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들의 눈에 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려는 듯한 글쓰기는
    별로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 독자 2010/02/14 [12:19] 수정 | 삭제
  • 찌질한 필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런 왜곡된 주장을 펼치기 이전에 좀 사색을 하고 글을 쓸 것을 권고하며
    몇 가지만 남겨볼까 합니다.

    스스로는 잘 생각이 되지 않는 것 같기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줄께요.

    제사준비는 왜 여성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기 이전에
    "왜 남자만 군복무를 하는가?"하는 문제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왜 근로현장에서 여자는 월차가 있는데 남자는 없는가?

    왜 남자들만 야근과 숙직 혹은 출장을 하고 여자는 하지 않는 직장들이 있는가?

    이런 식의 남자 여자 편가르기 사고는 끝이 없이 전개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편가르기와 상대 집단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감 고취되고
    스스로에게는 우울증 밖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여성주의가 득세하니까 기회주의적으로 이런 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대편에 대한 증오심을 기르니까 반사회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상태에서
    얼치기 정의감에 도취되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사에는 사회적 '기준'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 기준에 따른 남자의 사회적 역할과 여자의 사회적 역할이 있는 겄이죠.
    때로는 어른의 역할이 있고 또 아이들의 역할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기준과 사회적 역할이 세상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다르고
    모든 사회적 기준이 다 옳은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바뀌어져 가야 할 것도 많고요.)

    여성들이 제사상을 차리는 것은 전례의 사회적 '기준'이기 때문에
    이 기준에 따라 발생하는 일입니다.
    (물론 이 기준이 잘못된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는 상당히 많기도 합니다. 사회적 모순은 모두 다 이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역차별, 학력별 차별, 미모의 차이에 따른 차별, 재산에 따른 대우 차별, 심지어 종교에 따른 차별... 등등등 사회적 모순은 사실 어느 사회든 차고 넘칩니다.

    남자들만 군대가는 것도 사회적 '기준'에 따라 발생되는 일이지요.
    (이 기준이 변하게 되면 여자들도 군대가는 사회가 될 수가 있죠.)

    이 기준이 합리적인 것도 있고 또 불합리한 것도 있습니다.

    여성들이 제사상을 준비하는 것도 다소 불합리할 수도 있고 잘못된 기준이라 변화되어야 하고 또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문제가 과장되여 일부 찌질이들의 한탕주의화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 결과는 가정분열과 사회적대감 심화라는 반사회적 기능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고요.

    님은 지금 핵가족화된 한국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가족축제 처럼 진행되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 음식은 결국 전부 자신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먹을 것인데,
    그런 음식 준비를 위해
    여성들이 다소 고생하는 것이 그렇게 비분강개할 일이라고 보십니까?

    님은 그러면 동일한 논리로
    종교집단에서 (혹은 심지어 자원봉사단체에서) 여성들이 행사준비를 위해
    음식을 만들 때 비분강개하며 글을 썼습니까?

    남자들이 군대가면 흔히 겪는 고참 신고식 중에 신병의 주소를 물으며 군기잡기하는 놀이를 하는 경우가 있죠.

    주소지를 고참병이 물었을 때, 가령 '서울'이라 답변하면
    서울이 다 너네 집이야 하며 윽박지르며 신병을 욕보이죠.

    고참병의 말은 사실이지만,
    이런 말장난을 통해 신병을 군기잡기하며 즐기죠.
    사실은 언어폭력이며 또 (그 위세 분위기까지 합세하면) 그 자체로 사실상 폭력이죠.

    필자의 비분강개가 이런 군 고참병의 말따지기와 유사한 점은 없는지 한번 사색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