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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남자' 신영철 대법관, 이번에도 '살았다'
장자연부터 노 전 대통령 서거까지, 번번이 '방폐막이'
 
강현석   기사입력  2009/11/12 [20:43]
촛불집회 관련 재판개입 논란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자동폐기되면서 신 대법관은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악재' 터질 때마다 '호재' 이어져
 
"요즘 세간에서는 '가장 운 좋은 남자가 신영철 대법관이다' 이런 말을 합니다. 이렇게 큰 사건이 났는데도 빅뉴스가 터지니까 문제가 없어졌어요. 아무리 운 좋은 남자라고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4월 14일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신 대법관을 '운 좋은 남자'로 묘사하며 대법원의 징계를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주요 뉴스를 살펴보면, 신 대법관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때마다 대형호재가 터지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비껴갔다.
 
신 대법관의 이메일 재판개입 논란이 여론의 비난을 받던 지난 3월 7일 탤런트 장자연 씨가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장 씨의 자필문건 등이 발견되면서 사안은 성상납 의혹으로 불거졌고, 신 대법관 사태는 잠시 여론에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신 대법관의 행동을 '재판관여'로 결론짓던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장 씨가 남긴 문건이 친필이 맞다고 밝히면서 신 대법관은 다시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 고맙다, '북풍'
 
3월 말과 4월 초, 이번에는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사건과 북한의 로켓발사 사건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현직 청와대 직원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또 다시 여론이 들끓었고, 이어 4월 초에는 북한이 수 차례 로켓을 쏘아올린 끝에 인공위성으로 추정되는 로켓발사까지 시도했다.
 
인공위성 발사는 불발로 끝났지만, 덕분에 재판개입 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멀어져 신 대법관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불꺼진 '판사회의'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8일 신 대법관의 행동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결론짓고, 경고 또는 주의촉구를 줄 것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진상조사단의 결론보다도 크게 후퇴한 윤리위의 판단이 나오자마자 신 대법관은 '사과하지만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공식입장을 내놨다.
 
사안은 5차사법파동으로 번지는 듯 했다.
 
전국 법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판사회의가 열렸고, 대부분 '신 대법관은 알아서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불붙듯 번지던 단독판사회의와 부정적인 여론은 같은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전해지면서 삽시간에 사그러들었다.
 
전국법원장 간담회는 연기됐고, 정부와 검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신 대법관에 대한 비난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국감서 다시 불 지폈지만…국회서 꺼져
 
국민들은 한동안 잠잠하던 신 대법관에 대한 소식을 지난달 20일 대법원 국정감사 관련 뉴스에서 다시 접할 수 있었다.
 
이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재판개입논란을 일으킨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뒤 "탄핵소추안 발의만으로도 대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판단을 받을 지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되물었다.
 
달을 넘겨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처음부터 맥빠진 시도였다.
 
국회 다수을 여당이 차지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탄핵소추안에 대해 처리시한을 넘겨 자동 폐기시키기로 방침을 정했고, 이날 오전 10시까지 표결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탄핵소추안은 없었던 일로 끝났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탄핵소추안 발의와는 상관없이 신영철 대법관은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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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2 [20: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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