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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상처뿐인' 박연차 수사…"사건 매듭 시급"
박연차 게이트 2라운드 수사 동력 상실, 기존 소환 인사 일괄기소할 듯
 
조근호   기사입력  2009/06/12 [09:06]
지난 해부터 시작된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1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표적수사 논란 등으로 검찰은 상처투성이다.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에 대한 사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국세청이 지방 중소기업에 불과한 태광실업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국세청은 약 4개월의 조사 끝에 박 전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해 12월 12일 박 전 회장을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같은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를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1라운드는 검찰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 2라운드가 지난 3월 시작됐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진두지휘하는 새 수사팀이 정·관계 인사들을 잇따라 소환·구속했다.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됐다.

또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수사는 지난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600만 달러를 포괄적 뇌물로 보고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자격으로 불렀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600만 달러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같은 주장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신병처리를 미뤘다.

검찰은 오히려 소환 뒤 20여 일 동안 노 전 대통령이 회갑선물로 박 전 회장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등 혐의와는 관계없는 사실을 흘려 망신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수사 종료를 공식선언했다.

검찰 수사가 최종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했던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만큼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먼지털이식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욕보였다는 비난과 함께 수사팀 책임론, 중수부 해체 요구 등 사면초가에 몰린 검찰은 마지막 돌파구로 지난달 30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고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천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족과 측근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수사를 벌인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부의 실력자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부실수사를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이번 사건을 총지휘했던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많은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드린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결국 검찰 수사 도중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책임을 지고 검찰총수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박연차 게이트 2라운드 수사는 거의 모든 동력을 상실한 셈이 됐다.

검찰은 지난 9일 천 회장을 다시 부르고 김태호 경남지사도 소환했으나 수사는 이미 마무리 수순이었고,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기존에 소환했던 인사들과 함께 일괄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결과 발표를 다소 늦추더라도 천 회장을 추가 조사한 뒤 영장을 다시 청구하자는 주장이 일부 있었으나 수사를 빨리 마치는 것이 급선무라는 다수 의견에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어쨌든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해 이번 수사에서 가급적 빨리 벗어나고픈 검찰의 다급한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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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12 [09: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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