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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 대통령, "홈페이지 폐쇄… 저를 버리십시오"
검찰 서면조사 직후 착잡한 심경 밝혀
 
조근호   기사입력  2009/04/22 [18:27]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게 됐고, 이제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검찰 소환이 임박한 노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또 다시 올린 글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라며 "사실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앞질러 가는 검찰과 언론의 추측과 단정에 반박도 했지만 정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됐다"면서 "이 마당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정상문 전 비서관의 구속이 마지막까지 항변을 시도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글을 잇따라 올린 배경에 대해서는"도덕적 파산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는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또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고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오늘 아침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해 검찰 수사의 대응 도구로 삼아온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를 폐쇄 할 뜻임을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작성글 전문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 했습니다.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용서 바랍니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마음 속 한편으로는 '형님이 하는 일을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변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500만 불, 100만 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말을 했습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정치를 떠난 몸이지만, 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생각한 것은 피의자로서의 권리였습니다. 도덕적 파산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질러 가는 검찰과 언론의 추측과 단정에 반박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습니다. 그는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저는 그 인연보다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욱 노엽게만 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나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에게도 동의를 구합니다. 이 마당에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합시다.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 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도덕적 명예가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것도 공감을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저를 정치적 상징이나 구심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사건 아니라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방향전환을 모색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동안에 이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상 더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사정이 되었습니다.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 버렸습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관리자는 이 사이트는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협의를 하자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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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22 [18: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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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샌다. 2009/04/22 [19:38] 수정 | 삭제
  • 꺼 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