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신문> 전 정치팀장인 이준희 기자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문국현 예비후보 검증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대자보>는 이준희 기자의 양해를 구해 전문을 올립니다. 문국현 예비후보에 대한 독자들의 활발한 토론과 다양한 평가, 그리고 참여를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1. 문국현도 검증 대상이다.
나는 기자다. 지금은 비록 현장을 잠시 떠나 있는 기자이지만, 언론인이다. 언론인이 가장 부끄러운 해야 할 일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사실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대통령 후보(예비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에 대한 검증 공방이 요란하다. 2007년 대선 판도,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 이명박의 압승 또는 신승으로 귀결될 것인가, 아니면 범여권후보와 민주당, 장외후보의 막판 단일화를 통한 드라마틱한 뒤집기로 끝날 것인가. 70%가량이 현재로선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의 승리후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각자 세불리기, 몸키우기에 분주하다. 단일화 시점은 대통령 후보 등록일인 11월 25~26일 이전인 11월 10일~20일 사이가 될 전망이 높다. 그때까지 각자 후보들은 최선을 다해 승세를 잡기 위한 공격적 몸집불리기에 주력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일단 이인제 후보는 아니라고 한다. 그의 정체성, 과거 이력에 대한 명확한 인지요, 거부감이다.
정동영 후보와 부상 중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하 문국현)이 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러나 문국현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없다. 아는 바가 없으니 검증도 만무하다. 그는 사람중심의 사회, 경제를 표방하고 나왔다. 양극화해소,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경제 활성화 등을 주장하면서 진짜경제론을 유포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진짜경제인지도 모호하다. 그는 현재로선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 외에는 보여준 것도 내놓은 것도 없다. 현재로선 2002년 노사모 세력과 노풍에 비해서 비교될 수 없다. 문국현외에는 세력이 없다. 얼마전 가칭 창조한국당 발기인대회를 열었고, 2천5백명이 운집했다고 보도됐지만 그 실체는 아직 모른다. 몇몇 시민사회 진영 내의 도덕적인 인사들과 학계, 문화계 등이 그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시민사회 주력세력이 그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드러난 바만 놓고 볼 때 문국현은 약점보다는 강점이 많아 보인다. 구태정치와 세력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문국현이라는 인물에 서서히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주위에서 만나는 몇몇 지인들이 '문국현 괜찮은 것 같다'며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괜찮은지 물어보면 '이명박도 아니고 정동영도 아니고 그래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문국현 스스로의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문국현 진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한킴벌리식 뉴패러다임 모델(Y.K모델)이 있다. 문국현은 환경운동가이다. 문국현은 시민운동가이다. 문국현은 양심적인 도덕적인 기업경영가이다. 문국현의 사람중심 경제론은 진짜경제론으로서 재벌위주의 이명박식 가짜경제론과 획기적으로 다르다... 등등'
문국현식 사람중심 경제론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3~4년부터 그가 <시민의신문> 이형모 전 대표와 함께 핵심적으로 주창해 온 구호다. 문국현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버전이 유한킴벌리의 반환경 기업 이미지를 상쇄시키면서 친환경기업 이미지를 가져다 주었다면, 문국현식 '사람중심 경제론'은 그가 기업가 출신으로서 서민들이 기업과 기업 CEO에 대해 가지는 반감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사람을 위하고, 더욱이 서민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먼저 위하겠다는데 싫어할 국민이 누가 있을까? 나는 문국현에 대해서 지난 몇 달간 공개적인 글을 쓸까 말까 참으로 고심을 많이 했다. 그 이유는 차후 상세히 설명할 생각이다. 이명박도 아니요, 정동영 아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도 아닌,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아닌 새로운 인물, 이 부패한 정치권과 무능한 수구정치세력을 대체할 진보와 개혁, 서민적인 대권후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 서서히 기대감과 호감도를 높여가고 있는 문국현이 등장했다. 문국현의 출현은 친환경 기업 CEO 및 시민운동가 이미지를 지닌 기업가의 정치세력화의 본격 신호탄이 될지, 일시의 실험으로 그칠지 아직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국현이 대권도전에 성공한다면 한국적 정치지형에서 기업가도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는 시대의 진입을 예고하게 될 것이다. 수십년 정권을 잡아온 세력과 이를 뒤집은 10년간의 민주개혁평화세력의 집권세력과 정당정치세력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기업가세력에게 대권을 내주는 격이다. 이는 한국 정치세력의 무능이 낳은 필연적 귀결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귀족형 정치 시대로의 시작이기도 할 것이다.
생각해 보자. 사회가 존재하는 한 화장지는 필요하고, 인류사회가 유지되는 한 생리대와 기저귀 제조와 판매 사업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그러한 회사다. 모기업인 킴벌리클라크는 그린피스가 지정한 대표적인 반환경 기업이다. 그러나 토착기업이던 유한양행을 인수한 킴벌리클라크는 한국에서 유한킴벌리로 거듭났다. 그리고 반환경기업 이미지를 친환경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성공했다. 이에 더불어 문국현이 직접 나서 환경운동 진영 인사 등을 중심으로 시민사회 운동에 진입했다. 별다른 진입 장벽 없이 성공적인 안착을 한 것이다. 그리고 2007년 정치 무대, 즉 대선 판도의 무대에 출현했다. 처음에 엑스트라를 맡았다가 이제는 조연급으로 부상했다. 현재의 상승 국면이 계속 된다면 문국현은 순풍에 돛을 달고서 주연급 배우로의 부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음과 양이 있다. 문국현, 현재로선 햇볕만이 비추고 있다. 그의 그림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곧 본격화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에서 문국현에 대한 견제가 시작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의 Y.K모델 관련 정부 지원비(150억원)가 문국현 띄우기에 쓰여졌다는 국감 자료가 제시됐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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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 대자보 |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문국현을 밀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부인했다. 내가 보기엔 노무현 대통령이 문국현을 미는 게 아니라, 문국현 진영이 청와대에 줄을 댓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문국현 지원설은 그 결과인 것이지, 문국현 띄우기의 원인이 아니다. 정권을 쥔 집권세력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차기로 이어줄 후보를 미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현재로선 정동영후보가 이명박 대항마로서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카드를 얼마든지 염두에 둘 수 있다. 문제는 현직 대통령이 미는 후보가 존재하고, 그 밀어주기가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하다면 비판받고 지탄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드러난 게 없다. 그 무엇 하나도. 문국현은 정치혁명을 일굴 서민의 새 희망인가? 아니면 부도덕한 귀족기득권세력의 대권카드인가? 나는 묻는다.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해서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문국현, 그도 검증받아야 한다.
* <출처> 이준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kij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