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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인 김근태의원을 자유롭게하라
김근태의원, 정치자금 양심고백 3차 공판방청기
 
이대로   기사입력  2003/06/27 [18:12]

6월 26일 오후 2시 서울지방법원 519호실에서 김근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3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으로부터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영수증 처리 관행에 관한 증인신문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최 의원이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관계로 출석하지 못해 다음에 서면으로 증언하기로 하고 공소장 변경을 확인한 뒤 5분만에 끝났다. 공판이 끝날 때 김근태의원 담당 변호사는 "똑같은 사안으로 조사를 받은 정동영의원은 불구속유예로 끝났다. 형평성을 고려해볼 때 김 의원 사건도 그렇게 선처해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김근태의원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날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양심고백을 한 사실을 가지고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 첫 공판에서 김 의원은 "당시 회계책임자가 사후에 선관위에 허위 신고했다는 사실을 보고해 이를 질타했다. 뒤늦게 이를 알고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명예실추를 감수하더라도 `돈 선거'라는 구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양심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평소 김근태 의원을 좋아하는 지지자와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시민과 학생 60여명이 방청했는데  한양대학학교 법학과 지재법학회 학생 20여명이 2차 공판에 이어 두 번째 방청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공판이 끝나고 법원 지하 식당에 모여 잠시 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는 김근태의원    
© 김근태의원홈페이지
이날 공판이 끝나고 법원 지하 휴게실에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었는데  그 자리에서 지재법학회 회장 (법과 2학년) 김성욱 군은 "지난번에 우연히 법원에 참관하러 왔다가 이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팬클럽이냐고 물으시는데 아니라고 대답하기가 죄송하고 민망하였습니다. 이제 김근태 의원님처럼 좋은 분을 알게되고 떳떳하게 김근태의원 팬클럽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오늘날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법을 공부하는 우리들이 김의원처럼 정의로운 분에 대한 재판을 참관하면서 정의를 배우고, 나중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판사, 검사, 변호사 가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근태 의원도 "민주화 운동하다가 지명수배를 받고 한양대 뒷동네 사근동에서 6개월 간 피신했던 인연이 있습니다. 오늘 한양대 학생들을 보니 그 때가 떠오릅니다.  정치인들이 서울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 자주 면회를 가는데 그 곳 교도관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 함께 간 의원들이 "여기가 김 의원 고향이냐? 어떻게 여기에 아는 사람이 많으냐?"고 농담을 합니다. 여기 법원도 자주 와본 곳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처음 양심 고백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당당하게 밝히고 어떤 어려움도 맛서 이겨낼 각오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소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게 되니 불쾌하고 손에 땀이 나더군요. 그렇지만 대구, 부산, 광주에서까지 많은 분들이 오셔서 격려해주어 의연하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살맛이 납니다.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고 인사말을 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인 안병용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왔다는 이덕우 변호사는 " 방금 김 의원께서 여기 오신 한 분을 '영악하지 않게 사는 사람, 천사표 아무개씨'라고 소개했는데 김 의원 자신이 바로 우직하고 바르게 살려다가 바보소리까지 듣는 천사표라고 본다. 이번 재판이 김 의원처럼 양심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말했고  김의원의 변호를 맡은 안병용 변호사 또한 " 내가 교도소에 갔을 때 그 곳에 있는 분이 김근태를 아느냐고 묻기에 안다고 했더니 잘 봐주어 덕을 봤다. 김 의원께서 좋은 뜻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 가슴 아팠다. 이제 변호사로서 어려운 때 도와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고, 전라북도 부지사를 지낸 분은 "이번 재판이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 현장이 되게 만들자. 김근태의 양심과 신념이 승리하길 빈다."고 인사를 했다.
 
 비록 김근태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양심선언으로 대통령 경선을 중간에 포기하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지만 깨끗한 정치풍토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을 일으켰고 기소 전부터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5월 23일엔 여야 국회의원 56인이 양심선언한 김근태 의원을 소환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불구속 기소를 하기로 한 11월 28일엔 국회 부의장 김태식, 국회의원 김덕룡, 국회의원 유흥수, 국회의원 이부영, 국회의원 최병렬, 국회의원 홍사덕, 국회의원 김상현,
국회의원 김원기, 국회의원 박상천, 국회의원 정균환, 국회의원 정대철 등 여야 중진의원들이 김근태의원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12월 5일엔 여야 의원 62명이, 12월 6일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한승헌 변호사 등 재야인사 13명과 함세웅 신부, 이해학 목사, 지선 스님 등 종교계 인사 15명은 16일 서울지검과 서울지법에 `김근태 민주당 의원 불구속기소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김 의원의 양심적 행동이 사법적 판단으로 이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김 의원의 양심고백이 정치개혁과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바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만큼 보다 긍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12월 9일엔 이정복 서울대 교수와 손호철 서강대 교수 등 정치학자 73명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양심선언을 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민주당 김근태 의원에 대해 기소결정 취소를 요구했다. 12월 12일엔 문인 김지하 시인, 백낙청 서울대 교수, 현기영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 소설가 조세희.조정래.황석영씨 등 문인 27명은 12일 서울지검과 서울지법에 민주당 김근태 의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한편 김 의원이 기소된 뒤 "김 의원의 양심고백이 정치개혁과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바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만큼 보다 긍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 함세웅(咸世雄) 신부,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 홍사덕(洪思德) 한나라당 의원 등 각계 지도급 인사 290명과 네티즌 1200여명은 김 의원의 처벌에 반대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담당재판부에 제출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김근태 의원 첫 공판을 앞두고도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정치개혁연대)는 1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김 의원의 양심선언은 정치권 안팎에 정치자금의 현실적인 개혁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의 의미를 더 이상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합의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입법화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근태의원    
     ©김근태의원홈페이지
이렇게 많은 정치인, 문화인, 종교인과 국민들은 김근태 의원의 양심고백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진정서를 내고 선처를 호소하는 호소문을 검찰과 법원에 냈다. 김근태 의원은 자신의 누리집(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저는 정직한 나라, 한국.  평화와 공존의 시금석, 한반도시대. 협력과 발전의 새로운 공동체, 동아시아연합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 앞으로 내몰렸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다만 항상 평화로운 사람, 정의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고자 했습니다. 욕심 같은 바램은 ‘생각의 사람’,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나는 이번 공판을 참관하고 나오면서 지금도 양심을 가지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을까 법원과 세상에 되물어 보았다. 그리고 수백 억, 수 천억 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도 뻔뻔스럽게 발뺌하거나 뉘우치는 낯빛이 하나도 없는 철판 깐 정치인들이 떠오르면서 양심 있는 김근태 의원이 더욱 돋보이고 아름답게 보였다. 



 [여야의원성명] 김근태 의원의 불구속 기소에 대한 우리의 입장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용기 있게 응답했던 김근태 의원의 '양심고백'이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투명한 정치문화의 실현을 위해 정치자금법이 엄정히 집행돼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은 누구를 고발하지도, 누군가에게 고발당하지도 않았다. 김 의원은 오직 정치개혁의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고발함으로써 '돈과 조직'이 지배하는 추악한 과거 정치와 단절하고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어가자고 온 몸을 던져 제안했던 것이다.

모든 선진 문명국들은 양심의 자유를 지키려는 국민들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의 부패방지법 또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와 '책임의 감면'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것은 더 많은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고발자 개인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백하는 양심은 법의 이름으로 고압적으로 처벌되고, 오직 불이익과 희생 그리고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면, 깨끗한 정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침묵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정치부패는 결국 확대될 것이다. 검찰이 그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김근태 의원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기소"를 양심고백이 가진 대승적 의미를 간과한 획일적이며 부당한 법 적용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것은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에 배치되는 행위가 아닌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김근태 의원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

2002년 12월 5일

권오을, 김영춘, 김윤식, 김홍신, 박종희, 원희룡, 현경대, 황우여
(이상 한나라당)
강봉균, 강운태, 김덕배, 김명섭, 김성순, 김성호, 김옥두, 김영진,
김영환, 김운용, 김태홍, 김택기, 김화중, 김홍일, 김효석, 김희선,
남궁석, 문석호, 문희상, 박병석, 박인상, 설송웅, 송훈석, 신계륜,
신기남, 심재권, 유재건, 유재규, 이강래, 이낙연, 이미경, 이윤수,
이재정, 이정일, 이종걸, 이창복, 이호웅, 장영달, 장태완, 정동영,
정동채, 정범구, 정철기, 조배숙, 조성준, 조재환, 조한천, 천정배,
천용택, 최재승, 추미애, 허운나, 홍재형 (이상 민주당)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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