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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누리꾼, '인터넷 중립성' 지켜냈다
AT&T 등 통신망업계 ‘황금알 낳는 커뮤니케이션법(안)’ 로비 막아내
 
최방식   기사입력  2007/01/08 [19:31]
미국의 네티즌들이 인터넷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전국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망을 98% 이상 소유한 거대 통신사들이 망의 질을 다변화하며 이를 상품화하려는 법안을 만들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고속의 인터넷을 사용하려는 정보제공업자나 개인은 사용료를 많이 물어야한다. 그렇지 않은 자는 정보접근권에서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3대 통신망 사업자들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던 올 6월 이법안을 청원한 데 이어 공화당에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대며 로비활동을 벌였다. 법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올랐으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고 네티즌의 반발이 거세지며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네티즌이 이긴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새 의회에서 다시 법안을 낼 예정이어서 2차전이 다시 다가오는 상태다.

인터넷의 중립성(Net Neutrality)을 지키려고 85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Savetheinternet.com’(인터넷을 구하라)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와 유투브에 ‘인터넷을 구하라 비디오, 독립일’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하나를 띄웠다.

▲'인터넷을 구하라' 캠페인용 사진으로 나온 동영상 장면     © 인터넷저널

이 동영상은 AT&T, Verizon, BellSouth, Comcast 등 미국의 인터넷망 98%를 소유한 공룡통신사들의 음모에 맞서 네티즌들에게 ‘인터넷의 자유와 공개성’을 지키려면 이들이 의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커뮤니케이션법’(정확한 이름은 ‘2006커뮤니케이션기회진흥강화법’, 일명 HR5252)을 막아야 한다며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4분짜리의 이 동영상은 맨 처음 미의회 건물 위에 떠 있는 3대통신사의 비행접시 장면으로 시작된다. 소설 ‘화성인의 침입’을 연상시키는 장면. 통신사들이 의회에 빔을 쏘면, 의회 뚜껑이 열리고 굵은 팔뚝이 올라와 지구촌 네트워크 중심을 틀어쥐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네트워크 중립성’이 뭔지, 이를 지키려는 캠페인 장면을 묘사한 뒤, 이 음모에서 ‘인터넷을 자유’를 지키려면 3가지(서명, 항의전화, 주위에 알리기)를 하라고 권고한다.

▲2006년 하원이 '커뮤니케이션 법안'을 논의하자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저널

HR5252(통신사업자들이 제안하고 공화당 테드 스티븐스 의원이 소개)가 하원을 통과한 것은 지난 6월 8일. 인터넷망을 틀어쥔 통신사업자들은 법안 로비자금(주로 공화당)으로 1500억원 이상을 들였다. 이 법안은 ‘네트워크 중립성’을 훼손하는 골자를 담고 있다. 이들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마음대로 관리하고 상품화해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법안은 즉시 상원 의안으로 상정됐다. 관할 상임위는 상업위. 사업자들의 로비를 받아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회권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측(주로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의 한판 싸움이 격렬해졌다. 민주당이 주도한 수정안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공화당 권력이 추진하는 원안에 밀렸다. 상업위 투표에서 11 대 11로 백중세. 결국 전체 상원투표에 상정됐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하며 전의를 상실했다.

의회 밖에서도 비난여론이 거셌다. 850여개 시민소비자 NGO가 ‘인터넷을구하라닷컴’을 결성, 저항캠페인을 주도했다. 아마존, 이베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같은 거대 정보제공사들도 캠페인을 후원했다. 뉴욕타임스, 시애틀타임스 등 주요 미디어도 공화당과 통신업계의 음모를 폭로하는 데 동참했다.

결국 공룡통신망사업자의 로비를 받은 공화당의 ‘커뮤니케이션법’ 음모는 지난 9일 109대 의회가 폐회함에 따라 일단락됐다. 하지만 캠페인 주도그룹은 내년(110회 회기, 1월 4일 시작)에 2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려고 서명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터넷을 구하라’ 동영상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권력이 민주당으로 바뀌며 이들은 한시름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중립성 관련 법’을 제정하기 전에는 언제든 이들의 음모가 성사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법 제정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미소비자연맹의 마크 쿠퍼 국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시민소비자단체의 노력과 네티즌들의 힘이 돈과 음모로 구성된 최악의 법안을 막았다”며 “넷중립성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만큼 더 힘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네트워크 중립성이란?

 
자유롭고 열린 체제의 인터넷을 말한다. 최소한의 망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정보를 제공하는 자나 사용하는 자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체제. 디지털 민주주의의 첫 번째 원리로 꼽힌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이 급속히 늘자 망 제공자(통신사)들의 욕심이 커진 것. 상품을 차별화하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음모에서 시작해 이런 사업을 보장할 법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HR5252가 제정되면,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업을 벌이는 정보제공업자들은 엄청난 사용료를 물어야 한다. 중소상공인들도 치명타를 받을 것이 분명. 고가의 사용료를 내지 않는 개인 등은 형편없는(속도 느려지고, 컨텐츠 또한 질이 떨어지는) 온라인 서비스만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HR5252의 심각성은 지역사회에서 비영리로 운영중인 '독립언론'과 정치적 진보를 향해 뛰는 단체들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 언론의 다양성 역시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개인의 온라인을 통한 뱅킹, 원격진료, 여행조직화, 이메일 등 거의 모든 영역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이 HR5252를 통과시키려 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사 역시 각분야 인터넷 컨텐츠업에 진출해 있어, 이들에게 최고의 속도와 서비스를 보장하는 상품을 부여해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다는 음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팀 우 콜롬비아대 법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중립성 이슈는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며 "국민의 힘으로만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누가 인터넷을 통제하나"의 저자.
 
* 최방식(국제전문기자, 본지 편집위원)
* 본 기사는 <인터넷저널>(http://injournal.net/)에도 실렸습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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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08 [19: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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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무 2007/01/08 [19:53] 수정 | 삭제
  • 인터넷의 권력화를 막아낸 큰 사건입니다.

    최방식 전 시민의 신문 편집국장님

    인터넷을 권력화 하려는 시도는 우리에게도 멀지 않아 예견 되는 일이지요.

    기사를 통해 경계의 눈을 뜨게 해주셔 고맙습니다.

    이근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