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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단 사건 발표'가 겨누는 것은 대북포용정책
[독자논단] 국보법 창살에 갖힌 민노당, 그리고 몰상식한 한국사회
 
각골명심   기사입력  2006/10/30 [18:22]
들어가며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되어야할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6년 10월의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은 여전히 암울한 잿빛이다...
 
새로운 소식들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등 386 운동권 출신 3명이 지난 3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북한측의 지령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로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43) 씨와 재미교포 개인사업가 장민호(44) 씨, 모 학원장 손 모(42) 씨를 구속했다. 이 씨 등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운영과 민중운동을 포괄한 북한측의 지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하지 않았으며, 이 씨와 손 씨는 실질심사에서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이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만 적용했지만 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중요 정보를 북한에 넘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CBS 사회부 박종환 기자)
 
한나라당은 민노당과 우리당 모두를 겨냥할 수 있는 이번 사건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정 대학 출신의 청와대 라인이 이번 사건 관련자들과 교분이 두터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 연루자들이) 진보적 시민단체 인사들과도 자주 접촉했다고 한다."며 "이런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나라가 발칵 뒤집힐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들이 정부와 정치권 내 친분을 이용해 국가적 고급정보를 북한에 넘겼을 수도 있어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북한 핵실험으로 놀란 가슴을 다시 한 번 쓸어내려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신 공안정국 조성 음모"라는 민노당의 비난과 "여당이나 청와대 인사도 연루된 게 아니냐"는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를 모두 막아 내느라 분주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권386 연계설'에 대해 그는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여권386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당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 연루자들과) 과거 학생운동을 할 때 오며가며 만났을 수는 있지만 그 후 살아 온 길은 크게 달랐다"고 덧붙였다.(프레시안 전홍기혜, 송호균 기자)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모씨가 북에 비밀리에 다녀온 게 사실이고, 국정원이 말하는 것처럼 노동당에 입당해 노동당의 지령을 받아서 대남공작을 하려고 했다면 그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의해 처벌대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려하는 건 무죄추정원칙에 의해 혐의사실에 대한 최종적 판정은 법정에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이름까지 공표해버리고, 피의 사실에 대해 무책임하게 국민과 언론에 알려버려서 사실상의 여론 재판을 끝내고, 이를 간첩단 사건이라고까지 얘기해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또 "핵실험이후 남쪽 국민들이 갖는 불안감과 비판적인 목소리를 북한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하려는 민노당 지도부의 평양 방문을 며칠 앞두고, (국정원이 간첩단 사건을 발표한 것은) 민노당의 행보에 공안세력 쪽에서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치매 말기사회
 
나는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의 "국정원이 과거처럼 아무 근거 없이 조작사건을 만들거나 공작적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그 동안 한국사회의 민주화 진척도로 봤을 때 어느 정도 타당한 논평이리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지적한 바대로 ‘국정원이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는 단지 혐의자에 불과한 사람들’을 놓고 ‘수사 초동단계에서 대국민 공표’부터 했다는 것은 분명 과거 ‘군사독재정권들의 상습적 패악을 그대로 답습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점에서 나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과거 거의 대다수의 공안사건이 순전히 정권안보차원에서 무고한 일반시민들을 그 표적으로 하여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음으로써 결국 그것을 통해 정권유지와 공고화를 꾀했던 천인공노할 만행이었다는 사실들이 여전히 악몽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교롭게도 이와 너무도 유사한 절차적 문제점을 명백히 드러낸 이번 국정원의 잘못된 초동수사행태는 그 혐의와는 별개로 마땅히 우리사회의 거센 지탄을 받아야하며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점이다. 적어도 상식 있는 사회라면 말이다. 
 
▲지난 2004년 연말 열화와 같이 몰아쳤던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촛불시위 모습. 국가보안법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나는 권력이 저지르는 죄 중에서도 가장 극악한 죄가 인간의 천부자연권을 짓밟는 ‘인권’에 대한 죄라고 생각한다. 악법도 법이니 국가보안법이 현존하고 있는 한 혐의자들이 실정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면 그에 근거해 처벌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소위 민주화된 사회라면 그 누구도 우선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혐의가 입증될 때까지는 마땅히 보호되고 엄정한 비밀유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한국사회는 이런 가장 기초적인 법 정신을 언제까지 별반 고민도 없이 하찮게 치부하여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더 양산해야만 비로소 제정신들을 차릴 것인가. 특히나 공안사건에 있어 비록 최후에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미 그 사회여론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혀 평생을 음지에서 눈물로 살아가야만 했던 저 수많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단 말인가. 치매도 이정도면 가히 말기사회다.
 
국보법 창살에 갖힌 사회
 
우리는 왜 지난 시절 민주주의를 그리도 열망 했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자유, 그 중에서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이미 지난 세기에 체제우위가 되지 못해 사실상 몰락한 공산주의를 여전히 분단을 이유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는 결코 온전히 민주주의사회일 리가 없다. 설령 한국사회에서 공산당을 허용한다하여 한국이 순식간에 공산화될 거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바보든지 아니면 이념에 화인 찍힌 대단한 겁쟁이일 것이다. 어느 민주사회도 (특히 공산주의 몰락 이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했다하여 공산화된 경우는 전무하다. 아니 오히려 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위기가 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소위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한국정치를 대표하는 두 메이저 정당, 그것도 공당의 사회지도층이라는 자들이 이번 국정원 ‘간첩단 사건’에 임해 보여주는 태도는 정말 가관이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외면한 채 국으로(생긴 대로) 자신들에게 혹 불똥이나 튀지 않을까..에만 전전긍긍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꼴불견 집단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정략적으로 잘 이용해 최대한의 정치적 실리를 챙길까..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하이에나 같은 집단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이 있다.
 
특히 노무현정부 들어 기존 한국사회가 빨갱이 천지라며 내말이 맞았다면서 벌써부터 광분에 조짐을 보이고 있는 극우집단들이 있는가하면 국보법폐지를 주장하지만 사실은 국보법 폐지의 주 이유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라는 아주 기본적 사실조차 망각한 채 엉뚱하게 그 법의 잣대를 들어 한국좌파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코메디 같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국보법 창살에 너무도 견고히 갖힌 사회...정말이지 나는 번번이 이 몰상식한 한국사회에 깊이 절망한다.
 
나오며
 
마지막으로 나는 최근에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 교체 움직임이 절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짐작컨대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소위 포용정책의 포스트에 서왔던 이들 온건그룹들을 밀어내고 앞으로 대북문제에 있어 강경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전조가 아닐까 한다.
 
즉 북핵실험 이후에 소위 한국보수(?) 세력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대북포용정책의 포기와 대북지원 중단 공세에 노무현정부가 결국 타협내지는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향후 미국과 공조를 더욱 강화하여 한반도에서 보다 첨예한 대결국면이 조성될 국면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의 돌연한 ‘간첩단 사건 발표’는 향후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모종의 인과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의혹이 단지 나만의 과도한 상상력으로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마도 한국의 가을하늘은 지금 내 심정처럼 더 이상 푸른빛을 띠고 있지 않으리란 착잡한 심정을 간직한 채 부족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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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30 [18: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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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골명심 2006/11/01 [05:48] 수정 | 삭제
  • 구국결단님,

    '무죄추정원칙'과 '피의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법치국가라면 당연히 지향하는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명, 비실명은 전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글에서 지적하는건 실명이든 비실명이든 사실이 입증되지도 않은 사건을 가지고(특히나 공안사건에서) 우선 서둘러 대국민 공표부터 했다는 것이 바로 위의 두 법률에 반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혐의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야만적 행위'란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측면으로 혐의자들이 죄를 졌다면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할 문제를 법정이 아닌 '여론재판'의 한가운데로 무책임하게 내던짐으로서 실제 혐의자들에게는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박탈당하는것은 물론 사실상 '형벌'부터 집행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 구국결단 2006/10/31 [06:53] 수정 | 삭제
  • 실명을 안밝히고 민노당 관계자 모모씨...이런 식으로 나오면 분명히 조작이라며 관계자가 누군지 실명밝히라고 지랄거리고...

    실명 밝히면 무죄추정원칙에 반하는 인권침해라고 지랄거리고...

    별로 경청할 가치없는 자기편의적인 방어논리들 푸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