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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대학도서관의 문을 열어라
배타적 엘리트주의 타파해야 vs 재학생피해 누가 보상하나
 
김주영   기사입력  2003/05/29 [14:20]
지식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 그리고 그 상아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학도서관. 이 대학도서관을 개방하자는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대학이 가진 공공성을 기본으로 대학도서관을 일반 국민에게 개방해 공공성을 되찾아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의 학내 단위 중 불한당( http://www.nosweat.co.kr ), 생활도서관, 장애인권위원회가 만든 올리브(Open LIBrary) 프로젝트팀은 지난 3월부터 학내에 대자보 형식으로 도서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다른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고려대학교 도서관 개방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사회에서의 정보의 공유는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주장해오고 있는 화두 중 하나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상에서의 정보의 공유의 의미가 확대되었고, 정부의 문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는 이 시점에서의 대학도서관개방운동은 또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이들의 주장은 '본래 대학의 모습인 공공성을 찾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식은 하나의 재산으로 이를 독점을 하는 집단과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는 집단간의 권력차이로 인한 차별이 생겨나게 됨을 지적하면서, 현재의 대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독점하고 있는 지식이 대학 밖의 사람들에 대항하는 하나의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고, 이러한 지적 권력이 지식을 가진 특권계층을 재생산하는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서관이라는 물적 토대를 시민들에게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대학도서관의 개방이 열람실의 미확보와 장서의 구비부족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하지만 이런 문제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서관 시설의 열악함으로 인해 공공성이 포기될 수는 없는 것이며, 개방을 통해 대학도서관의 본래적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도서관의 전면개가제와 동시에 열람실 확충, 장서개발, 이용자 교육프로그램 실시, 장애인 이동권 및 교육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학도서관의 개방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총 6곳 정도이다. 배재대학교와 관동대학교, 삼척대학교, 경남대학교, 계명대학교 그리고 작년에 개방을 시작한 강남대가 그곳이다. 지방대학에서 도서관 개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지방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지방의 경우 지역이 크지 않고 인구수가 많지 않아 해당 동사무소나 구청 등에서의 지원을 통해 대출업무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서울지역에서는 서강대학교, 동국대, 경희대학교 등 5곳 대학이 부분적인 개방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들의 거의 대부분은 해당지역의 초,중,고 교사 등 지역교원에게만 개방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 도서관측은 일반시민들에게까지 중앙도서관을 개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며 개방은 아직 이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김영민 열람부장은 일반인에게 대출을 허가하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의 범위가 확실히 잡혀도 반납에 대한 보장이 되지 않는다. 소도시나 지방의 경우 지역규모가 작고 해당관청에서 이를 보장해 주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는 다르다"며 지금의 시점에서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또 김영민 부장은 "지금 현재 재학생들도 수용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이 들어올 경우에는 재학생에게 피해가 가고, 만약 일반인들에게까지 대출을 허용할 경우에는 재학생과 중복이 되어 재학생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대학에서 재학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은 공공도서관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에 연구자료나 장서가 많으니 회원제를 만들거나 보증금제도를 채택하는 것을 통해 할 수 있고, 지역 교원들에게는 개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느 정도의 개방의 여지는 존재함을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들 내부에서의 동의가 있어야 함을 지적했다.

이번 도서관개방과 관련해 가장 큰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해당 대학 재학생으로 보인다. 올리브 커뮤니티에 게재된 일부 글에서는 '그런 논리라면 강의도 개방하여서 모든 사람들에게 듣게 하라, 돈은 누가 내는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느냐?' '나라에서 등록금 내고, 대학은 모두에게 개방하라 뭐 그런거라면 동감하겠지만. 등록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수업이나 시설은 서울시민 모두가 같이 이용하자는 논리가 말이 되나요?'등의 반발성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가는가가 이번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주요한 열쇠가 될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방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방안의 마련, 그리고 시설확충의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이번 운동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리브 측에서는 이런 문제를 넘어서 지식의 독점이 이뤄져서는 안되며 누구에게나 대학도서관의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정보공유와 정보접근권을 주장하고 있다. 올리브 측은 프랑스 68혁명 때 노동자들에게 24시간 대학을 개방했던 소르본느 대학의 경우가 바로 이러한 지식의 공공성을 주장한 예라면서 대학도서관의 개방을 통해 배타적 엘리트주의 타파해야 함을 지적했다. 올리브 측은 대학도서관의 개방과 더불어 공공도서관의 확충도 이뤄져야 하지만, 공공도서관은 비전문적인 장서수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도서관이 일반시민에게 개방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고려대학교외에도 대학도서관 개방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있다. 이화여대에서도 지역여성들과 함께하는 대학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인 올리버프로젝트( http://funny-star.net/oliver/ )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지역여성을 비롯한 휴학생 졸업생 이 도서관을 사용할 수 없음을 문제제기 하면서, '이화가 모든 언니들의 실험적, 대안적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올리브는 진보누리 싸이트에서 커뮤니티(http://www.jinbonuri.com )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대학도서관 개방에 관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대학도서관 개방과 관련한 온라인 서명을 진행중이다. [대학도서관 개방을 위한 서명 페이지]

앞으로 대표적인 사립대학의 하나인 고려대학교가 도서관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게 된다면, 그 운동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다 하겠다. 또한 이런 대학도서관의 개방운동은 일반 대학 도서관에 대한 그리고 더 나아가 공공도서관에 대한 인식의 전환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공공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이들의 운동은 주목할 만 하다 하겠다.

한편 올리브 프로젝트는 5월 31일 오후 3시에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학생회관 1층)에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는 "열려라 도서관 - 대학도서관 개방을 고민하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찾습니다"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도서관 개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다. (문의: bi-jun@hanmail.net)

대학도서관의 장벽을 허물 것을 요구한다
- 고려대학교 학내·외 단위 성명서 (초안)


우리에게 대학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현재의 대학은 자본의 개입하에 개인의 사회적 상승을 위한 발판으로서의 기능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학은 자신이 생산한 것을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해야할 의무가 있다. 기존의 대학이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바로 이러한 대학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사회가 허락해준 것이다. 그러하기에 대학은 각 개인의 통과의례적인 공간으로서만 기능해선 안된다. 오히려 대학은 사회의 각 주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할 의무를 지닌 공간이다.

대학을 사회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이 사회의 일 주체로서 우리는 대학의 공공성 회복을 주장한다. 이에 우리는 대학의 도서관 또한 대학 내부의 주체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사회와 공유해야 할 공간으로 규정한다. 대학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독점적으로 확보해왔던 지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며, 이 일환으로서 대학도서관은 지역사회를 향해 걸어잠궜던 문을 열어야 한다. 대학도서관의 완고한 장벽을 철폐해야 하고, 대학도서관의 장서를 시민들과 공유해야 하며, 대학도서관은 이를 위한 제도적·실질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도서관 개방운동은 대학의 여유공간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시혜적인 운동이 되어선 안된다. 오히려 이 운동은 이제까지 만들어내지 못했던 대학의 본래적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며, 고급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정보를 환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로부터 지역의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그리고 노동자 등 사회적·문화적 소수자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주민들까지 대학도서관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하나, 일정 범위의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전면 개방해야한다.
하나, 도서관 자료의 개방은 대출까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하나,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열람공간을 확보해야한다.
하나, 장애인 도서관 이용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해야한다.


                  2003년 5월
                  고려대학교 올리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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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29 [14: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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