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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전쟁터로 내몰려는가?
지금 당장, 노무현 일병을 구하라!
 
스피놀자   기사입력  2003/03/09 [19:32]
나는 분명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당장 무엇을 해야한다는 갑갑함과 그 전쟁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었을 때의 암울함에 사로잡혀 있다. 논지는 극단적이고 주장은 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얼마전 김석수 전총리의 전투병 파병 발언 이후, 드디어 노무현 정부 아래서 동티모르 수준의 파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것이 한반도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라크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로, 그는 은근히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흘려왔다. 취임사에서 노무현의 모호한 표현, 그러나 단호한 메시지는 분명 세계의 평화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파병 이야기가 본격화되어 전투병을 파병하게 되는 경우에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란 메시지는 빛을 바래기 시작할 것이다. 전투병을 제외하고 의료진을 포함한 비전투병의 파병으로 결정이 날 경우에도 그것은 이라크를 침략하려는 미국의 전쟁책동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

결국 지금은 양자택일의 상황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지금까지처럼 이라크전쟁에 대한 약간은 불명료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결국 미국에 대한 비토로 나아갈 경우에 한국은 전세계 양심적인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향후에 벌어질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전세계적인 지원군을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세계 분쟁지역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의 대통령 '노무현'은 동북아에서 평화를 지키는 중심축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노무현이 한국적 아이콘에서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라크 전쟁 후 본격화될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싸움에서 우리의 결정권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미국과의 마찰은 심해지겠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자주권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동북아 물류중심국을 구상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구상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이니, 장기적으로 우리에겐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깡패국가 미국의 쇠락과 함께...

반면 한국이 파병을 하며 은근히 미국의 침략전쟁에 손을 들어줄 경우에, 거기서 한국이 이라크 유전에 대한 사소한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우리는 도덕적으로 대단히 난해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그것도 전세계의 경제를 담보로 벌이는 침략전쟁에 참가한 나라가 무슨 명목으로 다른 나라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미국의 전쟁을 반대한 세계의 양심들에게 그것은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태도로 보일 것이다. 제 2의 이라크가 될지도 모를 당사국 한국의 파병은 영국이나 스페인처럼 단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파병하는 나라와는 차원이 틀리다. 그것은 남의 나라에 대한 학살에 가담하면서 우리는 평화롭자고 하는 것이니, 과연 우리는 이 윤리적 이율배반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700만이 만들어낸 월드컵축제의 평화로움은 단지 우연히 만들어진 한때의 불장난이 될 것이니, 우리 스스로 평화를 사랑한다는 자부심은 산산히 부서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라크 파병은 국내 친미극우파(?)들의 입지를 높이며 노무현의 국내지지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전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할 이라크전쟁에 파병했을 때 누가 노무현을 미국에 휘둘리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볼 것인가? 노무현은 지금까지 불가능한 일을 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은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한 그의 두둑한 배짱과 원칙에 있다. 그러나 그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미국의 전쟁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때, 과연 우리는 그가 원칙을 지킨 인물이라고 보게 될 것인가? 노무현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서서히 무너질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 순간부터 노무현을 '노짱'이라 부르지 않게 될 것 같다.

우리에게 놓여져 있는 선택지는 둘 중의 하나이다. 미국에 대해 당당히 'NO!'를 외치며 전세계 양심들과 함께 동북아의 평화를 이끌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 굴복하여 이라크에서 자행될 대규모 학살에 동참하며 사소한 이익을 얻고 우리 역시 한반도 전쟁이란 살얼음판을 걸을 것인가? 우리가 세계분쟁의 중심에 놓여있다는 것은 또한 세계평화를 좌우할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노무현은 적어도 굽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이 오늘내일 하는 지금 노무현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아직까지 그는 잘 버티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하는 시점에 섰을 때, 노무현은 무엇을 가지고 미국에 'NO!'를 외칠 것인가? 국회는 개판이고 야당은 발목잡을 준비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직 정비되지 않았고 각료인선조차 혼란스럽다. 12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광화문은 썰렁하고 미국의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겨우 인터넷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전세계의 5천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반전평화의 목소리로 어떻게 노무현이 미국에게 'NO!'라고 외치기를 바라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10만명이 전세계에서 유일한 '부시 만세'의 목소리를 CNN에 내보냈는데 말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반전의 목소리밖에 없다. 쉽사리 전쟁 찬성표를 못 던지게 만드는 멕시코의 전국민적인 반전분위기, 미국의 군사기지가 되기를 거부했던 터키의 10만명의 시위, 부시를 졸졸 쫒아다니던 블레어의 발목을 잡았던 런던의 200만의 물결이 한국에서 재현될 때, 노무현은 한국의 민심을 핑계로 부시에게 전투병 파병은 안되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강력한 물결은 의료병조차 어렵다고 말을 하게 만들 것이다. 더 강력한 반전평화의 메시지는 미국에게 한반도는 이제 자신들의 영향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더 강력한 광화문의 메시지는 결국 워싱톤을 바꿀지도 모른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조선왕조 이후 우리가 세계사의 중심인 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우리의 어떤 행동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쟁지역이며, 가장 유력한 제 2의 전쟁터인 한반도는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세계사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가 평화를 택할 때 세계의 양심들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 굴종을 택할 때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 속에 휘청거리고 세계는 다시 한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너무나 조용하다. 전세계 천만명이 움직이고 있는 이때, 당사국인 한국은 침묵하고 있다. 그 위태로운 끝에 서서 노무현은 아직까지 '평화'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노무현은 '파병'이라는 이야기를 흘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국회는 파병안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침묵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것이다. 지금 침묵은 이라크에서 아이들이 죽게 버려두는 것이다. 지금 침묵은 우리 스스로를 전쟁의 위협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며 조금씩 전쟁터로 내몰리는 노무현을 방치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겨두는 것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들, 이대로 노무현 일병을 전쟁터로 내몰 것인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들, 이제 그 선택에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 간곡히 호소한다. 광화문에서 만나자. 살아있는 사람들이여! 광화문에서 확인하자.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광화문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자. 우리가 다른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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