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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초도 모르는 청와대 정치타령
[김영호 칼럼] 소모적인 정치타령과 정치과잉이 정치력 더 갉아먹는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5/09/16 [10:55]

많은 국민들이 살기가 힘든다고 하소연한다. 고용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날로 짙어진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실업대열에 선다. 직장에 다녀도 언제 쫓겨날지 몰라 불안에 떤다. 봉급생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봉급의 절반도 못 받으면서 하루살이 마냥 내일을 모르고 살아간다.  

외국자본-거대자본에 밀려 구멍가게가 설자리를 잃었다. 유통재벌이 시골마을까지 싹쓸이해 버렸다. 할인점이 가격파괴를 내세워 고객을 공략하고 그 틈새를 편의점이 파고든다. 전국 어딜 가나 식당간판이 뒤덮고 있다. 도시 뒷골목은 물론이고 한적한 시골동네까지 말이다. 식당이 넘쳐나니 파리만 날린다. 길게 늘어선 빈 택시의 행렬이 그들의 고달픈 생활을 말하고도 남는다.

개방농정을 타고 값싼 수입농산물이 홍수처럼 밀려온다. ‘쓰나미’ 같은 파괴력을 갖고 농촌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다. 그나마 쌀농사로 연명해 왔는데 이제는 수입쌀이 시판된단다.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마저 놓치는 심정이다. 그런데 그곳에 기업도시니 혁신도시 따위를 짓는다고 야단이다. 아니면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누대를 지켜온 고토(故土)마저 버려야 할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 투기가 광란을 부려 지난 2~3년 동안 집값이 곳에 따라 2배는 뛰었다. 언제나 내 집을 마련하나 싶어 한푼 두푼 모아왔지만 그 꿈은 무지개 마냥 멀어만 진다. 근근히 내집을 마련했지만 보유세가 크게 오른단다. 세금 내느라 제집 지키기도 어려워질 판이다.  

빈부의 양극화가 가위곡선 마냥 벌어지기만 한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자식 과외비를 대느라 허리가 휜다. 학벌사회에서 내 자식만은 차별 받지 않고 살게 하려고 빚을 내서라도 뒷바라지한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국제유가가 가계를 더 핍박하게 만든다. 절망과 씨름하며 방황하는 이들이 주위에 너무 많다. 

그런데 정치권은 눈도 감도 귀도 막은 모양이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를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투쟁으로만 아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청와대에서 정치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백성의 삶을 보살펴야 할 곳이 선거일정에 매달려 권력획득에만 열중한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느닷없이 연정론을 꺼냈다. 선거구를 개편해서 지역구도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영남 출신인 그는 이른바 ‘호남당’에 정치적 생명을 걸어 성공했다. 그의 진정성은 이해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싫다고 손사랫짓 치고 국민의 반응도 싸늘하다. 선거가 임박해서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지역감정 완화를 위해서는 지역간 발전격차의 시정이 더 중요하다.

이 나라에는 정체성을 가진 정당은 없지만 지지기반은 달리한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정을 한다면 이것은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행위다. 야당의 역할은 집권세력을 감시-견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여야가 정치적으로 결탁한다면 이것은 정당정치를 부인하는 꼴이다. 선거구 문제는 정당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이 나서야지 왜 대통령이 앞서 상처를 입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여소야대라고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제1당이다. 협상력을 발휘하여 다른 정당과 사안마다 제휴하면 된다. 그것이 정치력이다. 4ㆍ13 총선에서 국민은 급조된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수의 의석을 줬다. 그 거대여당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 까닭에 4ㆍ30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 또한 국민의 선택이니 그 뜻을 겸허하게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되찾으려면 임기단축, 2선후퇴와 같은 소모적인 정치타령은 그만 두었으면 싶다. 청와대에는 정치과잉에 가려 국정운영이 안보이니 하는 말이다. 지금도 자신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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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9/16 [10: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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