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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40대 장관 나오면 뭐하나?
[김영호 칼럼] 국정수행 능력없는 인위적 40대 장관론에는 저항만 초래
 
김영호   기사입력  2005/08/16 [20:42]

청와대에서 40대 장관을 과감하게 발탁해서 공직사회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모양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장관 평균연령을 비교해보니 한국은 40대 장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평균연령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장관은 자질, 능력, 자격을 따져 발탁해야지 왜 연령을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사회는 이미 민간-공공분야를 가리지 않고 50대 이상은 설자리가 거의 없어졌다. 인위적 40대 장관론이 가져올 세대교체의 파급영향을 아는지 묻고싶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란이 있다. 여기에 'OECD국가 지도자 분석'이란 보고서가 올랐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장관 평균연령은 52.7세이고 연령분포율은 50대 44.5%, 40대 24.2%, 60대 21.6%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40대 장관이 한 명도 없고 한다. 또 평균연령이 56.8세로서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40대 장관을 발탁해야 한다는 이런 단순논리다.

먼저 장관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알아야 한다. 장관은 소관부처의 업무를 소상하게 파악하여 정책방향-대안을 제시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 관료조직을 관리-통제할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엉뚱한 사람을 발탁하니 재임기간에 업무도 파악하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만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니 눈치나 본다. 그 사이에 국정은 표류하고 민생은 골병든다.   

 장관은 또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 국무회의에서 의결사항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장관은 해당부처의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위원이다. 그런데 국무위원으로 자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사를 장관으로 발탁하니 밑에서 가르쳐준 소관업무 이외에는 아무런 발언도 못한다. TV화면에 비친 국무회의를 보면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IMF 사태 이후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해서 정리해고가 상시화됐다. 그 기준은 연령순이 되어 웬만한 민간분야에서는 40대도 쫓겨나는 처지다. 연소화의 바람은 공공분야에도 옮겨 붙어 그 풍력이 드세다. 그 바람은 정치권에도 세차게 불어 2002년 12월 대선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은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어 2004년 4월 총선에서는 386세대가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재계는 경기변동이나 시장변화보다는 권력이동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재계는 권력집단의 인적구성에 맞춰 변신하는 습성을 가졌다. 정계-관계-금융계에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 그 인맥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대부분 재벌기업의 사장단이 한층 더 젊어졌다. 또 주요재벌의 3, 4세가 사령탑을 이어받을 채비를 서둔다. 재벌기업에도 한 차례 세대교체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그런데 고용구조는 갈수록 연소화하고 있다. 의술발달-소득향상으로 팔순은 넘겨야 천수를 누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쉰 고개도 못 넘기고 일터에서 밀려난다. 30년을 더 살아야 하나 앞날이 막막하다. 성장의 주역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하루아침 무능력자로 낙인이 찍혀 사회에서 퇴출된다. 거세감에 눌린 그들이 내 탓이 아닌 네 탓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386세대를 장관으로 전진배치하려는 정치적 판단이라면 이것은 오판이다. 능력이 아닌 연령이 발탁기준이라면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회저류에 보이지 않게 흐르는 기류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역대정권에서 소관업무도 모른 채 헛발질이나 하던 장관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나침반도 없이 안개 속에 갇힌 난파선의 모습을 하고 말이다. 40대 아니 30대 장관도 좋다. 국정을 수행할 능력과 자격만 가졌다면….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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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16 [20: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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