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국민 개개인별로 등급이 매겨져 모든 사회활동에 차별이 올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출신 지역, 출신 학교에 따라 사회활동이 제한되는 국민 등급제가 실시되면 강남은 무조건 A등급이 될 것이다. 서울의 유수한 대학, 예를들어 고려대, 이화여대, 연세대 출신은 A등급, 강북과 수도권은 B등급, 광역도시와 광역 도시에 위치한 대학 출신은 C등급, 지방 출신은 어디에도 명함을 내밀기는 커녕 취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D등급....
이렇게 되면, 대학은 출신지역 국민등급에 따라 학생을 뽑게 될 것이고, 기업체에서도 우수한 사원을 뽑는데 있어서, 별 애로사항 없이 유능한 직원을 뽑게 될 것이다.
고교등급제가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실시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을 유추해보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고교등급제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 같은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의 선발 자율권'과 '고교등급제'에 찬성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일단은 그렇다고 치자.
대학에서는 일선 고등학교의 학력격차를 얘기한다. 물론, 서울과 지방 소도시의 학력 격차는 분명히 존재할 수도 있다.
또, 서울과 시골 학교의 내신성적을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한다. 물론, 대도시 학교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특히 지방학교의 내신 성적 부풀리기를 지적한다. 물론, 일부 지방학교는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하다가 교육당국에 의해 적발되는 사례가 간혹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고교등급제뿐 아니라 앞서 얘기한 국민등급제(연좌제를 연상케하는)를 실시해야 한다.
자, 억울하다면 4천만 모든 국민이 A등급을 받을 수 있는 서울 강남으로 이사가야 할 것이다. 곧,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등급제'가 실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농촌학교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뉴스와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에 지원자가 몰린다는 두가지 뉴스를 접한다.
전북농촌교육발전 연구회가 이달초에 전북도내 농촌 면지역 25개 중학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전교생이 50명 미만인 학교가 조사대상 학교 25개교 가운데 44%인 11개교에 이르고, 100명 이상은 6개교(24%)에 불과했다.
급속한 탈농촌 현상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농촌학교의 학생수나 규모 또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교사들은 농촌중학교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72%의 교사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농촌학교는 곧 통폐합될 것이라고 답했다.
농촌학교가 왜 이럴까? 비단 농촌학교뿐 아니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가 있는 지역에서는 이들 학교의 지원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목고와 자립형고등학교를 가기 위한 입시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중학교때부터 입시열풍에 휘몰린지 오래다.
모두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좋은 등급(?)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무슨 추곡수매도 아닐 텐데, 교육마저 등급제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차라리 생산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추곡의 질에 따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추곡수매제도같은 등급제가 적용된다면 박수를 치겠다.
한켠에서는 이때다 싶은지, 고교평준화 해제를 주장하고 나선다. 학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등급으로 매겨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교육의 진정한 목적과 위배된다.
교육을 더 이상, 등급을 매기기 위한 수단으로 몰고 가지 말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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