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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사법관
정권교체에 따라 대규모 사형집행이 이뤄질수도ba.info/css.html'>
 
이승훈   기사입력  2002/10/25 [13:04]
지난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최병국의원(법사위)이 "1997년 12월30일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사형집행이 한 건도 없었으며, 지난 7월 현재 미집행 사형수가 1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의원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형집행의 명령을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법무부가 여론을 의식해 현행 법규를 사문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국가형벌권과 법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IMAGE1_LEFT} 최의원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물론 우리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사형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이 사형집행명령을 내리게 되어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이 반드시 사형집행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무부장관은 사형집행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과 국민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이 우리 사회의 여론을 의식하고 따른 것이라면 그는 정치적 책임에서도 자유롭다할 것이니 법무부장관이 사형집행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 국가형벌권 차원에서 문제될 소지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최의원이 ‘법적안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이다. 최의원은 법사위소속 의원이라면서 어찌 '법적안정성'이란 '구체적 타당성'과 함께 '정의'를 변증법적으로 실현하는 절반의 이념일 뿐이라는 기초적인 법논리를 모르는가?  

솔직히 말해서 우리 나라 국민들 중에서, 그리고 범죄인 중에서 1997년 이후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 중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서 사형관련 조문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범죄를 저지른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지 않음을 온 국민이 모르고 있는 가운데 사형이 집행하지 않은 것이 법적안정성차원에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다고 법적안정성을 운운하는가?

사형폐지국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02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형폐지국의 수는 111개국이며,  사형존치국은 84개국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은 대부분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텍사스주를 비롯한 38개주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사형폐지라고하면 그냥 사형제도를 없애는 것(전면적 사형폐지)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은 사형폐지의 유형은 세분되어 3개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가 ‘전면적 사형폐지’이다. 프랑스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76개국이 사형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둘째가 ‘부분적 사형폐지‘이다. 군법상에만, 혹은 일반 형법상이라도 전시(戰時)에만 사형이 존재하며 평상시에는 사형이라는 형벌이 존재하지 않는 형태를 ’부분적 사형폐지‘라고한다.  남미일부국가등 전세계적으로 15개국이 부분적사형폐지국이다.  

셋째가 ’사실상 사형폐지‘이다. 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사형을 오랫동안 실시하지 않는 형태를 ’사실상 사형폐지’이라고한다.  터키를 비롯하여 20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111개국이라는 사형폐지국의 수는 이들 세가지 유형의 사형폐지국을 합친 것이다.  

최근 김대중 정부 들어서 1998년부터 만 5년가까이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고 이에 사형제도 관련 법조문의 사문화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형제도문제와 관해서 의미심장한 일이다.  우리 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5년이라는 시간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국제적으로는 사형이 선고된 후로, 혹은 일반 형법상 사형이라는 형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약 10년 정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을 때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IMAGE2_RIGHT}헌법재판소에서는 사형과 관해서 원칙적으로는 사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기상조론을 내세우고 있다 (인권론에서 시기상조론은 대부분 지적사기이며 허구이다). 현재 우리 국민여론이 6:4에서 5:5 정도로 ‘사형존치론’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조금 많다. 이 정도라면 국민 여론상 헌법재판소가 굳이 보수적인 허구를 만들어내지 않고 사형제도 위헌선언을 해도 될 듯하다.  

사실상 사형폐지는 사형이 일종의 종신형(무기형과는 달리, 오판이 아닌한 절대 석방이 불가능한)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부작위가 진보가 되는 특이한 모습이다.

5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도 별 지장 없이 우리 사회가 잘 유지되어왔다는 것은 '사실상 사형폐지' 라는 측면에서 사형폐지론의 또다른 강력한 논거가 될 것이다.  

다음달 1일,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 수녀가 방한하여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강연을 한다고한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경청을 바란다.  

사형폐지는 진보의 역사이다.  국가형벌권, 법적안정성 운운하지 말라. 사형은 폐지되어야한다. / 논설위원

자유... 백수광부

[관련기사] 영화 '데드 맨 워킹' 실제 주인공 프리진 수녀 방한
1996 년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미국 영화 '데드 맨 워킹' 의 실제 모델인 헬렌 프리진(64) 수녀가 사형제 폐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다음달 1일 한국을 찾는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방한하는 헬렌 수녀는 1일 오후 2시 세종 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다음날 오전 10시 30분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뒤 두 차례 강연한다.

헬렌 수녀는 사형 폐지 운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들이 화해와 용서를 통해 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사형집행을 앞둔 살인범을 만나면서 미국의 사형제도에 눈뜨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데드 맨 워킹'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96년에 수잔 서랜든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서랜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그후로 그가 사형집행까지 지켜본 사형수는 5명이다.

헬렌 수녀는 각국을 돌면서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은 한 사람일지라도 지구 전체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을 죽이는 사형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운동을 펼쳐온 천주교 주교회의가 대선을 앞두고 헬렌 수녀를 초청한 것은 사형제 반대 여론을 모아 정권이양 기간에 사형이 많이 집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헬렌 수녀는 수차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정명진 기자 myungjin@joongang.co.kr  (중앙일보   200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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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0/25 [13: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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