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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 신 이후의 신(神)을 생각한다
[갈무리의 눈] 리처드 카니의 『재신론』, 이미 존재했던 종교관에 대한 발견
 
이종성

 

21세기인 현재 종교로 인해 수많은 전쟁이 자행되고 있다. 바로 지금도 아프간의 탈레반 기사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고, 아프간 난민의 수용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초연결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세계화된 현재 사회에서는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우리와 별개의 일이 아니다. 아프간 난민의 수용 문제가 한국에서도 불붙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제사회 연대를 위해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의 기사가 뜨고, '아프간 평화 정착과 난민 보호 촉구 결의안'을 여야 의원 75명이 참여하여 발의하였다고 한다. 정치 논객 진중권 교수도 이 주제에 관해 다른 네티즌과 설전에 참여한 모양이다. 세계 각국에서 난민 수용에 대한 찬성과 우려의 논의가 한창이다.

 

이 하나의 사건만으로도 종교의 배타적 폭력성과 이방인에 대한 문제가 동시에 제기된다. 종교간 분쟁을 해소하고 이방인을 환대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모든 종교의 근원에 이방인에 대한 환대가 담겨 있음을 주장하며, 이방인은 우리 자신과 진리, 진실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이로써 영성 간 번역을 통해 더 큰 영성에 다가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   리처드 카니의 [재신론] 표지   © 갈무리출판사


본서의 저자인 리처드 카니 교수는 현재 보스턴 칼리지 철학과에 찰스
B. 시릭(Charles B. Seelig)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아일랜드 출신의 철학자다. 주요 저서로는 이방인, , 괴물(개마고원, 2004), 현대유럽철학의 흐름(한울, 2021)이 있다.

 

『재신론』은 독창적인 책이다.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떠올리게 한다. 윌슨이 니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헤세, 고흐, 카프카, 카뮈에게서 아웃사이더라는 개념을 추출해서 일약 영웅이 되었듯이, 이 책도 위대한 사상가들과 예술가들, 종교적 이야기들 속에서 어떤 독창적인 개념을 끌어냈다.

 

다시 말해 재신론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종교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했던 종교관에 대한 발견이다. 재신론은 이미 위대한 자들과 종교 이전에 있었던 것이지만 보지 못했던 개념을 분명히 드러낸 작업이다. 그렇다. 재신론자는 언제나 있어왔다. 진리와 진실에 복무하는 자는 항상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발견한 재신론자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은 분명 각각의 독자가 본서를 통해 상상하고 발견해야 할 과제이지만 필자의 상상을 제시해보려 한다.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

 

"『재신론』은 유신론-무신론 논쟁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학적 고찰을 도입"(285)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이로써 『재신론』은 종교를 재해석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신론에서 무신론으로 옮겨감으로써 종교 해석의 틈을 넓히고자 하는 것이다. 유신론에서 무신론으로 옮겨감은 종교 해석의 주체를 교단에서 개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권위를 따르는 종교인이 아닌, 스스로 상상하고 해석하고 결단 내리는 종교인을 본서는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기대는 인간이 종교에 의존하는 이유와 충돌한다. 인간은 실존적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신이나 절대자에게 기대는 것인데, 스스로 결단내리는 책임 지는 인간이 되라고 다시금 내쫓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와 실존의 짐을 짊어진 인간에게 신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독창적인 부분이 아닌가 한다(무신론자의 신앙으로). 신과 진리의 우선순위를 바꿈으로써 가능하다. 간디는 '신이 진리'라고 주장했다가 나중에는 '진리가 신'이라고 주장을 바꿨다. 간디도 처음에는 ''에게 의존하는 신앙을 하다가, 나중에는 '진리'에 방점을 찍는 신앙으로 바뀐 것이다. 자유를 피해 신에게 도피했던 인간이 오히려 신앙의 힘으로 자유를 버텨내는 모습이다. '진리'가 신이라고 믿는 자는 진실과 진리를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진리는 고집된 믿음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로서 끊임없이 회의하고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라는 재신론의 핵심 키워드가 제기된다. "진정한 모든 종교 체험은 다시-읽어내는 것이며, 과잉에서 의미로 의미에서 과잉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번역을 추동하는 지속적인 읽기의 오뒷세이아에는 끝이 없다."(300) 진리는 끝이 없는 지속적인 읽기인 것이다.

 

이러한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의 종교인을 보여주는 소설이 엔도 슈사쿠의 침묵일 것이다. "성직자들은 이 모독의 행위를 격렬하게 질책할 테지만, 나는 그들을 배반했을지 모르나 결코 그분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 ... 비록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의 오늘까지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그분의 행위를 따르며 배우며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 (『침묵』, 294)

 

교단에서 가르치는 가르침과 자신이 판단하는 주님의 가르침과 다르다는 자각은 『재신론』에서 주장하는 유신론에서 무신론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오히려 무신론으로 자리를 옮길 때에 종교인으로서의 회의와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짚어낸 것이다. 이 소설이 종교문학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이 원리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진정한 종교적 사색으로 가려면 타인의 가르침에 기댈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로 가야 한다.

 

타인을 통해 자기를 알아간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은 타자를 통하는 것이라는 해석학적 준칙"(295)이라거나 "자기 발견은 자기 안에 있는 타자의 발견을 전제로 한다.“(296)고 본서는 말한다. 자기에게로 가는 길에 타자가 꼭 필요하다는 이 원리 때문에 『재신론』은 이방인의 환대를 적극 강조하는 것이다.

 

이방인이 신성한 것은 우리 자신을 깨어나게 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을 새롭게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진리와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신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이방인을 환대한다. 그리하여 신은 이방인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방인의 존재론적 가치를 현실 종교에 대입하여 종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움으로써 '종교 간 번역과 해석' 과정에서 우리는 더 큰 영성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모든 종교는 자신의 폭력적인 경향에 대한 급진적인 자기비판을 계속해야 한다. 모든 신앙은 타자들에게 자신의 고유한 절대자에 대한 관점을 폭력적으로 부과하려는 본연의 유혹을 스스로 몰아낼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만 자신만의 신앙이 아닌 다른 신앙들 가운데 있는 말씀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일을 용인할 수 있다.

 

벌써 이런 시도는 서서히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신학대학에서 목사후보생들에게 반야심경을 가르치거나 명상수련을 하고, 천주교 수녀들이 사찰에 가서 참선 수련을 하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크리스천-부디스트가 증가한다.

 

본서는 종교 간 화합과 소통에 이론적 근거가 되어줄 것이며, 더 나아가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한 민주주의 사회 구현에서 이방인 환대의 원리가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철학, 문학, 예술, 종교를 두루 아우르는 이 책은 종교에 대해서만 말하는 책이 아니지만, 영적 상상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 글쓴이는 다중지성의 정원 회원입니다.

 

 

   


기사입력: 2021/08/26 [13:1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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