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과 조국은 큰 수술을 할 용의가 있는가?

조국 교수가 ‘진보 양당 사정 알지만 이제 통합해야 한다’고 오마이뉴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거기에다 “민노당의 패권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할 정도니 통합에 견해가 실렸음을 분명히 한 것이죠. 자신의 아우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자 ‘한나라당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던 사람이 언제부터인지 ‘분당이 어디 있느냐’며 훈수 두기에 급급한 김민웅 목사와는 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라 부르지 않지만 젊다고 해서 꼰대가 아닌 것도 맞죠.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을 어른이라 부르지만, 늙지도 않은 사람이 훈수를 해대면 당연히 꼰대란 소리를 들어 마땅합니다. 진보정당의 문제를 해결해 통합하기를 정말 원한다면 원인 분석부터 명확히 하고, 패권이란 이름의 폭력을 휘두른 3대 주주들을 향해 쓴 소리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사정 알지만 통합하라’는 것은 다시 ‘엄청난 폭력을 당하라’는 아주 무책임한 말이지요.

김민웅ㆍ조국 두 분을 보면 큰 수술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핵심을 피해가는 무책임한 의사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연세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쓴 소리마다하지 않는 김세균 선생님이나, ‘진보신당으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사회주의노동자 정당’이라며 절규하는 오세철 선생님처럼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지요. 시대의 책임을 지려는 지식이라면 욕 좀 먹더라도 옳은 진단을 하고 ‘수술해야 한다’며 나서야 하는 게 도리 아닌가요?

대주주인 이용대를 향한 실명 비판부터 하라.

진보신당의 전국위원과 중앙당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그 동안 침묵하던 민주노동당의 가장 큰 주주인 경기동부연합에서 ‘통합’을 들고 나온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런 이용대 씨를 향해 “당신, 지난 날의 잘못부터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진보정당 통합으로 나가라”는 그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합니까? ‘실명비판이 진짜 비판’이란 강준만 교수의 말처럼 특정 집단과 실명을 피한 애매한 비판은 오진을 했거나, 수술하기를 피하는 비겁한 의사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권리로 진보정당이란 험한 가시밭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당신들 사정 알지만 다시 결합하라’고 하는지 객관적이고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형 사고를 당했거나 중병에 걸린 중환자를 수술할 때 각 과의 의사들이 모여 ‘먼저 목숨부터 살리자’고 하는 건 당연하지만, 목숨을 살린 후에는 당사자에게 심한 욕을 얻어먹더라도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피고름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달려드는 게 진짜 의사의 도리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조국 교수도 병의 근원을 고칠 생각은 피하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김민웅 목사처럼 훈수로 기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면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그 후에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엄청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합니다. 그러기에 저 같은 독자론자들은 ‘같은 철학을 가진 정당과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하자’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익을 계산하면 더 손해임에도 왜 험한 길을 자청하겠습니까?

오마이뉴스의 기획 상품으로 전락하지 마시길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진보플랜’을 들고 나온 오마이뉴스의 의도는 명확해 보입니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을 띄워 성공을 거두었으나, 2007년 문국현은 실패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연합’이란 케케묵은 시대의 유령을 들고 나와 대박은 아니었으나 일정 부분 재미는 본 셈이죠. 그러더니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국 이란 반응이 좋은 교수와 진보플랜으로 방향 설정을 한 것을 보니 속이 너무 빤히 보이죠.

서로의 이해관계나 철학이 일치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걸 나무랄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진보플랜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같이 하는 북콘서트가 정말 진보 정당 통합에 기여하려면 욕 먹을 각오하고, 싫은 소리부터 하는 게 순서라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그렇지만 ‘사정을 잘 안다’면서 통합의 전제 조건인 민주노동당 실세들을 향한 싫은 소리는 빼고 ‘통합하라’고 하는 것은 ‘도면도 없이 새 집을 지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의욕만으로는 잠시 비 피할 움막은 지을지 모르나 평생을 같이 살 집을 짓는 건 불가능합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뒤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압니다. 장기투병에 접어든 환자를 앞에 둔 의사는 신속한 수술이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당연한 조치 아닌가요? 아프다고 피고름을 짜 내고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피하고, 항생제 투여만 하면 언젠가는 절단해야 하는 위기가 오는 게 당연합니다. 기획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빕니다.

춘분이 지난 경북 성주 산골에서 윤 희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