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0의 대지진과 10미터 높이의 쓰나미보다 더 끔직한 '대재앙'이 일본 열도를 위협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6기가 계속되는 화재와 폭발로 초토화됐다. 2호기와 3호기의 격납용기가 손상됐고, 4호기의 사용후 연료봉까지 노출되면서 최악의 통제불능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대폭발이 일어날 경우 사상초유의 '대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이 자랑해온 원자략발전소는 규모 9.0의 대지진도, 높이 10미터의 쓰나미도 이겨냈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지도, 휩쓸려가지도 않고, 용케 잘 견디어냈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어찌보면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수 순환에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재앙'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12일 제1 원전 1호기에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료봉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노심용해가 진행되면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수소가 다량 발생하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2호기와 3호기, 4호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력을 생산, 공급하는 원전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원전 자체가 대폭발하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제1 원전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원자로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35년전에 이미 제기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설치된 제너럴 일렉트릭사(GE)의 마크1(Mark1)형 원자로는 냉각을 할 때 필요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우려가 35년만에 대재앙으로 현실화 되자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도쿄전력 직원 181명이 방사능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사지(死地)에 뛰어들어 끊긴 전력선을 연결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손에 '대재앙'의 목전에 있는 일본 열도의 명운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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