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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MB보다 '부활한 노무현'이 더 무섭다
신자유주의 시동건 '노무현 세력' 부활, 집권시절 잘못부터 고백해야
 
윤희용
23년 넘게 살아있는 '민주연합' 망령

선거철만 되면 ‘민주연합’이란 망령은 꿈틀거린다. 그렇게 욕하던, 참여정부의 요직을 지낸 사람들이건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고 정체도 애매한 백낙청 같은 시민사회의 원로란 노인들이 훈수를 둔다.
 
민주연합이란 사실상 ‘민주당으로 단일화하자’는 것 아닌가?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우기니 질린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절 장관급 예우를 받던 위원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 같은 사람들까지 합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라’고 할 때는 정말 어이없다.
 
연대나 연합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힘 좀 있다고 ‘우리를 따라 오라’는 것은 연합의 기본자세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자들과 협상 자리에 나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만 여론 때문에 가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는 당직자는 곤욕스럽기 그지없다. 이래저래 당 내외에서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정말 민주당이 ‘민주대연합’을 할 자세가 되어 있었던가? ‘수도권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한 이미경 사무총장의 말에서 오만방자함을 느꼈다면 너무 까칠한가?

정말 민주대연합을 하려면 정책을 비롯한 협상 방식을 갖고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미 선을 그어 놓고 따르라고 하는데 가는 바보는 없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1명뿐인 정당이라 할지라도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려왔건만 깡그리 무시하는데 협상할 마음이 생긴다면 이상하다. “참여정부 시절 우리가 잘못한 정책이 많은데 반성한다”며 고백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닌가? 급증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민주당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시절 잘못부터 고백하는 게 순서

집권을 했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매각은 ‘기술유출’을 비롯해 ‘먹튀 자본의 농간에 놀아날 가능성이 많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했다. 당시 산자부 장관으로서 중국 상하이차로 매각에 정세균 대표가 깊이 개입했다. 그런데 쌍용차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반대하며 옥쇄 파업을 할 때 ‘내가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라도 했는가?

모르쇠로 일관했다. 제1야당의 대표란 사람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고, 지난 10년간 집권을 했던 정당의 정치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라고 강요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심판이 더 급하다’며 무조건 단일화하라는 것은 폭력이다. 서로의 가치가 다른데 어떻게 합치라고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23년이나 지난 ‘민주연합’이란 망령은 역사의 무덤에 고이 두면 된다.

필자는 참여정부라 부르는 노무현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다. 20대 후반부터 진보운동을 한답시고 다니면서 쉰줄이 가깝도록 그 흔한 별도 한 번 달지 못했다. 암울한 군사독재 정권 시절 수많은 20대 청년들이 감옥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고, 수갑을 차고도 당당하게 법정에서 싸울 때 방청석에서 박수치고 고함지르는 정도밖에 하지 못해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 참여정부는 별을 달아주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그것도 6개월이 지난 뒤 뒤통수를 쳤다. 권력의 입맛을 잘 아는 공안검찰이 알아서 만든 작품임은 물론이다.

경찰과 검찰을 이용할 땐 언젠가?

분명히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일로 소환을 받았고, 소환장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혀있었는데 사건이 대구로 이첩되는 과정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둔갑했다. 함께 조사를 받았던 당원들이 ‘우린 집시법 위반’이라고 항의했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하던 담당 형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들이 조사받는데 끝날 때까지 정보과 형사가 기다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한미FTA 반대 집회에 가려면 경찰과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정권의 지시 없이 경찰이 단독적으로 판단해서 한 일인가? 2007년 민중대회 참석을 막으려고 전국 고속도로 진입로에 경찰병력을 깔아 놓았다. 심지어 경찰은 관광버스 회사에 공문을 보내 대회에 참석하면 ‘면허취소’를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만약 상부의 지시 없이 헌법에서 보장한 이동의 자유마저 가로막을 수 있다면, 경찰청장이 막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미FTA 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들어가지 못 하도록 봉쇄한 자가 누구인가? 대통령의 그런 부당한 지시에 민주세력을 자처하는 국회의원 중 몇 명이 반대했는가? 한명숙 총리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에게 한 마디라도 했는가? 노무현 정권 시절 잡혀갔던 사람, 그래서 징역을 사는 사람, 경찰의 폭력에 죽은 사람, 그 죽음마저도 모욕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한명숙을 찍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잘도 이용한 경찰과 검찰을 이제 와서 비난하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자기들 입에 맞게 상 차려 줄 때는 잘 먹다가 몰골이 처량해지자 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책임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그냥 일하게 해 달라’고 절규하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 병력을 투입해 끌어내고, 꽃다운 20대 청춘의 KTX 여승무원들이 흘린 엄청난 피눈물, 1980년 광주항쟁 이후 처음으로 군 병력을 동원해 진압 작전을 편 ‘여명의 황새울’과 새만금...
 
신자유주의 시동 건 노무현의 부활이 무섭다

그들이 살아 돌아와 다 이해할 터이니 맘 편히 이명박을 심판하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한명숙, 유시민, 민주당에게서 최소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한명숙이 살아왔던 삶의 진정성은 존중하지만 총리 한명숙은 믿지 않는다. 나에겐 믿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게 진보정당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니 시민사회 원로랍시고 훈수 두는 것은 월권이다. 제발 부탁하건데 간섭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시기 바란다.

정규직 노동자는 ‘노동귀족’이라고 공격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비정규직은 거리로 내몰았던 노무현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다가 죽음으로 항의한 노동자가 여덟 명.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에 열심히 가세한 대가로 테러범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이 세 명. 가난한 조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돈 좀 벌어보겠다고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야만적인 단속 추방 정책에 쫓기다 체포되어 아홉 사람이 한꺼번에 숯이 된 여수 이주노동자들의 죽음...

WTO, 한미FTA 등 국제적 신자유주의 결정판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한 고귀한 사람이 3명. 그런 야만에 맞서 싸우다가 경찰 폭력에 희생되어 세상을 떠난 이들이 세 명이다. 사람의 목숨에 등급이 있단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모두 소중한 생명이다.
 
최소한 지난 시절의 잘못에 대해 고백부터 하는 게 민주 정치의 순서 아닌가? 한미FTA를 밀어붙이고, 건강보험 상업화의 시동을 건 노무현의 정신이 부활할까 정말 두렵다.
 
노무현 정권 때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2003년  이해남 이용석 이경해 김주익 송석창 박상준 곽재규 이현중
2004년  김춘봉 정상국 박일수
2005년  오추옥 정용품 김동윤 류기혁 전용철 홍덕표 김태환
2006년  하중근
2007년  정해진 이근재 허세욱 전응재

노무현 정권 때 개정된 ‘경비용역에 관한 법률’은 용역깡패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되었다.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과 용산 참사와 같은 철거 현장에서 보듯이 깡패 투입은 합법적이다. 경비 용역을 투입하기 48시간 전 관할 경찰서에 인적사항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개인과 일일 계약으로 하면 신고대상이 되지 않으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요즘은 교회 싸움에도 투입되고 있다. 민간 경비원들이 총기도 휴대할 수 있다. 이런 법률이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졌다.
* 글쓴이는 현재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위원입니다.
블로그 : http://blog.daum.net/bando21
 
기사입력: 2010/06/07 [17:3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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