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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초유의 '두 위원장'…"유인촌 책임"
입장 밝힌 김정헌 전 위원장, '논란자초' 문화부 곤혹…"유 장관 사퇴해야"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28 [17:12]
'한 지붕 두 위원장'.

정부 산하 위원회의 수장 자리를 놓고 두 명의 위원장이 공존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정치 드라마 속에서 있을 법 한 초유의 사태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오는 2월 1일 실제로 연출된다. 주 무대는 문화체육관광부이며, 총감독은 유인촌 장관이 맡는다.

지난해 12월 '해임 처분 취소' 판결을 받은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해임처분 집행정지' 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2008년 12월 문화부로 부터 강제 해임 당한 이후 1년 2개월 만에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회복하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당장 2월 1일 부터 '정상적' 출근 의지를 밝히고 있다. 현재 문화예술위엔 김 전 위원장 후임으로 취임한 오광수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복잡미묘한 상황의 후폭풍은 그간 '인사 파동' 논란을 유발한 유 장관에게 직접적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 '위원장 자격' 일시 회복…문화부 스스로 초유의 상황 유발?

이번 사태의 원인이 '유인촌 장관의' 문화부 때문이라는 근거는 여러 대목에서 드러나고 있다. 당장 야권에선 '정당성 없는 코드인사'의 책임을 유 장관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왜 그럴까. 작년 12월 16일 법원 판결 이후의 상황를 보면 답이 나온다.
 
▲ 유인촌 장관.     © CBS노컷뉴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가 김 전 위원장이 유인촌 장관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이후, 문화연대와 야권은 일제히 "강제해임과 낙하산 인사의 칼날을 휘둘러 온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과 기관장들의 자진 사퇴가 끊임없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법원이 일종의 '경고'를 가했다는 것.

하지만 문화부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자신들이 2008년 12월 김 전 위원장 해임 근거로 삼은 △기금 운용 규정 위반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해임 처분 취소'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법원에 '해임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 2008년 12월 유인촌 장관의 해임처분 집행을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 위원장 직을 회복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상균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해임 처분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김정헌 전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시적이지만 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 자격을 다시 부여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위원장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해임처분) 집행 정지 때문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뾰족한 해법' 없는 문화부 '곤혹'…김 전 위원장 "2월1일 '상징적' 출근"

당장 문화부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재 오광수 위원장이 문화예술위의 수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한시적 자격을 부여한 법원 판결로 두 명의 위원장이 공존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현재 문화부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과 관련해 문화부는 항고의 '권리'를 갖고 있으나, 해임 당하지 않았을 경우 오는 9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김 전 위원장의 임기가 약 7개월 가량 남아있다는 점에선, 설령 문화부가 항고한다 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위원장 자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28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금 상태는 위원장이 둘이 있는 셈"이라며 "유인촌 장관이 이것(해임처분 집행정지)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되는데 아직 그런 건 없는 상태인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장 자격을 회복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이 정부는 법치국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법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나는 어쨌든 위원장의 지위를 회복한 것"이라며 "2월1일 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문화예술위원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한 위원장 자격을 회복한 만큼, 문화부가 항고를 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문제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실질적 업무 수행 대신, 정상적 출근의 모양새로 문화부의 위법행위를 알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위원장의 지위를 회복했으니 위원장실로 나갈 것"이라며 "그곳에서 당장 업무를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 부터) 위원장의 지위를 회복한 것을 상징적으로라도 세상에 좀 알려야 될 필요가 있다"고 문화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 김정헌 전 위원장     ©대자보

그는 유인촌 장관의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과 관련,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운운하면서 사퇴압박을 했던 것"이라며 "처음부터 (사퇴압박)을 하는 바람에 (본인 스스로) 잘못됐다고 생각했는지 사실 유 장관은 저한테 사과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위에서 (해임) 지시가 있었더라도, 문화부의 수장으로서 '기관장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해야 했다. (내가 해임당한) 2008년 12월 말까지 모든 기관장들을 내보내려고 하다보니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물론 정권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기관장으로 앉히는 건 있을 수 있지만, (한나라당 측에선) 직원들을 보내 나를 계속 흔들었다. 사퇴압박 같은 게 있었다"고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 "'정당성 없는 코드인사', 유 장관이 책임져라"

한편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원고 승소 판결은 이명박 정부의 '코드 인사' 무리수가 다시한번 입증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해임 처분 취소' 판결에 이어 법원이 '문화계 인사 척결' 논란에 경고를 가했다는 것으로, 당장 유 장관에 대한 사퇴 촉구 목소리가 다시한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28일 국회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결정은 이명박 정권의 '그들만의 법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며, 적법절차와 정당성을 어긴 코드 인사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유 수석부대변인은 '정당성 없는 코드인사'에 대한 유 장관의 책임을 촉구,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문화예술계에까지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 물갈이의 총대를 멨던 유인촌 장관은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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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8 [17: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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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 2010/01/31 [23:55] 수정 | 삭제
  • 장관이니 국회의원이니 하는 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모자라는 사람들 투성이다.
  • 무능정권 2010/01/28 [19:45] 수정 | 삭제
  • 무능한 이명박에 개같이 복종하는 유인촌,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의 현 주소다.
    이제 저 부도덕한 권력도 얼마 남지도 않았건만 정권 초기엔 천년만년할 것 같았던가?
    이제 이명박은 재임 시절 저질러 놓은 해악과 매국행위들에 대한 단죄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분노한 민중과 미래 권력은 그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