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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제기'(反求諸己)가 필요한 신영철 대법관
[시론] 신 대법관, 촛불의 의미와 헌법의 가치 깨달은 용퇴 결단하길
 
이영일   기사입력  2009/04/19 [15:32]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5명이 풀려난 17일 하루전, 동일 촛불집회와 관련해 단체휴교 시위 문자를 보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던 2명이 각각 상고심 주심에 신영철 대법관이, 신영철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에 배당됐음을 사유로 법관 기피 신청을 냈고, 전경 폭행 혐의로 기소된 1명도 신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자 역시 기피신청을 냈음이 알려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촛불재판 개입 논란으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신 대법관이 촛불집회 사건을 특정 법관에게 몰아주기 배당했고 집시법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데도 서둘러 선고할 것을 촉구하는 등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을 침해해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사유로 들었다.
 
▲      ©CBS노컷뉴스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이 법원 역사상 처음도 아니고 형사소송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절차인만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부할 순 있지만, 일반 법관도 아닌 대법관이 피고인으로부터 공정(公正)하지 못하다는 사유로 기피당한다는 것은 개인의 불명예는 차치하고서라도 대한민국 사법부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아직도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닌데 누가 봐도 대법관으로서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임은 부정할 수 없겠다.
 
법관도 사람이고 개인이 가진 정치관이나 법률적 신념이 있을 순 있겠지만 법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이라는 것이 국민이 지향하는 가치와 인권에 기반해 사고되고 소통되며 그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의 결과로 해석되고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지, 본인 개인의 우월적 엘리트관이라던가 법관이라는 신분상 지위자로서의 소재로 행사된다면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워 질 수 있는지 우리는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에서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윤리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남아있지만 신 대법관이 촛불재판과 관련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것은 왠만한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수긍할 일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몇년전 한 헌법재판관은 본인에게 쏟아진 탈세 의혹에 대해 본인의 부덕함을 사과하며 전격 사퇴해 그나마의 명예를 세웠던 적이 있었다. 지금 신 대법관은 그러한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용단과 촛불의 의미를 되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젠 판사들이나 변호사들도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전국 법원장들과 수석 부장, 대표 판사들의 모임도 예정되고 있다. 신 대법관이 왜, 무슨 이유로 사퇴를 미루고 있는지 진짜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평생 몸담아 온 사법부의 명예와 우리의 소중한 헌법적 가치가 본인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훼손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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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19 [15: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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