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최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제안하고 나선데 대해 진중권 중앙대 겸임 교수가 24일 "(민주노총이) 외곽에서부터 압력을 넣어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되든 안 되든, 명분을 챙기겠다는 얘기"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른바 '진보정당 통합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 뒤, 다음 달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의 통합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는 것, 심각하게 주제 넘은 행위" 진 교수는 이날 오후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문제는 그쪽(민주노총)에서 이런 얘기를 언론에 터뜨릴 때까지, 진보신당에서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다데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노총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하려고 하는 일은 '진짜로 통합을 위해 진지한 제안'이라기 보다, 민주노동당 측에서 계속 해왔던 '합당'과 최근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강기갑 의원이 발언한 '진보정당도 해체할 수 있다'와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어 "그동안 민주노총은 '진보신당 고사작전'을 방불케할 만큼 무리한 방식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실천해 왔다"고도 밝혔다. 민주노총이 진보신당에 관심 가질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진 교수는 "민주노동당은 자신들이 조직적 결의에 의해 만든 정당이고, 자신들이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라며 "이제 와서 '진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이 그 동안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던 정당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것은 심각하게 주제 넘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절차에 대해서도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제안을 던져놓는 심사도 별로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존재 인정 후 구체적 사안을 놓고 협력해야" 진 교수는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분당되어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았다면, 민노당과 다시 합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진보의 통합을 원한다면, 일단 '진보'라는 이름으로 민노당만을 배타적 지지하면서, 진보신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온 기존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 "이미 두 개의 진보정당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복수의 진보정당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단 그렇게 진보신당의 존재를 인정한 다음, 두 정당이 구체적 사안을 놓고 어떻게 협력을 할지를 논하는 게 사리에도 맞고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민주노총이야말로 진보정당이 두 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을 통해 진보의 분열을 조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실천해 왔다"며 "진정으로 진보의 통합을 원한다면, 분열주의적 방침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고, 실천가능한 형태로 돼야한다. 두 정당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진보진영의 단결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진보신당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이렇게 역제안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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