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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취재, 촌지받고 기사쓴 기자는 범죄자"
일선기자들 문제의식 윤리의식 위험수준, 권력화되고 있어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04 [13:57]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 초청으로 한국기자들이 해외취재를 하면서 현대자동차 파업을 비난하는 기사를 써, 한국기자들의 윤리의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토론회 모습     ©대자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최로 9월 3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열린 <최근 사회갈등 보도와 기자윤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자들이 촌지를 받고 기사를 쓰는 행위가 단순히 윤리의식의 차원이 아닌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영욱(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씨는 "언론이 다루는 상품은 위협물"이라면서 "언론에 거론되는 사람에게 이 물질은 독극물이 될 수도 있다"고 언론의 폐해를 지적했다. 또 김씨는 언론윤리가 언론인의 기본적 자격요건인데 이를 갖지 못한 기자가 많아 위험천만하다면서 "언론인 스스로 전문적 지식과 신중한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대자보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 사회현안 보도와 무료 해외취재 관행에 대한 발제를 맡은 이정호(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씨는 "언론이 유사이래 가장 엄중한 시련을 맞고 있는 시점에 도덕적 불감증을 연상케 하는 기자들의 윤리의식 부재는 스스로를 공멸의 길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홍보성, 선심성 해외 관광을 언론인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한국기자들이 도요타 초청 해외취재에 이어 후속보도에서 도요타의 무분규신화를 거론하면서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파업을 무리하게 연결짓는 등 기본적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씨에 따르면 도요타사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4박 5일동안 한국 언론의 경제부 자동차담당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해외취재를 시킨 뒤 25일자 한국의 주요일간지에는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홍보성 기사가 난무했다. 이씨는 "도요타의 홍보성 기사는 공짜 취재의 관행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취재 기사중 절반이 한국 자동차노조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한국 자동차산업을 깎아내리는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파업은 옛날 얘기"라는 제목으로 현대자동차 노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한국일보도 '50년 무분규'를 제목으로 뽑아 국내 자동차회사 노조의 파업을 비판했다. 한국일보와 매일경제는 25일과 26일 '日 도요타는 왜 강한가<상,하>'(한국일보) '日 도요타 왜 강한가<상,하>'(매일경제)처럼 제목까지 비슷한 기사를 실으면서 정작 도요타가 왜 강한 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한국에 파업이 많은 것만을 부각시켰다.
 
또 중앙일보는 지난달 5일 현대차 노사합의 직후 "현대차, 노조에 백기 투항했나"(6일자 6면)와 "현대차 근로자 쉬는 날 세계 최고 수준"(7일자 1면)기사에서 노동조합을 비난하다가 8일자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주5일 근무제에 합의해도 휴가가)실제는 12일밖에 늘어나지 않는다"고 바로잡았다. 그러나 중앙은 오보를 바로잡은 8일자 사설에서 "1년 절반을 쉬고 경쟁력 있겠나"면서 현대차 노동자를 비난해, 기사는 수정해도 사설은 수정하지 않는 등 기본적 의제설정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씨는 "진보적 매체라고 평가받고 있는 한겨레마저도 조중동이 만들어 놓은 '고액연봉'이라는 의제안에서 머물러 고액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또 "이러한 모습이 전체적인 언론의 현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씨는 한국신문의 미래와 사회갈등보도의 문제점으로 "언론의 친자본적, 반노동적 보도의 기본적 동기가 광고주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방송광고는 1.4%늘어나 반면 신문광고는 14%급락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대해 "언론이 장기적 호흡을 갖고  아젠다를 만들어 풀어나간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씨는 대안으로 "한국사회가 정보화사회에 들어서면서 정치권력과 그 주변 중심의 정보독점체제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고, 언론도 유사이래 가장 엄중한 시련을 맞고 있는 시점에 도덕적 불감증을 연상케 하는 기자들의 윤리의식 부재는 스스로를 공멸의 길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기존 언론이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을 조작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대안언론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유진(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기획부장)씨는 먼저 "기자들이 로비, 외유, 향응 받았다고 해서 반노동자적으로 보기 어렵고 기자윤리를 제고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득권화된 언론이 자본의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하고 개별 기자들이 특권의식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언론의 보도에 피해받는 소수자와 시민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해 독자의 적극적 견제와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조선일보 기자가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만나 악의적인 기사를 쓴 데 대해 김씨는 "조중동의 보도에 민주노총 등이 대응하기 보다는 대의할 수 있지 않을까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기존 언론들에 대한 대응에 주력해서 악의적 보도를 없애야 하고 그러면서 대안매체를 찾는 것이 더 빠르다"고 말했다.  

권영국(민주노총 법률원장)씨는 언론이 노동자 기사 다루는 단골 테제는 "그 회사 직원의 월급은 얼마나"에 한정돼 있다면서 한겨레도 조선의 의제설정에 쫓아가며 진위를 밝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쉽다는 점을 토로했다.
 
권씨는 오웬스코닝의 경우 언론의 기본적 사실 보도가 상당히 왜곡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언론사주의 구미에 맞는 식의 편집을 유도하지 않는다면 이런 기사가 나올 리가 없고 기자가 얼마나 방문해서 기사를 썼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씨는 이런 보도를 바꾸기 위해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조차 조선일보를 보는 예처럼 해결방안은 독자들에게 달려있다"면서 "민주노총은 조선일보 기자의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노동자 대중에서는 이런 의식이 무뎌져 있어 문제"라는 점을 지적, 향후 노동자들에게 이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킬 것을 강조했다.
 
박경애(환경운동연합 언론홍보팀장)씨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 전환적 사고를 가능하기 위한 아젠다에 얼마나 접근하고 고민하며 비전을 제시해 기사에 투영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자들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문제제기 의식이 없어 핵심을 못찾는다"고 기자의 자질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박씨는 위도 핵폐기장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핵폐기장이 정말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하고 지역 주민들의 자연스런 반발을 님비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보수연합이 한 지역을 고립시키고 따돌려 정작 수용하게 만드는 일종의 파시즘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언론의 과거지향적 보도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이와관련해 "동아일보와 대한매일, 문화일보가 이 사안에 대해 가장 우편향적 기사를 썼는데, 알고보니 '원자력 문화재단'에서 광고수주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언론의 친자본적 성격을 문제삼았다. 
 
▲이광호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대자보
이광호(진보정치 편집위원장)씨는 "촌지를 받고 기사를 잘못쓰는 것은 윤리문제가 아닌 범죄이고 범법적 행위로 봐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법률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해 주위의 관심을 끌었다. 이씨는 " 윤리문제가 있다면 현장에도 오지 않고 기사를 쓰는 것이 바로 윤리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언론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보적인 담론과 가치가 우리사회에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 진보정치가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언론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현 신문시장에 대해 이씨는 "조중동 보수신문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진단했고, 기자들을 향해서는 "기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나머지 권력자 의식을 갖고 있다. 또 노조문제가 왜 민주주의와 사회통합, 연대의 문제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이제는 언론사 내부의 자율적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양문석(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씨는 내부적으로 기사는 기자와 데스크, 편집국장, 경영진을 거치는 게이트키핑 과정을 겪고, 외부적으로는 반공이데올로기처럼 사회를 지배하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정치권력, 광고주, 이익집단이 기사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양씨는 기자들에 대해 "자신이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의사권력의식이 있다"면서 경향신문의 경우 최근 편집권 직선제가 사주나 사장의 영향력을 없애는 체계로 편집권독립을 달성하는 효과적 방법인데, 이를 스스로 철회한 것은 한국 언론의 역사를 되돌리는 반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양씨는 또 노무현 대통령과 조중동, 대기업 사이에는 '삼각동맹관계'가 공고화되고 있다면서, 노대통령과 조중동은 적대적 의존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사회갈등보도에서 언론이 보여주는 편파·왜곡보도는 언론이 자본의 힘 앞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줬다. 아울러 이같은 보도를 함에 있어 기자 개인의 양심과 윤리의 측면이 기자들 스스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언론사 내부의 문제와 사회구조적 문제, 기자 개인의 양심의 문제가 변화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자기들 입맛에 따라 왜곡된 정보전달이 계속될 경우 토론회에서 지적된것처럼 언론은 스스로 기능을 상실하고 독자들로부터 멀어지게 할뿐이다. 무엇보다 21세기 뉴미디어 시대에 주류언론의 폐해를 지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매체의 등장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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