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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선 무슨 일만 생기면 '쿠르드족' 때문?
[한상진의 중동통신] 폭발사고, 정부와 언론 쿠르드족 소행으로 몰고가
 
한상진   기사입력  2008/01/07 [17:59]
새해 벽두, 이틀 전 저녁(1월 3일)에 이곳 디야르바크르에서 대형 폭탄 폭발사건이 있었습니다. 5명이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60~70명 사이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 중 몇 명은 부상 정도가 심해서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 디야르바크르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번씩 폭탄 사건이 발생 합니다. 2006년도에는 두 차례의 폭탄 폭발이 있었고,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였습니다. 물론 대부분 민간인 들입니다. 작년에는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없었지만, 경찰관 한명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건 모두를 터키 정부와 언론은 쿠르드족 게릴라(PKK)의 소행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PKK의 소행으로 굳어져 버립니다. 간혹 범인이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간혹 잡히는 범인은 PKK 구성원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언론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오보를 한 것인데도, 단 한번도 정정 보도를 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무조건 PKK의 탓으로 덮어씌우고자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터키 언론의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입니다.
 
한국의 독재시절 “빨갱이”에 대한 글질을 해 대던 한국 언론의 모습입니다.
 
각설하고, 이번 폭발은 수업을 막 마친 학원 앞에서 발생하여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폭탄의 위력도 상당히 강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날 방문한 피해 현장에서는 약 100여미터 떨어진 건물의 유리창도 산산이 부서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바로 인근에 위치한 군부대 소속의 군인 3명도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60여명의 부상자 중 이 3명의 군인 부상자 때문에 터키 언론은 “터키군의 군사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PKK가 이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제 만난 한 친구는 “내가 이번에 부상당한 군인의 친구를 알고 있다. 어제의 사건 후 오늘 아침, 그 친구가 부상당한 군인을 병문안 갔을 때 이 부상당한 군인이 ‘나는 이 폭발 사건이 PKK의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PKK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죽이고자 맘먹었다면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줬다.”라고 하더군요.
 
두 단계를 거쳐서 들은 이야기긴 하지만, 지금까지 PKK와 싸워왔고, 또한 이번 폭발의 직접 피해자인 군인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기에 상당히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PKK의 짓이 아니라는 것은 이곳 디야르바크르 주민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터키 정부와 언론만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PKK를 되뇌일 뿐입니다.
 
그간 터키 언론의 보도를 보면 혹시 이들이 “군부의 언론 통제”에 저항하느라 일부러 이런 황당한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보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쨌든 새해 벽두부터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이곳 분위기는 대단히 심난합니다.
 
별로 시작이 좋지 못한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터키 쿠르디스탄에서
한상진 드림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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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07 [17: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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