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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라
[정치시평] 궤멸적 타격 전에 새로운 정당 건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민   기사입력  2007/09/12 [04:27]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깜짝 놀랐다. 종이신문 <한겨레>가 10일자 기명칼럼 [아침햇발]을 통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겨레 여연호 논설위원은 '후보만 뽑으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라며 대통합신당이 대선 이후 '당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 위원이 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란 오는 대선에서 정권이 한나라당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 결과 '거대 한나라당에 고만고만한 당 한두 개, 그리고 나머지 군소 정당들'이 경합하는 정치질서가 초래되는 것이다.
 
'원래 최악의 시나리오는 궤멸적 타격만은 막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니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여 위원이 내린 결론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범여권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종이신문이 그것도 <한겨레>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하고 나선 것.
 
여 위원의 말마따나 '정치공학으로 표를 모은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혀를 끌끌 차며 야바위 정치를 지켜보는 사이 아까운 시간은 또 그 만큼 흘렀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5.3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참혹한 선거결과 앞에 모두가 위기를 말했고 근본적인 수습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간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면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이 정상이다. 상식 아닌가? 그러나 대통령은 오기가 발동한 듯 민심을 거스르는 가속 페달을 더욱 힘차게 밟았고, 여당의 지리멸렬은 지속됐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말문을 막으며 벌인 온갖 해괴한 정치 이벤트들의 최종 결산물이 바로 '대통합신당'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주권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나서면 그때부터는 '구제불능'이라는 회복하기 힘든 낙인이 찍힌다.
 
국민은 하도 어이가 없어 차라리 침묵을 하고 있는데 '이회창보다 쉬운 상대'이니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면서 '51 대 49'를 끝도 없이 되뇌이고 대선 승리를 장담한다. 그리고 고작 한다는 것이 구태경선, 날림경선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나라당 집권저지'는 겉으로 내세운 명분일 뿐, 애시당초 관심사는 대선이 아니라 총선이었음을 바로 이 대목에서 알게 된다.
 
만든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집권당이 국민의 거센 심판을 받고 사라져버렸는데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언제 실패했느냐?"며 적반하장을 넘어 안면몰수로 국민을 질리게 한다. 그런데 무슨 한나라당 집권저지인가?
 
미리 말해둔다. 4.15 총선에 담긴 민의를 철저히 배반한 대가로 5.31 심판을 받았다. 그리고 5.31 심판에 담긴 민의를 또 다시 철저히 외면한 대가로 대통합신당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처참한 패배를 맞보게 될 것이다.
 
태생이 '먹튀 정권'이니 대선이 끝나면 각자 구명도생(苟命徒生) 하느라 또 다시 수습은 뒷전일 것이다. 총선 참패는 그래서 기정사실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래서 현실화 되는 것이다.
 
후보가 뽑히면 '51 대 49'가 재현되고, 안되면 후보단일화 하면 되고 따위의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어차피 유통기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사기극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국민투표의 경우가 아니라면 주권자인 국민의 주권은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으로 제약된다.
 
그럼에도 대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일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선출된 대표가 자신을 대표로 뽑아준 주권자의 민의를 '대의'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대표는 주권자를 향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요체다.
 
노무현 정권은 바로 민주주의의 최소요건인 '대표와 책임성의 연계'를 완전히 붕괴시킨 무책임 정권이다. 총선 이후 모든 재보선에서 주권자는 죽어라 심판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방선거를 통해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안겼지만 모르쇠는 계속됐다.
 
범여권 후보들이 무슨 말을 하든지 아예 듣지도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권자들의 평가는 이미 끝났다. 어차피 약속을 지킬 위인들이 아니라고 최종적인 판단을 진작에 내린 것이다. 대통합신당만 모를 뿐이다.
 
그래서 대통합신당 해체가 시대정신이다. 대통합신당이 한 줌 기득권을 부여잡고 버티면 버틸수록 사태는 악화되고 아까운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애당초 물러날 사람들 물러나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든 다음, 그 당이 후보를 뽑았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다 사퇴하면 누가 후보하냐고? 바로 그 기득권 사수의 논리를 버리지 못했기때문에 대통합신당은 시작과 동시에 망한 것이다.
 
아니할 말로 지금 막대기를 꼽아놓은들 아무려면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만 못하겠는가? 그들 지지율 다 합쳐봐야 20%다. 다 망한 집안의 퇴물들을 더 이상 거물 취급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대통합신당이 대선 이전에 자진 해산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주장이 아니라 <한겨레>에 따르면 그런 사태를 방치할 경우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이 입은 상처가 워낙 컸으므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과 감당하기 고통스러운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누구라도 해야 한다.
 

노무현 학습효과에 대통합신당 효과까지 더해진 까닭에 이제 잔꾀와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감언이설과 한탕주의로 떼우고 넘어갈 수 있는 정황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정직하게 가야한다.
 
그것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것 없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는 없다. / 정치 칼럼니스트

[추천의 글] 최악의 시나리오 / <한겨레> 여연호 논설위원
 
착각은 위험하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대통합 민주신당의 국회 의석은 절반 가까운 143석이다. 한나라당이 129석이니, 전형적인 양당 구도다. 하지만 그렇게 보일 뿐, 이미 밑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옛 열린우리당이나 현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4분의 1이나 5분의 1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당, 합당, 창당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강금실 전 법무장관 말마따나 “냉소를 넘어, 분노와 실망이 켜켜이 쌓여 응어리진” 국민의 “거대한 외면”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양당 구도가 이어진다고 한다면, 착각이다. 발 밑의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
 
착각은 또 있다. 통합신당은 창당하자마자 대선후보 경선을 서둘러 시작했다. 5년 전과 같은 바람을 기대했을 게다. 하지만 뭔가 빠졌다. 2002년 당시 민주당의 경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상대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엘리트주의와 대세론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맞선 대중 참여와 열세 비주류 후보의 약진은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이제는 경선이라는 ‘형식’ 만으론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 당 저 당 모두 경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신당의 경선은 미숙하기까지 하다. 유령 선거인단 논란에 이어 표 집계도 제대로 못하는가 하면, 본경선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기초적인 규칙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으로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착각이다.
 
정치공학으로 표를 모은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일 수 있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자신이 진보적이거나, 최소한 중도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은 51 대 49의 싸움’이라고 말할 때, 그런 팽팽한 대결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지지층이다. 하지만 통합신당과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을 보면 아직도 이들은 결집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합이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은 한나라당이 두려워했던, 대선의 중요 변수들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신당이 출현했는데도 왜 지지층이 모이지 않을까. 국민들이 보기에 모자라기 때문이다. 경선이라는 형식, 통합이라는 모양새, 쟁점을 바꿀 수도 있는 변수 등 정치공학적 요소들은 다 갖췄지만, 정작 국민이 보고 싶은 ‘내용’은 없다.
 
왜 집권해야 하는지, 집권하면 뭘 할 수 있는지, 그래서 왜 다시 표를 찍으러 투표소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잠재적 지지층이 듣지 못한 탓이다. 후보만 뽑으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7월21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선, 누가 범여권 단일 후보로 되든 지지하겠다는 ‘무조건 지지층’이 12.2%였다. 지금 통합신당 지지율 정도다. 이걸로는 당선될 수 없다.

 
정작 걱정되는 것은 그 다음, 다음이다. 통합신당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해 결국 대선에서 진다면, 당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모습이 서로의 차이를 좁히면서 당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리더십을 구축하는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용 없이 급조한 정당이어서 더 쉽게 깨어질 수 있다.
 
설령 그렇게 분열되지 않더라도 지금의 지지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선 양당 체제가 완전히 허물어질 수 있다. 거대 한나라당에, 몇 십 석의 고만고만한 당 한두 개, 그리고 나머지 군소 정당들의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범여권으로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원래 최악의 시나리오는 궤멸적 타격만은 막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새로운민주정당추진회의 홈페이지 '새민추'(www.demokratia.kr)에도 함께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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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12 [04: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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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괭이야 2007/09/12 [21:22] 수정 | 삭제
  • 예서 헛소리 늘어 놓지 말고.

  • 낭만괭이 2007/09/12 [20:22] 수정 | 삭제
  • 기자님 논리대로라면, 한나라당이 최고로 성공한 정당이게요. 국민지지율이 제일 높잖아요. 그럼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왜 그러시나요. 정치공학이 아니라고요.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정치공학의 산물임을 모르신다면, 칼럼 그만 쓰시죠^^. 정치공학이 아니고서 지금의 지지멸렬한 진보세력을 어떻게 설명하시려구요. 앞으로도 한동안 정치는 정치공학의 산물일 겁니다. 민노당 선거도 정치공학의 산물이잖아요. 정치공학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국면인데, 그것을 당장 깨는 것은 한방이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대단히 오랜 기간의 헤게모니 투쟁이 있어야 하구요. '진보'는 정권을 잡으면 적어오 앞으로 15년은 더 고립되게 되어있어요.. 기자님,, 이번 선거도 그마나 진보세력에게 의미있으려면 자꾸 공학적으로 사고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 상록수 2007/09/12 [12:27] 수정 | 삭제
  • 그걸 도로ooo만 모르니 한심할 일이지...